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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증시 부양 압박에… 기업들 '대주주 지분 축소' 자제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8.29 18:21

수정 2023.08.29 18:21

"역행땐 후폭풍" 잇단 조기 종료
인지세 인하 효과는 아직 미미
상하이 등 증시 1%대 상승 그쳐
【파이낸셜뉴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 중국 당국의 주식거래 인지세 인하의 효과는 미미했지만, 대주주의 지분 축소 제한은 약발이 통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국에 미운 털이 박히면 기업 존폐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는 다른 기업 선례가 선행 학습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29일 상하이증권보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전날 오후 중국 소파 제조업체 중위안가구, 금융정보회사 다즈후이, 이산화티타늄 생산업체 진푸타이예 등 13개 상장사가 지배주주, 실질지배인 등 대주주의 지분 감축 계획을 조기 종료했다고 줄줄이 공시했다.

이 가운데 6곳은 포파(破?·주식의 발행가 이하 하락) 상태였고, 8곳은 배당 관련 규정을 준수하지 않았다. 1곳은 파징(破?·주식의 주당 순자산 이하 하락)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두 가지 이상 부적합 지표를 동시에 가진 상장사도 있었다.


앞서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지난 27일 홈페이지에 '금융증권거래 시행세칙' 개정안을 공개하면서 상장회사가 △포파 혹은 포징인 경우 △최근 3년간 현금 배당을 하지 않은 경우 △누적 현금배당 금액이 최근 3년간 연평균 순이익의 30% 미만인 경우 지배주주와 실제 지배인은 2급 시장(유통시장)을 통해 자사주를 매도할 수 없도록 했다.

상하이증권보는 "주목할 만한 점은 이미 보유 지분 감축 계획을 제출하고 완료하지 못한 상장 회사 중 100여개 기업이 신규 조항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이는 앞으로 더 많은 회사의 대주주가 감축 계획을 앞당겨 종료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증감위가 기타 상장사의 지배주주 주식 보유 기간을 연장토록 하고, 지분을 축소하지 않겠다고 약속할 수 있게 권고하는 등 엄격히 통제한다는 방침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이런 내용이 포함된 공시를 내놓을 기업도 잇따를 것으로 관측된다.

기업들이 발표 하루 만에 발 빠르게 움직이는 것은 당국의 정책을 이행하지 않거나 역행할 경우 뒤따를 것으로 예상되는 후폭풍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예컨대 중국 차량공유기업인 디디추싱은 '민감한 데이터 유출'을 내세운 당국의 반대에도 미국 뉴욕 증시 상장을 강행했다가 파상적인 압박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중국 최대라는 명성은 이미 잃었고, 뉴욕 증시 포기 후 진행한 홍콩 증시 상장도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중국 당국은 디디추싱 영역이었던 차량 예약부터 화물 운송까지 아우르는 국가급 교통 플랫폼을 직접 출시·운영키로 했다.

알리바바는 창업자 마윈이 중국 금융당국을 정면으로 비판했다가 아직까지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마윈이 핀테크 자회사 앤트그룹과 항생전자 등에 대한 지배권을 포기한 이후에야 알리바바를 향한 추가적인 공격은 나오지 않고 있다.

반면 증권거래 인지세 인하가 28일 시행됐음에도 당일 종가 기준 상하이종합지수는 1.13%, 선전성분지수는 1.01%, 촹예반지수는 0.96% 상승하는데 그쳤다.
오랜 기간 억눌렸던 중국 본토 증시에 자극을 준 측면은 있지만, 기대치에는 못 치는 것으로 평가된다. 마지막 인지세 인하였던 2008년 4월에는 상하이종합지수가 하루에만 9.29% 올랐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현지 시간) "중국 정부의 증시 부양책은 경제에 대한 신뢰를 고양하는 광범위한 조치 없이 단기적인 주가 상승만을 제공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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