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AI 면접의 그늘..장애인 역차별 등 알고리즘의 채용평가 부작용 우려

이진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8.22 06:00

수정 2023.08.22 06:00

지난해 4월 21일 서울 강남구 세텍(SETEC)에서 열린 2022 상반기 글로벌일자리대전에서 구직자가 AI 모의면접을 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해 4월 21일 서울 강남구 세텍(SETEC)에서 열린 2022 상반기 글로벌일자리대전에서 구직자가 AI 모의면접을 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올해 초 한 IT 기업 입사시험에서 탈락한 오모씨(27)는 다른 회사의 채용 과정보다 아쉬움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회사는 '인공지능(AI) 면접'을 온라인으로 진행했는데 오씨는 해당 문턱을 넘지 못해서다. 오씨는 대학 학부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고 관련 업종에서 여러 스펙을 쌓아왔음에도 면접관 얼굴조차 보지 못하고 AI 면접의 '알고리즘'에 걸러졌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그는 "차라리 필기나 인·적성 검사 시험으로 떨어졌으면 납득이 갈 것 같다"라면서 "AI가 어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을 한 건지, 어떤 기준으로 평가한 건지 불투명하기만 하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지난 2017년부터 도입된 AI 면접은 다양한 인사관련 데이터를 기반으로 좀 더 객관적이고 공정한 채용 기준을 적용할 것이란 기대감속에 갈수록 많은 기업들이 채택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상당수 취업준비생들의 의구심은 여전하다. AI 시스템이 해당 기업의 각종 데이터를 토대로 응시자들의 성향이나 실무 능력, 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고는 하지만 실제적으로 공정한 잣대를 어떤 식으로 적용하는 지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일부 구직자의 경우 석연치 않은 이유로 오히려 역차별을 받았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국회에서는 AI 면접의 폐해를 최소화하고, 구직자들의 선택 폭을 넓혀준다는 취지에서 AI면접 거부권 및 대체 면접 실시 등을 골자로 한 관련 법안이 발의돼 향후 처리여부가 주목된다.

■취준생 난생처음 AI면접관 등장에 허둥지둥하기 일쑤

지난해 고용노동부 설문조사에 따르면 252개 대형 기업 중 40곳(15.9%)이 AI 면접을 도입했다. 진보네트워크센터 조사에 따르면 2018~2022년 채용 절차에 AI 면접을 활용한 공공기관도 40여 곳에 달한다. 해외에서는 인사고과 평가나 해고자 선정 등 기존 직원 인사관리에도 AI를 활용하고 있다.

AI 전형은 크게 AI역량검사와 AI면접 두 가지다. AI역량검사는 대개 게임 형식으로 이뤄지는데 게임에 대한 반응을 수집하고 무의식적 행동 패턴을 분석한다. 응답 반응 시간, 실수 회복 패턴, 의사 결정 방향, 집중력 유지, 학습 속도 등을 파악해 해당 직무의 우수 사원 데이터를 토대로 역량을 측정한다.

AI면접은 주로 소통역량을 평가한다. 대면 업무가 많은 영업·경영지원·서비스 업종에서 주로 활용한다. 얼굴 표정에서 감정을 추론하고, 목소리 높낮이나 말의 휴지(休止), 사용 언어 등을 분석한다. 이를 토대로 AI는 응시자의 친화성이나 성실함, 신뢰도 등과 같은 지표로 점수화해 당락을 결정하거나 평가 결과를 채용담당자에게 전달한다.

문제는 AI면접에 대한 이렇다 할 정보가 없어 취준생들이 애를 먹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AI면접·역량검사 자체가 낯설다. 지난해 잡코리아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남녀 취업준비생 873명 중 71.9%가 ‘AI면접을 준비하고 있지 않다’고 했고, 그 이유로 ‘AI면접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서’라는 응답이 과반수(52.1%)를 차지했다.

지난해 7월 진보네트워크센터는 채용 과정에서 AI 면접을 도입한 공공기관을 상대로 낸 정부공개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법원은 AI 면접 공급사가 공공기관에 제공한 설명자료와 업체가 수집한 개인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문서, 평가하려는 직무 적합성 관련 문서 등을 공개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AI면접 거부권 행사할 수 있어야"

이와 관련, 최근 국회에서는 AI면접에서 벌어질 수 있는 차별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한 관련 법안이 제출돼 주목된다.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2일 채용 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채용절차 공정화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채용' 조항이 신설됐다. 구체적으로 "구인자가 채용 과정에서 AI 기술을 활용할 경우 기술의 편향성·불완전성 등의 원인으로 구직자가 차별당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아울러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이 AI 채용을 진행할 때는 이를 원하지 않는 구직자를 위해 AI면접 거부권 요청시 이를 수용하고, 다른 채용 방식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 경우 채용 기관은 구직자에게 다른 채용 방식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야 하고, 다른 채용 방식을 희망한 구직자를 차별해선 안 된다.

전 의원은 "AI 채용이 활성화되는 반면, 현행법상 AI 채용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를 위한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구직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AI 채용 시스템의 편향성이나 불완전성, 면접 시 불확실한 발음이나 자세로 인한 장애인 차별 가능성을 방지하는 근거 규정도 부족하다"며 법안 발의 배경을 강조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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