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정치

각국 고위급 줄줄이 중국행, APEC 앞둔 포석?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8.30 10:27

수정 2023.08.30 10:27

- 푸틴 러시아 대통령 10월 일대일로 포럼 참석 가능성
- 영국 외무장관, IMF총재, EU 외교안보 고위 대표 등도 방중 예정
- 8월 한 달에만 아프리카 국가 대표 100여명, 네팔, 덴마크, 라오스, 스리랑카 등 방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3월 21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정상회담 후 공동성명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3월 21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정상회담 후 공동성명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중국이 여러 국가의 고위급 지도자 등을 잇따라 자국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오는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우방국 확보를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의 핵심 우호국인 러시아와는 최고위급을 포함한 각급 양자 접촉을 준비하고 있다고 러시아 크렘린궁이 29일(현지시간) 밝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오는 10월 중국의 ‘일대일로(육·해상 신실크로드) 포럼’ 참석차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라는 보도가 있다는 질문에 “최고위급을 포함한 각급 러시아-중국 양자 접촉 일정이 조율되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다만 페스코프 대변인은 구체적인 행사와 일정 등은 적절한 시기에 안내하겠다고만 설명했다.

일대일로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핵심 대외 확장 전략이다. 2014년부터 35년 동안 고대 동서양의 교통로였던 실크로드를 다시 구축해 중국 중심의 경제·무역 벨트를 새로 만들겠다는 프로젝트다.

올해 6월 말 기준 152개 국가, 32개 국제기구가 일대일로에 참여하고 있으며, 일대일로 공동 건설에 관한 200개 이상의 협력 문서를 체결했다고 중국 정부는 주장하고 있다.

올해가 10주년이기 때문에 중국은 최대한 많은 세계 각국 정상을 자국으로 불러들이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2017년 열린 제1회 일대일로 포럼에는 아프리카와 중남미, 유라시아 등 28개국에서 정상급 대표단이 참석했고, 2019년 제2회 포럼은 세계 37개국 지도자를 포함해 5000여명으로 규모를 키웠다.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 외교담당 보좌관도 푸틴 대통령이 일대일로 포럼 참석을 위해 10월 중국에 갈 계획이 있다고 지난달 기자들에게 언급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진행 중인 ‘특별군사작전’과 관련해 지난 3월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체포영장이 발부된 이후 러시아를 떠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제임스 클레벌리 영국 외무부 장관도 왕이 중국 공산당 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 초청으로 30일 중국을 공식 방문한다. 영국 고위 관료의 중국 방문은 2018년 이후 5년 만에 처음이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양측은 양국 관계와 공동 관심사인 국제·지역 문제에 대해 깊이 있게 소통할 것”이라며 “양국 관계를 잘 유지·발전시키는 것은 양국 인민의 공동이익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영국 외무부는 클레벌리 장관이 방중 기간 사이버·국제 안보, 인권 등을 포함해 영국의 국익을 추구하고 기후변화 등 세계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30일 중국을 찾아 닷새간 머무르며 고위 지도자들과 접촉한다.

게오르기에바 총재가 지난 20일(현지시간) 공개된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의 완전한 디커플링(분리)이 전 세계 경제의 성장을 방해할 것이라고 밝혔다는 점을 감안하면 방중 기간 미중 소통 확대와 갈등 완화를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 대표 역시 올해 가을 대표단과 함께 중국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위한 정치적 준비를 할 것이라고 왕이 부장이 지난 6일 밝혔다.

지난 28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국-아프리카 평화안보포럼에는 아프리카연합(AU) 회원국 등 50곳에 가까운 아프리카 국가의 대표 100여명이 참여한다고 관영 중국중앙방송(CCTV)이 보도했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를 보면 8월 한 달 동안 네팔 부통령, 베트남 부총리, 덴마크 외무장관, 라오스 부통령, 스리랑카 총리 등이 연이어 중국으로 왔다.

외교 소식통은 "올해 APEC이 미국의 잔치가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그 이전에 세력 결집을 끝내 세계에 중국의 힘을 보여주겠다는 속내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실제 아르헨티나, 이집트, 에티오피아,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6개국을 초대하면서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흥 경제 5개국) 외연 확장에 성공한 시 주석은 지난 22일 브릭스 국가 비즈니스포럼 폐막식 연설문 곳곳에 ‘반미를 위한 단결’ 문구를 담았다.


그는 “협력과 통합을 고수할 것인가, 아니면 분열과 대결로 갈 것인가. 손을 잡고 평화와 안정을 지킬 것인가, 아니면 신냉전의 나락으로 빠질 것인가. 개방과 포용 속에 번영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횡포 속에 불황에 빠질 것인가. 교류와 상호 이해를 통해 신뢰를 강화할 것인가, 아니면 오만과 편견에 양심을 속일 것인가. 역사의 시계 추가 어디로 향할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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