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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기업도 "中 경기 침체 쓴맛"… 하반기 전망은 온도차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8.28 18:23

수정 2023.08.28 18:23

美·유럽 기업들 "사업부진 실감".. 연매출·성장률 전망 대폭 하향
일부 소비재 업체는 "실낱 희망".. 매출 상승세 보이며 반등 기대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인 중국의 경제 사정이 나빠지면서 현지에서 영업중인 외국 기업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주로 다른 기업을 상대하는 업체들은 경기 침체를 체감하고 있으며 소비자와 직접 거래하는 기업들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7일(이하 현지시간) 중국에서 활동하는 서방 기업들의 관계자를 인용해 업종마다 중국 경기에 대한 평가가 다르다고 전했다.

■기업 활동 위축, 외국 기업도 울상

다른 기업에 재료나 자금을 공급하는 기업 대부분은 중국 내 기업 활동이 위축되면서 매출 전망이 어둡다.

미국 반도체 제조사인 비쉐이인터테크놀로지의 조엘 스메즈칼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에서의 수요가 부진하다"고 말했다. 미국의 실험실 장비 및 의약품 재료 제조사인 애질런트의 마이크 맥멀런 CEO도 중국의 사업부진으로 연간 매출 성장률을 전망을 하향했다고 밝혔다.


독일 화학그룹 바스프(BASF)의 마틴 브루더뮐러 CEO는 "올해 하반기 당장 경제 회복을 바라기는 어렵다"고 평가했고 독일 화학그룹 에보닉의 마이케 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중국의 회복이 "매우 느리다. 건설업이 여전히 위기에 처했고, 특히 청년들의 실업이 진짜 문제"라고 지적했다.

FT는 중국의 올해 2·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0.8% 증가했다며 지난 1·4분기의 증가율(2.2%)에 비해 상승세가 크게 꺾였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중국 경제가 붕괴 직전의 부동산 시장과 더불어 소매 판매 및 수출 감소까지 겹치면서 2·4분기에 성장 동력을 잃었다고 판단했다. 중국 정부는 이달 경기 부양을 위해 실질적으로 통하는 금리를 깎는 등 여러 비상 조치를 취했지만 아직 성과를 보지 못했다.

브루더뮐러 CEO는 "중국인들은 자녀들의 교육에 많은 돈을 지출한다"며 "현재 청년 실업률이 20%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인들은 부동산으로 많은 돈을 잃었다. 그러니 당연히 돈을 쓰는데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소비재 일부서 희망…中 경제 죽지 않아

다만 일부 소비재 업체들은 사정이 낫다. 네덜란드 보험사인 아에곤은 중국 내 자산운용 합작 벤처에서 경기 침체 우려로 인해 막대한 자금이 빠져나갔지만, 중국 내 생명보험 사업부는 매출이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생명보험 매출은 지난해 코로나19 격리 해제 이후 약 80% 증가했다.

애플의 팀 쿡 CEO는 올해 2·4분기 중국 매출이 3% 감소했지만 3·4분기에는 8% 반등한다고 내다봤다.

중국이 세계에서 2번째로 큰 시장인 스타벅스는 이달 발표에서 경기 침체로 매출에 "눈에 띄는 영향은 없다"고 밝혔으며 월마트는 지난 2·4분기에 중국 매출이 22% 늘었다고 밝혔다.

미국 패션기업 랄프로렌의 패트릭 루베 CEO는 지난해 상하이 봉쇄를 언급하며 올해 중국 매출이 지난해에 비하면 50% 이상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은 미래에도 우리의 급성장하는 시장 중 하나로 남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부 기업들은 일단 관망하는 분위기다.
독일 기술 기업 지멘스는 중국에서 최근 신규 주문이 크게 줄었다며 특히 공장 자동화 사업의 실적이 좋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롤랜드 부시 지멘스 CEO는 "장기적으로 보면, 우리는 중국이 주요 시장 중 하나라고 확신하며 언젠가 이익이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호주 광산 기업 리오 틴토의 야콥 스타우스홀름 CEO는 "중국은 앞서 계속 그랬듯이 침체가 있더라도 다시 경기를 부양했으며 효과적인 방법으로 운영했다"고 분석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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