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취약계층 지원금을 디지털화폐로… 선별형 복지 마중물" [한국형 CBDC 청사진 내달 나온다]

박문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8.22 18:12

수정 2023.08.22 18:12

(中) 금융업권'기대반 우려반'
소매용으로 발행범위 확대 염두.. 정부 재정집행 효율 향상 효과
페이 업계는 결제망 위축 걱정
"취약계층 지원금을 디지털화폐로… 선별형 복지 마중물" [한국형 CBDC 청사진 내달 나온다]
한국은행이 다음달 디지털화폐(CBDC) 인프라 구축 방안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복지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새로운 장이 열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역화폐(상품권), 재난 손실보상금, 취약계층 지원금 지급 등에 필요한 행정절차가 간소화되는 것은 물론 꼭 필요한 곳에 선별 지원되는 길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소매용 CBDC로 재정집행 효율↑

22일 금융업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의 CBDC 인프라 구축방안이 구체화되면서 관련 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도매용 CBDC가 중앙은행-시중은행간 거래 속도를 높일 것이란 기대가 나오는 반면 소매용 CBDC 발행으로 각종 '○○페이' 사용률이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금융업계가 구축한 결제(PAY)사업 영역이 이미 촘촘하기 때문이다.

도매용 CBDC에서 소매용으로 활용범위가 넓어질 경우 정부의 재정집행 효율은 한층 뛰어 오를 전망이다.
먼저 정부 및 지자체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발급하던 기존 ○○지역사랑상품권을 소매용 CBDC 기반 '선불카드'로 전환할 수 있다. 의료·교육·교통·생계비 등 파우치 형태로 지급되던 각종 취약계층 지원금도 CBDC로 대체해 오·남용을 막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손실보상금을 지원시 대상 선별 및 심사에 투입된 시간·비용 등이 획기적으로 줄어드는 효과를 볼 수 있다. 기존 현금을 쓰던 노인 등 취약계층에게 NFC 방식 등 무전력 CBDC 지갑으로 더 간편하게 각종 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한은이 스마트폰 제조사, 통신사 등과 협력해 기존 ○○페이에 사용되던 NFC 기술을 적용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수령 신청, 지급 등 각종 절차 없이 중앙은행·시중은행에서 데이터를 활용해 지갑에 지원금을 채워주면 된다"고 설명했다.

■'빅브라더' 우려도

재난지원금 지급을 CBDC와 연계할 경우 이미 파악한 수령자의 익명처리된 △자산 △소득 △피해규모 등을 이용해 보다 간편하고 신속한 선별형 지원이 가능해진다. 또 65세 이상 노인의 지하철 '무임승차' 논란도 CBDC를 활용해 소득, 자산에 맞춰 '선별' 지급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이미 취약계층 의료비 지원금이 펜타닐 등 향정신성 의약품 구매비로 흘러가거나 브로커에게 착취당하는 문제를 CBDC로 해결하는 모델이 연구·시범 도입됐다"고 말했다.

금융업계에서는 블록체인특구로 지정된 부산이나, 인천경제자유구역 등에서 소매용 CBDC 시범사업을 도입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은은 지난 2000년 한국형전자화폐(K-Cash) 도입과정에서도 일부 지역에서 시범사업을 먼저 실시한 바 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사업자가 제반 비용을 투자해 구축한 페이사업에 한은이 뛰어드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제로페이, 카카오페이 등의 지자체와 기업이 구축한 페이 사업망이 촘촘한데 CBDC 결제망까지 추가로 구축해야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도매용 CBDC를 사용해 시중은행의 거래 속도를 높이는 효과도 분명하다"면서 "대다수 페이 사용자는 각종 혜택이 다양한 기존 페이사업에 계속 머무를 뿐 쿠폰, 할인 등 각종 혜택이 없는 소매용 CBDC로 넘어오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익명처리(난수화)된 개인정보라도 가공·활용하는 과정에서 유출 및 오용될 수 있다는 이른바 '빅브라더' 우려도 제기된다.

mj@fnnews.com 박문수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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