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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 사형을 국민투표로 결정한다면

파이낸셜뉴스
[테헤란로] 사형을 국민투표로 결정한다면

"법은 완전하지 않다. 하지만 공평해야 한다.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에게 가혹한 법 때문에, 죽어 마땅한 자들이 우리 곁에서 숨쉬며 살아간다." 드라마 '국민사형투표'에서 등장하는 문장이다. 이 드라마는 '사형을 국민투표로 결정한다면'이라는 대전제에서 시작한다.

대낮에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공원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가 얼마 전 끝내 숨을 거뒀다. 일면식도 없는 길 걷는 이들을 향해 잔인하게 칼을 휘두른 신림역과 서현역까지, 최근 한 달 동안 사망자가 발생한 흉악범죄 사건만 3건이다. 신림동 사건 이후 온라인상 '살인 예고글'도 전국에서 455건이나 된다. 대부분 장난에 그치지만 그 속에 숨은 '예비 범죄자'가 얼마나 될지는 알 수 없다.

이런 사건들의 무서움은 불특정 시민을 대상으로 한 범죄라는 점이다. 언제 어디서 흉기를 든 흉악범을 마주칠지 몰라 거리를 오가고, 공원을 산책하고, 출근길 등이 불안하다면 이미 평범한 일상은 무너진 셈이다.

치안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사형제 논란도 다시 불붙었다. 사형제 부활을 원하는 이들은 지난 7월 기준으로 70%에 육박한다. 만약 현 상황에서 드라마처럼 사형을 국민투표에 부친다면 결과는 어떨까.

사적 단죄 콘텐츠들의 등장은 '죄를 지은 자가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공감대가 분명 있어서다. 실제로 살인, 성범죄, 아동학대 등 수많은 강력사건 범죄자 형량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는 꾸준히 커져왔다.

물론 범죄 억제능력만 봤을 때 강한 처벌이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도 일리 있다. 그러나 흉악범죄, 강력범죄 사건이 잇따라 터지고 '솜방망이 처벌' 비판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법이 언제까지 국민감정과 동떨어질 수 있는가는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법치주의가 근간인 우리 사회에서 사적 단죄가 이른바 '사이다' 같은 통쾌한 일로, '옳은 일'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은 위험하다. 드라마가 드라마로 끝나려면 법과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

yjjoe@fnnews.com 조윤주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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