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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밥상물가'… 폭염·호우에 식료품 물가 상승세 장기화 [물가·대출 리스크 증폭]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8.28 18:14

수정 2023.08.28 18:14

이상기후·우크라전쟁 등 영향.. 국제식량가격 불확실성 확대
국내 식품·외식물가 파급 우려.. 추석 앞두고 저소득층 부담↑
한국은행은 28일 경제전망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높은 식료품물가 상승률이 식량안보 문제와 엘니뇨, 이상기후 등에 따라 향후 둔화 속도마저 더딜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뉴스1
한국은행은 28일 경제전망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높은 식료품물가 상승률이 식량안보 문제와 엘니뇨, 이상기후 등에 따라 향후 둔화 속도마저 더딜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뉴스1
불안한 '밥상물가'… 폭염·호우에 식료품 물가 상승세 장기화 [물가·대출 리스크 증폭]
최근 흑해곡물협정 중단 등 국제정세 불안과 이상기후 등으로 국제 식량가격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향후 국내 식료품물가 상승세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글로벌 식량가격 상승이 국내 가공식품 및 외식 물가에 영향을 미치면서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가계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국제정세 불안·이상기후에 식료품발 물가불안 '비상'

한국은행은 28일 경제전망보고서 내 '국내외 식료품물가 흐름 평가 및 리스크 요인'에서 "향후 국내외 식료품물가의 오름세 둔화속도는 더디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며 이같이 진단했다.

최근 국내에서 집중호우와 폭염, 태풍 등 기상여건 악화로 채소·과일 등 농산물 가격이 전월 대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품목별로 보면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식료품지출 증가, 국내 기상여건 악화, 조류인플루엔자 확산 등으로 농축수산물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 가공식품 역시 지난해 이후 국제 곡물가격 급등의 영향을 받으면서 높은 오름세를 이어갔다.

글로벌 주요국에서도 식료품발 물가불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영국에서는 지난 3월 식료품물가가 19.2% 올라 45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식료품물가는 지난해 10% 이상 상승하면서 전체 소비자물가를 크게 상회했다.

국내외 식료품물가의 높은 상승세는 글로벌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공급병목, 러·우 전쟁 이후 곡물·비료 공급 차질, 각국의 식량수출 제한, 이상기후 등 글로벌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식료품물가의 상방 압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얘기다.

주요 기관들도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과 비교해 글로벌 곡물 수급이 당분간 타이트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국제 곡물가격 하락폭이 제한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7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곡물 재고비율은 밀의 경우 2020~2022년 37.9%, 2023년 37.3%, 2024년 36.9%로 점차 낮아질 전망이다. 같은 기간 옥수수는 25.4%, 24.4%, 24.4%로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엘니뇨 등 이상기후 중장기 리스크…저소득층 부담 커질 듯

중장기적으로는 엘니뇨 등 이상기후가 국제 식량가격의 가장 큰 상방 리스크로 잠재하고 있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지난 6월 유럽중앙은행(ECB)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안에 강한 강도의 엘니뇨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주요 곡물 주산지의 기상이변과 농산물 공급차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엘니뇨 기간 이후에는 국제식량가격 상승기가 나타나는 경향을 보였다.
구체적으로 해수면 온도가 예년 대비 1도 상승할 때 평균적으로 1~2년의 시차를 두고 국제식량가격이 5~7%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를 감안하면 향후 국내 물가 둔화 흐름은 더딜 것으로 예상됐다.


한은은 "식료품과 외식 물가는 한번 오르면 잘 떨어지지 않고 지속되는 경향이 있는 데다, 체감물가와 연관성도 높아 기대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가계지출 중 식료품 비중이 높은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가계부담이 증대하고 실질구매력이 축소될 수 있는 만큼 식료품물가의 흐름과 영향을 면밀히 점검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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