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기업·종목분석

"꺼진 테마 다시 보자"...한국은 테마주 공화국인가

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8.24 08:46

수정 2023.08.24 08:46

지난 26일 오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국내 최대 양자 기술 관련 국제행사 '퀀텀 코리아 2023'에서 내빈들이 초전도 기반 50큐비트 양자컴퓨터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지난 26일 오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국내 최대 양자 기술 관련 국제행사 '퀀텀 코리아 2023'에서 내빈들이 초전도 기반 50큐비트 양자컴퓨터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파이낸셜뉴스] 당신의 테마주는 안녕들하십니까.

여유 있는 유동성을 증시가 받쳐주지 않자, 단기 투자금이 테마를 따라 이동하고 있다.

투자 광풍이 불었던 2차전지주가 조정을 받자, 초전도체주가 '3주 천하'를 누렸고, 이어 맥신 테마주가 각광을 받았다. 맥신주 열풍이 끝날 듯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양자컴퓨터 관련 종목의 주가도 급등했다.

"한미일 정상회담 때 나왔대"...上上上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우리로, 텔레필드, 코위버, 엑스게이트, 케이씨에스, 피피아이 등 양자컴퓨터 테마주로 묶인 코스닥 종목들이 일제히 상한가로 마감했다.


국내 증시는 약보합을 보이며 장을 마쳤지만, 이들 종목은 장중 내내 고공행진했다.

양자컴퓨터 테마주가 크게 오른 것은 국제 공동 연구진이 양자컴퓨터 소자에 쓰일 수 있는 소재 후보 물질을 확인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양자소재연구실 김재욱 박사 등이 참여한 국제 공동 연구진은 터븀인듐산화물(TbInO3)이 양자컴퓨터 소자 등에 쓰일 수 있는 양자스핀액상(QSL) 물질이 될 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증명했다고 이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피직스에 이달 17일 게재됐다.

양자컴퓨터는 한 번에 많은 정보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고, 특정 문제를 슈퍼컴퓨터보다 수백만배 빠르게 풀 수 있는 만큼 관련 기술에 대한 관심도 높다.

특히 양자컴퓨팅은 지난 18일(현지시간) 한미일 정상이 미국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에서 미래경제의 판도를 바꿔 놓을 수 있는 ‘게임 체인저’가 될 신흥첨단기술중 하나로 ‘양자(컴퓨팅)’를 지목하면서 개발에서부터 표준화, 기술보호에 이르는 전 주기에 걸친 3국 협력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밝혀 주목됐다.

미국 뉴욕증시에서 대표적인 양자컴퓨팅 대표주로 평가받는 하드웨어 및 장비업체인 아이온큐(IONQ)는 연초 1월3일 종가기준 3.46달러에서 22일(현지시간) 14.92달러로 마감해 331% 급등한 바 있다.

3일 천하?...다시 고개 든 맥신 테마주

전날 주춤했던 '꿈의 신소재' 맥신 관련 종목의 주가는 이날 다시 올랐다.

맥신 테마주로 묶인 종목 가운데선 아이크래프트(8.25%), 나인테크(4.91%), 태경산업(2.29%) 등이 전날 하락했으나 23일엔 상승 마감했다.

맥신은 금속층과 탄소층이 교대로 쌓인 이차원 나노물질로 높은 전기전도성을 갖춰 미래 신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대량생산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지난 17일 KIST 한·인도협력센터 연구진이 대량생산을 가능케 할 분석 방법을 개발했다고 발표하며 지난 21일까지 3거래일 연속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대장주 휴비스가 한국과학기술원(KIST) 연구와의 관련성을 부인하면서 전날 관련주들이 줄줄이 폭락하기도 했다.

이번 맥신 테마주 열풍은 바로 앞서 불었던 초전도체 테마주와 닮은꼴이라는 평가다. 초전도체 테마주 역시 국내 한 연구진이 상온 초전도체 LK99를 발견했다고 주장한 뒤 상한가를 찍었다. 하지만 지난 16일(현지시간) 국제 학술지 네이처가 “LK99는 초전도체가 아니다”라고 보도한 뒤 급락했다.

실체도 실체지만..."수혜주도 달라질 것" 경고

현재 화제가 되고 있는 소재 관련 테마가 증시에서 실체가 있는 움직임이냐는 질문에 전문가들은 모두 고개를 젓고 있다. 증권사에서 스몰캡(소형주)을 담당하고 있는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들도 "잘 모르겠다", "처음 들어본다"는 반응이다.

스몰캡을 담당하는 한 연구원은 "따로 스터디를 하진 않았다. 앞으로도 따로 분석할 지 모르겠다"라며 "테마주로 스쳐 지나갈 가능성이 크다. 2차전지 관련주가 아무리 '광풍'이라는 소리를 들었지만, 이런 테마주들과 묶는 것은 어폐가 있다"라고 전했다.

테마주가 이처럼 난립하는 이유는 증시의 횡보장세가 장기화하면서 단기 시세차익을 노릴 수 있는 테마주에 투자금이 몰리기 때문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테마주 광풍에 거듭 경계 경보를 발령하고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기존 주도주가 많이 올라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돈은 많고 갈 데가 없으니 작은 빌미만 있어도 자금이 몰리는 것"이라고 설명하면서도 "초전도체 관련주들의 폭등은 초기 바이오주와 비슷하다.
당시 많은 바이오주는 실체 없이 논문에서 무언가를 입증했다는 걸 갖고 돈을 끌어모았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거론되는 소재에 대한 연구가 더 본격화되고 사업화가 될 때에도 지금 주목 받고 있는 종목들이 수혜를 볼 지도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8월 초부터 이어온 약세 영향에 코스피 기술적 반등이 나오고 있지만, 전일 미국 증시 반등이 옵션 만기 이슈 후 수급 개선과 소수 종목의 영향력이 컸다는 것을 고려하면 상방 재료가 부족하다"면서 "주식시장 거래대금은 7월 초 수준으로 내려왔고 어느 수급 주체도 방향성이 강한 매매를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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