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디지털화폐로 은행간 지급결제 가능해진다 [한국형 CBDC 청사진 내달 나온다]

김나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8.21 18:36

수정 2023.08.21 18:36

한국형 CBDC 청사진 내달 발표
美SVB 사태로 지급 안전성 부각
예금토큰 등 도매용 인프라 구축
한은 결제망 이용해 리스크 줄여... 국가간 탄소배출권 거래에도 활용
은행들이 디지털 전자지급결제 환경에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통해 돈을 주고받을 길이 열린다. 은행 예금을 프로그래밍이 가능토록 토큰화해서 한국은행이 발행하는 CBDC로 주고받는 것이다. 각국이 CBDC를 도입할 경우 국가 간 탄소배출권 거래까지 활용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 내달 한국은행은 관련 국제기관과 함께 이 같은 내용의 CBDC 연구 확대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21일 파이낸셜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은행은 은행 예금을 토큰화해서 CBDC로 지급결제가 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인프라 구축방안을 9월 중 발표할 계획이다. 지난해까지는 '○○페이'처럼 금융소비자 개인의 지급결제 수단으로 활용하는 소매용 CBDC를 연구해왔는데 은행과 은행 간, 시중은행과 중앙은행 간, 나아가 국가 간 통용될 수 있는 도매용 CBDC로 가닥을 잡고 연구범위를 확장하는 것이다.


CBDC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로, 가죽지갑 안의 1만원이 그대로 디지털지갑 속 1만원이 되는 개념이다.

예금 토큰을 바탕으로 한 도매용 CBDC가 도입되면 금융회사 간 지급결제가 더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이뤄진다.

현재는 A은행과 B은행이 하루에 주고받은 돈을 계산(청산)한 후 다음 날 오전 11시 한국은행 금융망을 통해 차액을 결제하는 방식, 즉 이연차액결제 방식으로 거래가 진행된다.

도매용 CBDC 인프라가 구축되면 은행은 예금을 토큰화한 후 CBDC를 매개로 한국은행 결제망을 통해 즉각 결제할 수 있게 된다. 차액결제에 대한 담보를 설정할 필요 없이 실시간총액결제가 이뤄지는 것이다.

A은행이 B은행에 차액을 지급하지 못할 때 발생하는 신용리스크가 줄어 지급결제 안정성도 높아진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과 같이 특정 은행의 파산 위기가 다른 은행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아 금융안정을 제고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나아가 국가 간 거래에도 CBDC를 활용할 수 있다. 다른 나라와 탄소배출권을 거래할 때 중앙은행망을 활용해 CBDC를 매개로 거래하는 방식 등이다. 도매용 CBDC가 도입되면 소비자가 직접 CBDC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디지털 지급결제가 '안전하다'는 안정감을 가질 수 있다. 민간 금융사들이 내놓는 '○○페이'가 은행 예금 토큰과 연결될 경우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로 전환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도매용 CBDC 인프라 구축은 예견된 수순이다. 지난해 기준 전 세계 중앙은행 93%가 CBDC 관련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미국은 뉴욕 연준과 금융회사 등이 공동으로 CBDC 및 토큰화 예금 등 상호운영성 확보 관련 기술 검증을 진행 중이다. 유로 지역에서는 '디지털 유로'라는 명칭으로 올해 4·4분기 CBDC 설계 후속단계를 이행할지 결정한다.
중국은 2022년 베이징올림픽 경기장에서 e-CNY를 지급수단으로 활용했고, 일본은 은행·핀테크업체와 협력해 CBDC 유통실험을 할 예정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직접 도매용 CBDC 인프라 구축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이 총재는 지난 3월 국제결제은행(BIS)의 '이노베이션 서밋' 토론회에서 "한국은 신속자금이체 시스템이 발달돼 소매용 CBDC 도입 효과는 제한적이기 때문에 BIS와 함께 도매용 CBDC를 기반으로 토큰화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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