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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출 줄이고 보조금 삭감 안간힘…'갈 길 먼' 건전재정[내년예산]

김규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8.29 11:00

수정 2023.08.29 12:00

비영리 단체 보조금 절반 삭감 '강력한 구조조정'
법인세, 내년도 급감 예상…세수펑크 후폭풍 여전
지출증가율 최소화에 대한 전문가 의견은 엇갈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4년도 예산안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08.23. scchoo@newsis.com /사진=뉴시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4년도 예산안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08.23. scchoo@newsis.com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29일 내놓은 '2024년 예산'은 올해 대비 18조원 가량 늘었다. 하지만 증가율은 2.8%에 그쳐 재정통계가 정비된 지난 2005년 이후 가장 낮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예산안 관련 브리핑에서 "허리띠를 더욱 졸라맸다"고 말했다. 기재부 예산실 관계자들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했다"고 강조했다.
예산당국이 중점적으로 정비한 분야는 연구개발(R&D)와 보조금 분야다. R&D는 올 예산 대비 16.6% 줄였다. 올 예산이 100조원을 넘긴 보조금을 대폭 정비한 예산안을 제출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세부 수치는 공개가 어렵지만) 사회적 기업은 대폭 삭감됐고 비영리단체도 (행정안전부의) 50% 감액 요청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그래픽] 국가 예산 추이 (서울=연합뉴스) 원형민 기자 = 내년도 예산이 총지출 656조9천억원 규모로 편성됐다. 정부는 29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2024년도 예산안'을 의결했다. circlemin@yna.co.kr 페이스북 tuney.kr/LeYN1 트위터 @yonhap_graphics (끝)
[그래픽] 국가 예산 추이 (서울=연합뉴스) 원형민 기자 = 내년도 예산이 총지출 656조9천억원 규모로 편성됐다. 정부는 29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2024년도 예산안'을 의결했다. circlemin@yna.co.kr 페이스북 tuney.kr/LeYN1 트위터 @yonhap_graphics (끝)

■ 보조금 삭감, R&D 재정비…"강력한 재정 정상화"
지난해는 예산 편성 작업 중 정부가 출범해 윤석열 정부만의 예산안 편성지침 없이 2023년 예산을 짰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 3월 '2024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 지침'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확정했다. 윤 정부의 국정 운영 방향이 온전히 포함된 사실상 첫 예산안인 셈이다.

내년 예산안의 핵심은 건전재정 기조 유지다. 이를 통해 재정 정상화를 추진하겠다는 목표를 예산안에 담은 것으로 분석된다. 추 부총리는 "타당성과 효과성이 없는 사업은 단호히 폐지, 삭감했다"고 말했다.

성과가 저조하거나 집행과정이 부당한 보조사업은 대폭 재정비된 것으로 알려졌다. 보조금 예산은 지난 2018년 66조9000억원이었지만 2021년 97조9000억원, 2022년 102조3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정부는 특히 지방자치단체 수행 사업 등은 재구조화하고 부정수급·회계관리 미흡 등 부당하게 집행된 사업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예를들면 그동안 지자체에서 수행했던 학교 스포츠·예술강사 지원은 지방교육재정을 통해 수행하고 비영리 단체 대표 친족간 내부거래 집행은 구조조정을 했다.

관행적이었던 R&D도 성과창출형의 도전적 R&D로 전환했다. 올해 R&D 과제수가 7만6000개에 달할 정도로 난립돼 나눠먹기 식이란 비판을 받아왔던 R&D 사업들을 대폭 구조조정해 미래 글로벌 생태계를 주도할 대규모 프로젝트에 투입하는 형태로 조정을 했다.

추 부총리는 "총지출 증가를 역대 최저 수준으로 억제하고 재정 정상화를 통해 확보한 23조원을 민생 안전과 국민 안전 등에 재투자하는 '알뜰 재정, 살뜰 민생'"이라고 했다.

