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갑자기 눈앞 뿌옇게 보이는 ‘중심장액망막병’ 원인은

강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8.23 12:41

수정 2023.08.23 12:41

이준엽 서울아산병원 안과 교수가 중심장액망막병 환자를 검사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이준엽 서울아산병원 안과 교수가 중심장액망막병 환자를 검사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파이낸셜뉴스] 망막 안에 물이 차는 중심장액망막병은 갑자기 시야가 뿌예지거나 물체가 휘거나 실제와 색이 다르게 보이는 질병이다. 30~50세 젊은 나이에 발생하며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주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발병기전이 밝혀지지 않았다.

이준엽 서울아산병원 안과 교수팀은 23일 젊은 환자들의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중심장액망막병의 발병기전을 밝히고, 더 나아가 질병의 예후나 치료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교수팀은 중심장액망막병 환자와 일반 대조군의 안구를 비교분석한 결과, 중심장액망막병 환자에서 특정 마이크로RNA(miR-184)가 유의하게 증가했다.
특히 주사치료 효과가 적은 환자에서 miR-184 발현량이 더 높은 것을 확인했다.

매년 1만 명당 1~2명 정도 새롭게 발병하는 중심장액망막병은 망막의 중심부에 액체가 축적되면서 망막이 부분적으로 박리된다. 스트레스나 수면부족, 스테로이드 복용 등과 관련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정확한 원인은 알려져 있지 않다.

주로 시력이 좋은 젊은 연령대의 눈에 급성으로 발병해 삶의 질을 저하시킨다.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황반변성으로 진행하거나 시력상실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자연 치유되는 경우도 있지만 만성적으로 진행되거나 재발하는 경우가 있다. 이에 비정상적으로 혈관성장을 촉진하는 물질을 억제하는 항혈관내피성장인자항체 주사치료를 시행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주사치료로 증상이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주사치료는 기존의 광역학레이저치료보다 망막 위축 부작용 위험이 적다. 다만 일부 환자들에선 효과가 없는 경우도 있어 치료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지표가 필요했다.

이 교수팀은 중심장액망막병과 연관된 잠재적인 바이오마커를 확인하기 위해 아급성 중심장액망막병 환자 42명과 일반 대조군 20명의 안구 내 방수 내용물을 채취해 분석했다. 방수는 각막과 수정체 사이의 공간에 차 있는 맑은 액체다.

연구팀은 중심장액망막병 환자의 방수 엑소좀을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을 통해 확인했다. 그 결과, 특정 마이크로RNA인 마이크로RNA-184(miR-184)가 일반 대조군에 비해 유의하게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특히 항혈관내피성장인자항체 주사치료에 반응이 적은 환자에서는 miR-184 발현량이 더욱 증가한 상태였다. 연구팀은 환자의 방수에서 miR-184 발현량을 정량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해 확인한 결과, 중심장액망막병 환자에서 대조군에 비해 miR-184가 100배 이상 증가됐다.

아울러 연구팀은 기초 실험을 통해 miR-184가 혈관내피세포의 증식과 이동에 관여하는 STC2 유전자 발현을 조절했다. 그 결과 신생혈관생성을 억제하는 작용을 하고 있음을 밝혀냈다. 즉, 중심장액망막병이 황반변성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신생혈관생성을 억제하는 방어체계로 miR-184가 보상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중심장액망막병 환자 중 41%가 한 번의 항혈관내피성장인자항체 주사치료로 1개월 내 이상 소견이 모두 호전됐다. 중심장액망막병의 경우 조기에 잘 치료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준엽 서울아산병원 안과 교수는 “황반변성이나 당뇨망막병증 등 다양한 망막질환치료에서 고비용의 주사치료제들이 사용되고 있다"며 "약제의 치료반응성을 미리 예측할 수 있다면 조기에 최적의 치료법을 선택해 빠른 증상 호전과 더불어 환자의 부담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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