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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못갚아요" 20代 워크아웃 5년새 2배 뛰었다 [빚에 허덕이는 청년층]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8.22 18:16

수정 2023.08.22 18:24

올 상반기 채무 원금감면 4654명
다른 연령보다 증가세 가팔라
1인당 감면액 평균 880만원
소득 취약해 대출 연체율도 높아
"더이상 못갚아요" 20代 워크아웃 5년새 2배 뛰었다 [빚에 허덕이는 청년층]
올해 상반기 개인워크아웃을 통해 빚을 탕감받은 20대가 5년 전보다 2배 이상 급증했다. 탕감액은 같은 기간 3배 넘게 늘었다. 고용불안정과 주거비 부담 등으로 청년층 부채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대 원금감면 확정자 5년래 최고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최승재 의원이 신용회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개인워크아웃을 통해 원금감면이 확정된 20대는 4654명으로 집계됐다. 2018년 상반기(2273명) 대비 2배 이상 늘어나면서 상반기 기준 5년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개인워크아웃은 빚이 너무 많아 갚기 어려운 사람이 신용회복위원회의 중재를 통해 빚을 최대 90%까지 줄여주고 이자 부담도 낮춰 빚을 갚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도다.


이 제도를 통해 빚을 탕감받은 20대는 상반기 기준 2018년 2273명, 2019년 2325명, 2020년 3850명, 2021년 4019명으로 계속 늘어났다. 지난해 3509명으로 감소했다가 올해 다시 증가세로 전환했다. 다른 연령층에서도 전년동기 대비 대부분 증가세가 나타났지만 코로나19 시기였던 2020~2021년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20대의 원금감면 채무액도 크게 증가했다. 2018년 상반기 기준 12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410억원으로 3배 넘게 뛰었다. 1인당 평균 감면 채무액 역시 20대에서 가장 빠르게 늘어났다.

20대의 1인당 평균 감면액은 올해 상반기 기준 880만원으로 집계됐다. 2018년 530만원 대비 67%가량 증가하며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경제활동을 하지 않거나 막 시작하는 20대 특성상 평균 감면액 자체는 전 연령 중 가장 작았다. 다른 연령층은 1인당 평균 감면액이 모두 1000만~2000만원이었다.

■고금리·고물가에 일자리 얻기 힘들어

제대로 된 일자리를 얻지 못한 상황에서 고금리, 고물가로 생활고를 겪는 청년층이 개인워크아웃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 최승재 의원은 "코로나 기간을 거치면서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며 소득이 줄어든 것이 청년 개인워크아웃 증가의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에 20대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연체율은 역대 최고치다.

은행(시중·지방·인터넷은행)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에게 제출한 '연령별 주택담보대출 연체율 현황' 자료에 따르면 2·4분기 말 기준 만 20대 이하 연령층의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44%로 집계됐다. 2018년 3·4분기 말 이후 약 5년 만에 가장 높을 뿐 아니라 사실상 역대 최고 수준이라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소득 기반 등이 취약한 청년층의 연체율이 당분간 계속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은 지난 6월 발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30대 이하 차주의 가계대출 비중이 2013∼2019년 29.6%에서 2020∼2021년 38.3%로 커졌다"며 "해당 차주들의 소득 기반이 여타 연령에 비해 취약한 만큼 한동안 30대 이하를 중심으로 2020년 이후 취급된 가계대출의 연체율이 예상보다 높게 상승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경고했다.

청년층의 과도한 빚은 결국 금융불안, 소비위축은 물론 저출산까지 부추길 수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 의원은 "청년층의 은행권 연체율 증가, 소액생계비대출 이자 미납률 증가 등 각종 위기신호가 감지되는 가운데 청년층의 부채 문제와 상환능력 제고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방안 논의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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