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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건축학회장상 숲길 따라 만나는 근현대사의 기억 [2023 대한민국 국토대전]

연지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8.24 17:47

수정 2023.08.24 19:53

서울 중랑구 중랑망우공간
유관순 등 마지막 안식처로 역사적 가치 품어
휴식부터 복합문화기능까지 만능 공간으로
한국 역사를 담고 있는 '중랑망우공간' 전경. 서울 중랑구 제공
한국 역사를 담고 있는 '중랑망우공간' 전경. 서울 중랑구 제공
서울시와 구리시 경계에 위치한 망우리공원은 일제강점기인 1933년 조선총독부에 의해 공동묘지로 조성됐다. 최초 조성 당시 경기 양주군 구리면에 속했던 이곳은 서울시 경계가 확장되면서 1963년 서울시로 편입됐고, 1973년 약 4만7000기의 묘로 공원이 가득 차면서 매장이 중단됐다. 일제강점기와 광복, 한국전쟁과 분단의 시기를 지나면서 수많은 사람들의 마지막 안식처가 됐으며, 매장 중단 후 50년이 지난 지금 분묘 수가 6600여기로 줄면서 울창한 숲이 돼 시민들의 산책과 휴양공간으로 기능과 역할이 변한 상태다.

하지만 공원에 안장된 인물들의 면면을 보면 이곳은 보존하고 가꿔야 할 매우 소중한 역사유산이다. 한용운, 방정환, 오기만, 문일평, 오세창, 유상규, 오재영, 서동일, 서광조 등 9명의 묘역은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일반 시민부터 독립운동가, 정치인, 문화예술인 등 다양한 인물의 삶은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들여다보게 하는 거울이다.


중랑구는 이에 따라 공원의 역사적 가치에 중점을 둔 역사문화공원 조성계획을 세우고 중추기지 역할을 담당할 건물 건립을 추진해 왔다. 동시에 국민공모를 통해 '중랑망우공간' 이라는 건물명칭을 확정하고, 2021년 중랑망우공간을 착공하게 된다.

중랑망우공간은 경희대 정재헌 교수가 이끄는 '모노건축사무소'에서 설계했다. 공간적 깊이와 섬세한 디테일을 추구하는 정 교수는 고 도상봉 화백의 '도천 라일락집' 설계로 이미 2015년 서울시 건축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중랑망우공간 또한 2022년 서울시 건축상을 수상했다.

이 공간은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살다 간 이들의 영면 공간이자 현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삶의 공간, 즉 죽은 자와 산 자의 공존에 대한 건축가의 고민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남북으로 긴 120m의 능선에 노출콘크리트 기법을 사용한 70여개의 기둥을 배치해 차분하고 정적인 공간을 표현함과 동시에 바람길과 사람길이 통하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건물의 주된 공간과 주차장 사이에는 콘크리트 차벽을 설치해 공간을 분리하고, 후면 묘지에서 하늘로 상징되는 2층으로 이어지는 경건한 통로 역할을 하도록 했다. 탁 트인 2층 데크는 서울시와 구리시 양쪽 조망이 가능한 한편, 유관순 열사가 잠든 이태원합장비와 숲산책로로 이어지는 길이 된다.


단순히 묘지관리 업무만 수행하던 기존의 관리사무소와 달리 중랑망우공간은 카페·교육회의실·전시실 등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이다. 또 공원의 인물과 역사를 주제로 하는 기획전시와 문화행사, 추모행사, 유명인물 묘역 탐방해설 등이 진행된다.
1933년부터 지금까지 그 자리에서 역사의 깊이를 더하고 있는 망우역사문화공원. 오늘보다 내일이, 5년, 10년 후의 모습이 더욱 기대된다.

jiany@fnnews.com 연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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