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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라이더와 개발자 상황 달라...플랫폼 '노동 독점' 손 봐야

이창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8.23 12:00

수정 2023.08.23 15:41

KDI, 플랫폼 종사자에 대한 사회적 보호 설계 연구
1년 새 플랫폼 업무 경험자 32% 증가
사실상 '근로자'인 '자영업자'들...보호 사각지대로
발 묶인 '라이더'들...플랫폼 간 공정경쟁 권장해야

한 배달노동자가 서울시내에서 점심시간 음식을 배달하고 있다. ⓒ News1 유승관 기자 /사진=뉴스1
한 배달노동자가 서울시내에서 점심시간 음식을 배달하고 있다. ⓒ News1 유승관 기자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대부분 프리랜서 내지 독립사업자로 취급되는 '플랫폼 종사자'들의 '근로자성'보다 플랫폼의 독점 여부를 주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주요 사업자들이 시장을 지배하는 플랫폼 산업 특성상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서는 정책적으로 경쟁시장을 조성하는 것이 더 의미 있는 보호조치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23일 한국개발연구원(KDI)가 펴낸 '플랫폼 종사자에 대한 사회적 보호 설계'에 따르면 2021년 하반기에 비해 지난해 하반기에 '지난 3개월 동안 온라인 플랫폼의 중개나 알선을 통해 일감과 소득을 얻은 적이 있는 자'의 수는 32%가 훌쩍 늘었다. 여기서 플랫폼을 '일감을 배정하는' 곳으로 좁혀도 1년새 20%가 늘었다.
배달이나 개발, 단기 일자리 등 온라인 상의 '플랫폼'을 통한 노동은 전 세계적으로 규모를 키우고 있다. 유럽연합(EU) 역시 2025년까지 플랫폼 종사자의 규모가 2022년 대비 5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KDI는 이번 분석을 통해 "근로자냐 사업자냐 하는 이분법적 관점은 현실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고려하기 어렵고 대다수 플랫폼 종사자에 대해 의미있는 보호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지닌다"고 진단했다.

그간 플랫폼 종사자의 보호 논의는 주로 근로자성 인정 여부를 중심으로 전개됐다. 플랫폼 종사자가 실제 근로자처럼 일하는데도 개인 사업자로 취급받으며 플랫폼 기업의 노동 규제의 회피를 통한 ‘규제 차익’에 활용될 소지가 높아서다.

각국 법원에서 논쟁적인 주제로 떠오른 모빌리티 플랫폼 '우버' 기사들의 근로자성 인정 여부도 마찬가지다. 개인이 앱에 접속해 직접 고객을 만나는 형태임에도 프랑스(2020년 3월)에서는 우버 기사들을 근로자로, 영국(2021년 2월) 대법원에서는 노무제공자(worker)로 판정한 바 있다.

이에 대해 KDI는 "실제는 근로자인데도 형식만 사업자로 취급해 노동규제를 회피하는 ‘위장(가짜) 자영업자’ 고용형태가 있다면, 이는 해당 종사자의 권리 구제뿐 아니라 규제 차익 축소 관점에서도 막을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플랫폼의 (노동) 수요독점력을 측정해 사회적 보호의 수준을 비례적으로 결정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총체적인 접근 방향의 전환 필요성을 제안했다.

노동수요독점력이란 업종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플랫폼 기업이 종사자를 확보하고 관리하는 데 가지는 우월적 지위를 의미한다. 즉 기업의 노동수요 독점력이 강할수록 지배력이 세지고, 플랫폼 종사자에 낮은 수수료를 지급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용자 수가 증가할수록 편익이 증가하는 '네트워크 효과'로 특정 온라인 플랫폼으로의 급속한 쏠림 현상이 나타나는 것 역시 사실상 노동자들의 저항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다만 노동수요 독점력이 분야별로 달라 플랫폼 시장의 특성을 고려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연구에 따르면 ICT 소프트웨어 개발자 플랫폼의 경우 노동수요독점력은 일반적인 노동시장과 유사한 수준이지만 배달앱 플랫폼의 경우 기업이 일거리 제한·계정 정지 등 사후 통제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독점력이 크다고 분석했다.
배달 종사자 역시 스스로를 기업에 소속된 임금근로자로 보는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한요셉 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예를 들어 플랫폼 종사자 전반을 근로자로 보는 식의 일괄적인 접근 방식은 굉장히 위험할 수 있다"며 "플랫폼 산업을 통해 많은 일들이 일어날 수가 있는데 (모든 가능성을)중단시키는 일들이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노동수요독점력의 추정치에 따라서 다른 정책적 접근을 만들어 주는 방식이 소비자 후생, 또는 사회적 혁신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실효적인 보호를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제안했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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