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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꽃 향기 따라 떠나는 가을 문학기행, 강원도 평창

장인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8.31 10:50

수정 2023.08.31 10:56

평창효석문화제 거리상황극의 모습. 소설에서 장돌뱅이인 허 생원과 젊은 동이는 대화 장터로 가는 밤길을 동행하게 되고, 달빛 아래에는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평창효석문화제 거리상황극의 모습. 소설에서 장돌뱅이인 허 생원과 젊은 동이는 대화 장터로 가는 밤길을 동행하게 되고, 달빛 아래에는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평창(강원)=장인서 기자】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따라 읊기만 해도 특유의 서정적 아름다움에 잠시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되는 이 문장은 1936년 잡지 ‘조광(朝光)’에 실린 이효석(1907~1942)의 단편소설에 등장한다. 작품 속 배경인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은 작가의 탁월한 묘사 덕에 셰익스피어의 낭만 희극 ‘한여름 밤의 꿈’ 무대를 보듯 환상적인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문학을 잘 모르는 이라도 메밀밭에 들어서면 소설의 주인공이 된다.
메밀꽃 필 무렵, 작가의 고향에서는 ‘평창효석문화제’가 열린다. 올가을 꼭 한 권의 책을 읽어야 한다면 종이 글이 아닌 작가가 남긴 문학의 결과 자연이 살아 숨 쉬는 평창 일대를 둘러보자. 산천에서 먼저 만나는 가을은 청량하고 달콤하다.

평창 메밀꽃 밭 풍경
평창 메밀꽃 밭 풍경
평창 메밀꽃 밭 풍경
평창 메밀꽃 밭 풍경
평창 메밀꽃 밭 풍경
평창 메밀꽃 밭 풍경

메밀꽃 밭에서 펼쳐지는 '평창효석문화제'

‘2023 평창효석문화제’가 8일부터 17일까지 평창군 봉평면 일대에서 열린다. 봉평은 이효석이 나고 자란 곳으로, 해마다 9월이면 들녘을 덮는 하얀 메밀꽃으로 장관을 이루는 메밀의 고장이다. 선생을 기념하는 문화제를 비롯해 문학마당, 전통마당, 자연마당으로 구성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특별한 추억여행을 즐길 수 있다. 소설 속 장면 그대로 느낄 수 있는 효석문화제의 압권은 단연 메밀꽃밭이다. 산책길을 따라 꽃밭을 걷거나 소설의 주인공처럼 나귀를 타는 것도 좋다. 메밀꽃 열차를 타거나 메일꽃을 배경으로 한 포토존 역시 인기다. 포토존에는 추억의 DJ박스, 사랑의 엽서쓰기 공간도 마련돼 낭만적이다.

이효석 문학의숲에는 소설 ‘메밀꽃 필 무렵’ 속 장터, 충주집, 물레방아 등이 재현돼 있다. 숲속 내 넓은 습지에는 각종 희귀 습지식물들이 자생하고 있고, 계곡에는 청정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가재가 서식하고 있다. 최근 강원도로부터 ‘효석 산림욕장’으로 지정받았다. 이효석문학관에는 선생의 작품 일대기와 육필원고 유품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작가의 생애와 문학세계를 볼 수 있는 이효석 문학전시실과 다양한 문학체험을 할 수 있는 문학교실·학예연구실도 마련돼 있다.

이효석 문학의숲
이효석 문학의숲
평창 효석달빛언덕
평창 효석달빛언덕
평창 효석달빛언덕
평창 효석달빛언덕

문학 그리고 가을 달빛에 취한다, 효석달빛언덕

봉평면 창동리에 자리한 효석달빛언덕은 이효석 선생의 생애와 근대문학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문학 테마 관광지다. 봉평을 모티브로 책박물관, 근대문학체험관, 이효석문학체험관, 나귀광장&수공간, 효석광장 등으로 이뤄졌다. 근대문학체험관은 1920~30년대 이효석이 활동했던 근대의 시간과 공간, 문학을 이야기로 풀어내어 한국의 근대문학과 한층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공간이다. 꿈꾸는 달은 이효석의 기억과 추억들을 들여다볼 수 있으며 카페, 작은 도서관, 기념품 판매점 등 휴게공간이 함께 마련됐다.

사계절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꿈꾸는 정원과 창밖의 달 모형을 통해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연인의 달, 달빛나귀 전망대와 꿈꾸는 달 카페의 옥상을 잇는 하늘다리, 달빛광장 등이 주위 경관과 어우러져 마음속 순수한 감동을 자아낸다. 또 달빛나귀 전망대에서는 각종 문화행사와 공연이 열릴 예정인 나귀광장&수공간과 효석 달빛언덕의 풍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평창 허브나라공원
평창 허브나라공원

허브가 빚어낸 테마 농원, 허브나라공원

평창 흥정계곡에 있는 허브나라공원은 1996년 문을 연 한국 최초의 허브 테마 농원이다. 농원을 일군 부부 둘의 나이를 합쳐 100세가 되던 해에 평창의 깊은 계곡에 내려와 돌밭을 고르고 허브를 심었다고 한다. 990㎡(약 300평)으로 시작했던 농원은 현재 3만3000㎡(약 9983평)에 이른다.

