정치 국방

前 해병 수사단장 '항명 사건' 수사심의위 소집해 다룬다

이종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8.16 18:24

수정 2023.08.16 18:24

국방부 "장관 직권으로 구성 지시… 독립성·공정성 확보"
"인권위·경찰청 등에서 위원 추천받아 공정성 확보할 것"
해병대사령부 'TV인터뷰' 관련 징계위 18일로 연기 결정
[파이낸셜뉴스]
국방부 상징. 자료=국방부 홈페이지 캡처
국방부 상징. 자료=국방부 홈페이지 캡처
국방부가 해병대 고(故)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수사결과를 보류 지시에 따르지 않고 경찰에 넘긴 '항명'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대령)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항명 사건'을 군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서 다루기로 결정했다.

이 장관이 박 대령의 보고 다음날인 지난달 31일 법리 검토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을 통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음에도 박 대령이 이를 따르지 않았단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국방부는 16일 "이종섭 장관은 본 사안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고려해 장관 직권으로 군검찰수사심의위원회 구성·소집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군검찰 수사심의위는 관련 규정상 소집 신청서가 접수되면 '부의(附議) 위원회'를 거쳐 본 수사심의위 소집 여부를 결정토록 하고 있지만, 이번처럼 장관 직권으로 부의 위원회 절차를 생략한 채 가동하는 것 또한 가능하다.

수사심의위원회는 고 이예람 공군 중사 사망사건 이후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을 다루는 데 있어 공정성을 제고하기 위해 제정된 기구다. 심의위원회는 5∼20명으로 구성되며, 수사 계속 여부와 공소 제기여부, 구속영장 청구 여부 등을 심의한다.


이어 "국방부는 국가인권위원회, 사법연수원, 검찰청, 경찰청 등 국가기관으로부터 추천받아 위원을 위촉하는 등 위원회의 독립성, 공정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운영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박 대령은 해병대 수사단장으로서 지난달 집중호우 피해 실종자 수색작전 중 발생한 채 상병 사고 관련 조사 결과 보고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국방부 관계자들로부터 외압을 받아 국방부 검찰단의 불공정 수사가 우려된다'며 지난 11일 검찰단의 소환 조사에 불응했다.

박 대령 측 김경호 변호사는 지난 14일 등기우편으로 국방부에 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요청서를 보낸 바 있다. 이 신청서는 이날 오전 국방부 검찰단에 우편으로 접수됐다고 국방부가 전했다.

다만 지난 2021년 6월 출범한 군검찰 수사심의위의 위원들은 이미 2년 임기가 만료된 상태여서 박 대령 건을 다루기 위해선 위원부터 새로 선임해야 한다.

박 대령이 '외압' 당사자로 지목한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관련 절차를 진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 사진=뉴스1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 사진=뉴스1
박 대령 측은 유 법무관리관이 지난 8월 1일 전화로 '죄명을 빼라, 혐의자 및 혐의사실을 빼라'고 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국방부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일각에선 유 법무관리관이 직무상 군검찰 수사심의위 구성에 관여할 개연성이 있다는 이유로 그에 따른 공정성 시비가 다시 제기될 수 있단 지적도 나온다. 이에 박 대령 측도 수사심의위 구성 등과 관련해 유 관리관에 대한 '기피 신청'을 낸 상태다.

다만 군 관계자는 "기피 신청은 '심의위원'에 대해 하는 것이지 국방부 법무관리관에 대해서는 기피하는 절차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대령의 방송 출연 관련 징계위원회 소집도 오는 18일로 연기했다.

해병대사령부는 박 대령이 이달 11일 KBS-1TV와 생방송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군 당국의 사전 승진을 받지 않은 사실이 '해병대 공보정훈업무 규정'과 '군사보안업무 훈령' 등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 이날 징계위를 개최하려 했다.

그러나 박 대령 측은 '진술권 보장을 위한 조사 등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징계위 연기를 요청했고 해병대 측도 이를 수용했다.

박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항명' 혐의로 입건된 이유는 이 장관이 박 대령의 보고 다음날인 지난달 31일 법리 검토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을 통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음에도 박 대령이 이를 따르지 않았단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박 대령은 이 장관 보고 뒤 채 상병 사고 조사 기록을 경찰에 보낼 때까지 '이첩 보류'를 명시적으로 지시받은 적 없고, 오히려 유 관리관으로부터 채 상병 사고 보고서와 관련해 '직접적인 과실이 있는 사람만 혐의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등의 압력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병대 제1사단 소속이던 채 상병(당시 일병)은 지난달 19일 경북 예천군 내성천에서 구명조끼 착용 없이 집중호우 피해 실종자 수색을 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이와 관련 해병대 수사단의 채 상병 사고 보고서엔 '임성근 1사단장 등 군 간부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경찰에 이첩할 예정'이란 내용이 담겨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방부 검찰단은 당초 박 대령에게 '집단항명 수괴' 혐의를 적용했으나 '항명'으로 변경했다.
군형법상 '집단항명 수괴'의 형량은 3년 이상이고 '항명'은 3년 이하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