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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유출 솜방방이 처벌... 강력처벌 가능할까

이유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9.01 05:00

수정 2023.09.01 05:00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자료사진]


[파이낸셜뉴스] 반도체, 2차전지, 디스플레이 등의 핵심기술이 빈번하게 유출되면서 이에 대한 처벌 강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피해금액 대비 처벌 수위가 낮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회에서는 간첩법에 준하는 벌 수위를 높이고 해외의 우리 기업 사업장 등에서 벌어지는 기술 유출도 억제하는 ‘역외 규정’을 담는 입법 등이 추진되고 있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도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국가핵심기술 유출 등에 대한 별도 양형기준을 설정해달라는 의견을 제출하는 등 처벌 수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기술유출 피해액은 눈덩이...처벌은 솜방망이

8월 31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 7월까지 해외유출된 산업기술과 국가핵심기술은 총 140건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산업기술이 총 104건, 국가핵심기술은 36건이다.
산업기술과 국가핵심기술 모두 반도체에서 가장 많은 해외유출이 발생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해 해외기술 유출로 우리나라에 발생한 피해액이 56조2000억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이는 한국 명목 GDP의 약 2.7%, 2020년 한국 총연구개발비 약 93조1000억원의 60.4% 수준이다. 전체 기술 유출 가운데 92.3%가 중국기업들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져있다.

문제는 산업 기술유출자에 대한 처벌 수위가 낮다는 점이다. 산업기술보호법에 따르면 국가핵심기술 유출의 경우 3년이상 징역과 15억원 이하 벌금을 동시에 부과한다. 일반 산업기술의 경우 15년 이하 징역 또는 15억원 이하 벌금을 부과한다.

국가첨단전략산업법은 5년 이상 징역과 20억원 이하 벌금을 같이 부과하도록 돼 있다. 산업기술유출 범죄에 대한 법은 '중형'으로 처벌토록 규정하고 있다. 15년 이하 징역 혹은 500만달러 이하 벌금을 규정한 미국이나 10년이하 징역 또는 2000만엔 이하 벌금을 규정한 일본 등 주요국에 비해 약하지 않다.

하지만 현실에선 산업기술유출 범죄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법에서 정한 형벌 규정은 엄하지만 현장에서의 양형기준 적용이 지나치게 관대한 탓이다. 기술유출 사건에 대한 법원판결 결과 무죄는 전체 기소사건의 30.3%, 집행유예는 54.5% 라는 게 산업부의 설명이다. 10명 중 8명은 기술유출범죄를 저지르더라도 감옥에 가지 않았다는 얘기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준간첩법 적용·양형기준 강화 효과 볼까

솜방망이 처벌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국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관련 법안을 내놓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김성원 의원은 전략 기술 유출자에게 간첩죄에 버금가는 형량을 부과하는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을 조만간 발의할 예정이다. 형법상 간첩죄와 별개로 경제 관련 법안에서도 준(準)간첩죄 수준으로 처벌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산자위는 올해 정기국회에서 기술 유출 관련 법들을 우선순위에 두고 연내 입법 정비를 마칠 방침이다.

산자위 소속 양향자 무소속 의원은 조만간 ‘첨단전략산업법’ 등 6개 개정안으로 구성된 ‘K칩스법(반도체특별법) 시즌2’ 입법안을 발의한다. 법안에는 첨단 기술 기업이 해외 사업장에서 외국 정부로부터 자료 제출 요구 등을 받을 경우 이를 대통령령으로 보호 조치한다고 명시될 예정이다. 해당 내용이 입법되면 반도체 등 첨단 기술 보호를 위한 K칩스법을 사실상 ‘역외’에도 적용하는 효과를 내게 된다.

이장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기술 유출 범죄가 해외에서 발생할 경우에도 첨단전략산업법을 적용하는 역외적용 규정을 담아 동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의원은 해당 개정안에 기술 유출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도 반영했다.

산업부는 양형위에 기술유출범죄 양형기준을 분리해 강화해달라는 의견을 제출했다. 국가핵심기술 유출 등에 대한 별도 양형기준을 설정하라는 것이다. 양형위는 기준안을 심의해 내년 1월께 확정할 예정이다. 최종의결은 내년 3월로 예상된다. 산업부는 외국계 사모펀드를 통한 인수합병(M&A) 등 그간 제도적으로 규제하지 못했던 주요 기술유출 경로도 규제 대상에 포함했다.

다만 산업기술유출 범죄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면 기술보호법이 적용되는 분야 종사자의 이직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은 걸림돌이다. 기술축적 방식이 자료 뿐만 아니라 근로자에게 축적되는 경우 동종업계 취업금지 기간과 재취업 금지 조항 등이 근로자의 이직을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어서다.
또 과도한 기술보호법이 해외 연구진과의 공동연구를 막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이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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