허브나라농원은 허브와 꽃을 재배하는 농지와 허브를 보며 휴식할 수 있는 관광농원을 아우른다. 라벤더, 세이지, 메밀 등 150여종 허브를 테마별로 나눈 10여개의 테마정원은 허브에 대한 각각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다. 색색의 허브와 꽃이 피는 팔레트 가든, 셰익스피어 작품에 언급된 허브로 꾸민 셰익스피어 가든, 꿀이 많아 벌과 나비가 좋아하는 밀원식물을 심은 나비가든 등 저마다 특색이 뚜렷하다. 농원 내에는 정원, 유리온실뿐만 아니라 건강한 허브 먹거리를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과 카페, 펜션이 있다. 또 허브박물관, 터키갤러리, 만화갤러리 등 다양한 문화시설도 마련돼 있다. 야외공연장 별빛무대에서는 이문세, 노영심, 이루마 등 국내 유명 가수와 연주자의 공연이 펼쳐지기도 하니 뜻밖의 즐거운 선물이 될 듯하다.

발왕산 기(氣) 스카이워크에서 내려다본 전경
발왕산 기(氣) 스카이워크에서 내려다본 전경

발왕산 기운 한몸에 '기(氣) 스카이워크'

해발 1458m의 발왕산은 ‘왕의 기운을 가진 산’이라는 뜻으로 예로부터 산세가 웅장하고 기운이 영험해 명산으로 손꼽히던 곳이다. 국내에서 12번째로 높은 산이지만 케이블카가 설치돼 있어 쉽게 정상 등반이 가능하다. 힘들게 올라가지 않아도 누구나 쉽게 백두대간의 장쾌한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케이블카는 용평리조트에 위치해 있지만 리조트 이용객이 아니어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케이블카를 타고 발왕산 정상에 오르면 ‘기(氣) 스카이워크’가 자리하고 있다. 총길이 3710m에 이르는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내리는 동안 발왕산의 경치를 충분히 감상할 수 있지만, 보다 더 평창의 자연을 느끼고 싶다면 스카이워크에 오르는 것을 추천한다.

발왕산 기 스카이워크는 높이 24m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전망대다. 가운데에는 스스로 회전하는 360도 턴테이블이 자리해 있다. 스카이워크에 오르면 발왕산과 자연이 주는 기운을 온몸으로 받는 느낌이다. 시원한 바람과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깨끗한 공기가 지친 몸을 정화시켜주기에 충분하다.

평창 광천선굴
평창 광천선굴

자연이 빚은 풍광에 쉬어간다, 오대산과 광천선굴

평창 여행에서 오대산 등반을 빼놓을 수 없다. 오대산은 해발 1563m의 비로봉을 주봉으로 호령봉, 상왕봉, 두로봉, 동대산의 5개 봉우리와 월정사, 상원사를 비롯한 수많은 사찰을 품고 있다. 산봉우리 대부분이 평평하고, 봉우리 사이를 잇는 능선 또한 경사가 완만하고 평탄한 편이다. 월정사 입구에서 시작되는 빽빽한 전나무 숲과 중턱의 사스래나무, 정상 부근의 눈측백나무와 주목 군락, 호령계곡의 난티나무 군락이 장관이다. 상원사에서 등산로를 따라 월정사 적멸보궁을 지나 주봉인 비로봉까지 약 3시간 정도면 오를 수 있다.

광천선굴 어드벤처 테마파크도 인기 장소다. 대화면 대화리에 위치한 광천선굴은 전체 규모 850m로 주굴 330m, 지굴 520m다. 평창에서는 백룡동굴(약 1.8㎞)과 섭동굴(약 1.4㎞) 다음으로 큰 동굴이다. 입장 전 방문자센터에서 광천선굴의 생성 과정과 관람 항목을 미리 살펴보면 좋다.
동굴 내부에서는 석순과 석주, 종유석들과 박쥐를 볼 수 있다. 이외에 오대산 사고지(史庫址)도 둘러보자. 진부면 동산리 영감사에 있는 조선 후기의 사고지로, 1963년 1월 21일 사적으로 지정돼 있다.
물, 불, 바람의 삼재가 침입하지 못한다는 길지였다고 하니 옛터의 정기를 잠시라도 품어볼 수 있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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