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생명 앗아간 '최윤종' 사건…이 시국에 '혐오' '젠더 갈등' 해야 하나

뉴스1

입력 2023.08.24 12:16

수정 2023.08.24 13:42

1일 저녁 여성안전 특별치안활동지역인 서울 서대문구 대산동 여성안심귀갓길에서 자율방범대 대원들이 순찰을 하고 있다. 2016.8.1/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1일 저녁 여성안전 특별치안활동지역인 서울 서대문구 대산동 여성안심귀갓길에서 자율방범대 대원들이 순찰을 하고 있다. 2016.8.1/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20일 오후 성폭행 살인사건이 발생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 소재 야산 등산로 입구에 2인 이상 동반 산행을 권고하는 구청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2023.8.20/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20일 오후 성폭행 살인사건이 발생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 소재 야산 등산로 입구에 2인 이상 동반 산행을 권고하는 구청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2023.8.20/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한낮에 서울 관악구 신림동 공원 인근 등산로에서 여성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하고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30대 최모씨가 19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관악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2023.8.19/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한낮에 서울 관악구 신림동 공원 인근 등산로에서 여성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하고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30대 최모씨가 19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관악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2023.8.19/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 = 최근 서울 관악구에서 발생한 최윤종(30)의 성폭행 살인 사건이 불필요한 갈등 양상으로 비화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서울 관악구의회의 올해 '여성안심귀갓길' 예산 삭감 조치가 알려진 후 온라인 여론이 양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문제는 때아닌 혐오 표현까지 속출하면서 젠더 갈등 조짐을 보인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본질과 무관한 소모적 논쟁이 여성들의 불안감을 왜곡할 수 있고, 우리 사회에 혐오와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며 대책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안감은 과장 아닌 '현실'

24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남성들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공간에는 "페미(페미니스트)들이 악의적 선전 전파 중이다" "페미들이 댓글 조작 중이다" "또 여자 특혜 일상" "또 죽음 이용" 등 비난 글이 눈에 띈다.

관악구 여성 안심 귀갓길 예산을 삭감한 A구의원을 옹호하면서 '페미' 같은 낙인찍기를 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반면 여성 중심의 커뮤니티에서는 "여성이 폭행당해 숨지거나 성폭행당하는 것이 일상이 되고 있다" "이 나라 여성은 사람이 아닌가" "여성혐오 구의원 물러나라" 등 반발 목소리가 퍼지고 있다.

시민들은 성폭행 살인 사건 이후 여성들의 '불안감'은 과장이 아닌 현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도 수원에 거주하는 김희진씨(28·여)는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며 "예전엔 소수의 여성이 '오버'(과장)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정말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지난 17일 오전 11시40분쯤 신림동 한 등산로에서 최윤종은 금속무기인 너클을 양손에 낀 채 30대 여성을 폭행하고 성폭력까지 시도했다. 피해자는 끝내 숨을 거뒀다. 점심시간을 코앞에 둔 대낮에, 그것도 실외에서 발생한 강력사건이어서 충격을 줬다.

서울 동작구에 거주하는 손세현씨(36·남)는 "대낮에 여성이 강력범죄 피해를 봤다"며 "누나나 여동생은 없지만 요즘 같은 상황에 여성이 느낄 두려움은 상상도 안 된다"고 걱정했다.

◇"사건 예방 위해 피해자 중심으로 생각해야"

그런데도 성폭행 살인 사건이 일부 온라인에서 '젠더 갈등' 양상으로 번진 것은 관악구의회를 통해 여성안심귀갓길 예산이 삭감된 사실이 알려진 직후였다.

구의회는 구가 올해 예산으로 제출한 7400만원을 전액 삭감키로 했다. 대신 '안심골목길' 사업비는 7400만원 증액된 것으로 알려졌다.

예산 삭감을 주도한 A 구의원의 유튜브 채널 댓글 공간과 구의회 게시판에는 "당신의 말과 가치관으로 사람을 죽였다" 등 비판론이 들끓고 있다.

A구의원은 본인의 유튜브 채널에서 여성안심귀갓길 예산 전액 삭감을 의정 활동으로 홍보해왔다.

그는 "여성안심귀갓길 사업에 남성들 보호가 빠져 있다" "여성 친화 사업을 폐기하고 구민 친화 사업으로 나아갔다는 데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페미니즘이나 여성단체와 관련한 A구의원의 과거 강경 발언이 여성혐오로 해석될 수 있고 남녀 편 가르기까지 조장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그러자 A 구의원은 지난 20일 유튜브 채널에서 "앞으로도 여성안심귀갓길 글자 써놓고 안전한 곳이라고 믿음을 선동하지 않겠다"며 "이번 안타까운 사건을 틈타 성별을 매개로 정치선동장사 해보겠다는 태도가 바로 관악구의 치안을 훼손해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특정 성별 혐오나 젠더 갈등이 극심해질 경우 사건 본질이 흐려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강력범죄 사건에 젠더 갈등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며 "안전 문제는 남녀 상관 없이 누구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누군가의 발언으로 해당 사건이 남녀 갈등으로 번질 경우 사안의 본질이 흐려질 수 있다"며 "강력 사건 예방에 있어서 피해자를 중심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