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살인예고'글 399건… 173명 잡았지만 20명만 구속

이진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8.20 19:04

수정 2023.08.20 19:04

처벌강도 낮고 규정 불확실
국회, 공중협박 처벌법안 발의
잇따른 흉기난동 사건 이후 살인 예고 글이 전국에서 400건에 육박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영웅 심리와 함께 낮은 처벌 강도가 살인 협박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온라인 협박에 대해 새로운 처벌 규정을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20일 경찰에 따르면 국가수사본부(국수본)는 지난 18일 오전 9시까지 전국에서 살인예고 글 총 399건을 수사해 이중 165건(173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20명을 구속했다.

살인 예고글은 지난달 21일 서울 관악구 신림역 흉기 난동 이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기 시작해 지난 3일 서현역 흉기 난동을 기점으로 대폭 증가했다. 특히 10대 미성년자 피의자의 '살인 예고글'이 지속해서 게시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경기북부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14일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성폭행과 흉기 난동을 벌이겠다며 예고글을 게시한 2명을 붙잡았다. 이 가운데 고등학생인 A군은 지난 14일 정오쯤 남양주시의 한 고등학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내일모레 하굣길에 칼부림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경찰 조사에서 A군은 "장난삼아 한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은 살인 예고 행위가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만큼 형법상 협박, 위계공무집행방해 등의 처벌 규정을 적극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촉법소년이라도 범죄 혐의가 인정되면 관할 법원 소년부에 직접 송치해 소년보호처분을 받도록 할 예정이다. 10대를 중심으로 살인 예고 글이 반복적으로 나오는 배경에 대해 전문가들은 젊은 세대들의 '소영웅주의'가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10~20대 젊은 세대들은 기성세대와 달리 인터넷에서 희로애락을 느낀다"며 "SNS에서 받은 반응으로 삶의 기쁨을 얻는다"고 말했다. 승 연구위원은 "인터넷이라는 자신들의 영역 속에서 소영웅주의가 발휘된 셈이다"고 덧붙였다.

현행법상 살인 예고글을 올리는 행위는 살인예비나 협박 등의 혐의가 적용된다. 다만 범행 대상이나 계획이 특정되지 않은 살인 예고 글은 처벌하는 규정이 없어 단순 범칙금 처벌에 그친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실제 173명이 살인 예고 글을 올린 혐의로 검거됐지만 구속은 20명에 불과했다.

지금까지 구속 사례 20건을 살펴보면 불특정 다수가 아닌 범행 대상을 구체적으로 특정하고 실제로 살인을 계획한 경우에만 법원에서 인정됐다. 허모씨(19)는 트위터에서 "타겟 1순위 경찰"이라며 범행 대상을 지목한 뒤 "식칼 꺼내서 달려들어 죽여버릴꺼거든"이라고 적었다가 지난 6일 구속 수감됐다. 허씨는 실제로 지난 4일 서울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에서 흉기를 꺼내들었다가 붙잡혔다. 경찰은 허씨에게 살인예비와 특수협박 혐의를 적용해 수사 중이다.

이에 국회에서는 살인 예고 글 자체를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담긴 법안을 발의했다.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에 따르면 정보통신망에 불특정 또는 다수 사람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가하려는 내용의 글을 유포하거나 게시해 공중의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한 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담고 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행법상 '살인 예고'에 대한 처벌 규정이 불확실한 것도 사실이다"며 "온라인 게시물은 검거가 어려운 만큼 잘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속한 검거와 확실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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