[그래픽] 국가재정운용 계획 (서울=연합뉴스) 원형민 기자 = 내년도 예산이 총지출 656조9천억원 규모로 편성됐다. 내년도 총수입은 총지출보다 45조원가량 부족한 612조1천억원 규모다. 정부는 29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2024년도 예산안'을 의결했다. circlemin@yna.co.kr 페이스북 tuney.kr/LeYN1 트위터 @yonhap_graphics (끝)
[그래픽] 국가재정운용 계획 (서울=연합뉴스) 원형민 기자 = 내년도 예산이 총지출 656조9천억원 규모로 편성됐다. 내년도 총수입은 총지출보다 45조원가량 부족한 612조1천억원 규모다. 정부는 29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2024년도 예산안'을 의결했다. circlemin@yna.co.kr 페이스북 tuney.kr/LeYN1 트위터 @yonhap_graphics (끝)

■ 세수악화 지속…갈 길 먼 건전재정
정부 지출을 줄이고 사업구조정을 단행해도 국가의 재정상황이 빠르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에 제출된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내년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92조원이다. 올해 58조2000억원 적자(국회 확정예산 기준)보다 적자폭이 더 늘어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로는 마이너스(-)3.9%다. 올해는 -2.6%였다. 국가채무는 내년 예산안 기준으로는 1196조2000억원이다. 2025년에는 1273조3000억원, 2026년 1346조7000억원, 2027년 1417조6000억원으로 전망됐다. GDP에서 국가채무가 차지하는 비율은 2023년 50.4%, 2024년 51.0%, 2025년 51.9%, 2026년 52.5%, 2027년 53.0%로 추정됐다. 기재부는 "2024년에는 관리수지 -3% 초과가 불가피하나 2025년 이후에는 재정준칙안을 준수, 점진적으로 개선되도록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내년 예산 증가율이 2005년 이후 최저 수준이지만 재정상황 악화는 세입여건이 나빠서다. 기업실적 악화, 자산시장 성장둔화로 법인세 등이 덜 걷히면서 올 세수는 지난해 보다 40조원 이상 줄 것으로 예상된다. 세수둔화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정부는 내년 국세(내국세) 수입은 올해 예산 대비 10.1%(36조2930억원) 줄어든 321조6746억원으로 전망했다. 같은 기간 법인세가 26%(27조332억원) 줄어든 77조6649억원으로 추정했다. 법인세만 놓고 봤을 때 2022년 법인세수인 103조5704억원 보다 26조원 가량 적다.

향후 재정운용여건과 관련 기재부는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2024년 이후에는 경기회복에 따라 국세수입 흐름도 개선될 전망이나, 세계경제 회복 지연 가능성 등 불확실성도 상존한다"며 "인구구조 및 기후 변화, 잠재성장률 저하 등으로 재정지출소요가 증가할 전망이어서 재정 낭비요인을 제거하고 필요한 곳에 과감하게 투자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래픽] 국세수입 전망 (서울=연합뉴스) 원형민 기자 = 29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4년 국세수입 예산안'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도 국세 수입을 올해(400조5천억원)보다 33조1천억원(8.3%) 감소한 367조4천억원으로 편성했다. circlemin@yna.co.kr 페이스북 tuney.kr/LeYN1 트위터 @yonhap_graphics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그래픽] 국세수입 전망 (서울=연합뉴스) 원형민 기자 = 29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4년 국세수입 예산안'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도 국세 수입을 올해(400조5천억원)보다 33조1천억원(8.3%) 감소한 367조4천억원으로 편성했다. circlemin@yna.co.kr 페이스북 tuney.kr/LeYN1 트위터 @yonhap_graphics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지출 증가 최소…엇갈린 전문가 진단
예산 지출 증가폭이 역대 최저 수준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도 갈렸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경기 상황이 상당히 둔화되고 있어 정부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며 "오히려 일정 수준 더 지출 증가율을 늘리는 방향도 고려됐어야 했다"고 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경제상황이 내년에도 좋지는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예산 지출 증가율을 늘리는 것이 필요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경제전망팀장은 "정부 지출 증가율 최소폭 결정은 현 상황의 경기 어려움을 기반으로 한 컨센서스"라며 "예상보다 줄어든 예산을 배분하기 위한 정교한 예측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년도 세입 전망도 밝지 않아 지출 증가폭 최소화는 불가피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석 교수는 "한국은행 등 예측으로도 내년도 물가 상승률이 아직 높고, 경제 성장률도 하향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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