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현장]"추모 막아선 안 돼"…서이초 교사 49재 추모 물결

강명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9.04 12:47

수정 2023.09.04 12:47

대부분 병가 내고 서이초 찾아…"양천구 들러 여의도로"
아이손 잡은 시민들도…학교 관리자 분위기 제각각
(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서울 서이초 사망 교사의 49재인 4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를 찾은 한 아이와 엄마가 헌화를 위해 추모공간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3.9.4/뉴스1 /사진=뉴스1화상
(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서울 서이초 사망 교사의 49재인 4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를 찾은 한 아이와 엄마가 헌화를 위해 추모공간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3.9.4/뉴스1 /사진=뉴스1화상
[파이낸셜뉴스] "저도 오래전부터 비슷한 일로 마음고생을 많이 했어요. 여기 온 모든 선생님들의 마음이 같을 겁니다."
2년차 서이초 초임 교사(23) 사망 49재인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는 오전 9시부터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검은색 상하의와 검은 마스크를 쓴 채 국화꽃을 든 이들은 선생님의 마지막 장소인 1학년 6반 교실 앞 추모장소로 발길을 옮겼다. 순식간에 수백명이 늘어선 긴 줄이 형성되자 봉사자들은 "묵념을 생략하고 헌화만 하고자 하는 분은 이쪽으로 이동해달라"며 안내했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서이초를 찾은 시민도 상당수 보였다.

학교 앞에는 국화를 준비한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관계자들이 추모객들에게 꽃과 메모장을 전달했다. 교사노조와 전교조는 서이초를 찾는 추모객을 위해 각각 5000송이씩 총 1만송이의 국화꽃을 준비했다.

이날 교사들은 대부분 병가를 내고 서이초를 찾았다.

경기도 수원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50대 교사 유모씨는 "실제로도 몸이 아프기도 해서 병가를 냈다"며 "다행히 저희 학교는 (교장 등) 관리자들이 지지해 주는 분위기여서 제가 있는 학년은 두 분 빼고 모두 병가를 냈다"고 밝혔다.

더구나 서이초 교사의 49재를 앞두고 알려진 다른 교사들의 극단적 선택 소식이 알려지면서 추모 열기는 더욱 커진 것으로 보였다.

이날 최모씨는 "서이초 사건뿐만 아니라 최근 서울, 전북에서 선생님이 돌아가시고 어제는 용인 고등학교 선생님의 사망 소식에 충격을 받아 잠도 잘 못 잤다"며 "서이초 사건을 겪고도 학교 현장의 심각성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있었나, 학교가 안전한 곳이 아닌 것 같다. 선생님들의 어려움을 산업재해로 인정하고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학교가 선생님들의 연차 비협조적임에도 안타까운 마음에 서이초를 찾은 선생님들도 있었다.

경기도에 근무하는 또 다른 초등교사 안모씨(31)는 역시 "관리자들은 교육부 입장을 그대로 말하면서 연가, 병가를 승인하지 않을 거니까 쓰지 말라는 식으로 얘기했다"며 "저희 학교는 60학급 중에 36명의 선생님이 병가를 냈다"며 "재량휴업이 안 돼 아이들은 수업을 받고 있어서 마음이 무겁다. 학교에 계신 선생님들도 그런 마음일 것이어서 모두 마음이 편치 않은 상황에서 오늘이 왔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 17년차 초등교사 최모씨는 "합법적인 연가, 병가 사용을 차단하고자 했던 교육당국의 태도는 직권남용이고 폭압적이라는 의견이 많다"며 "다양한 방법으로 추모하는 것을 막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서이초 교사의 49재를 맞아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서 추모 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이날 오후 3시에는 서이초 강당에서 서울시교육청 주최 '49재 추모제'가 열린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비롯해 조희연 교육감, 임태희 경기교육감, 정성국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 등이 참석한다.

이어 국회 앞에서는 오후 4시 30분부터 '한마음으로 함께하는 모두'라는 이름의 교사 모임 주최로 집회가 개최된다. 이밖에 서울교대, 경인교대 등 대학가에서 오후 7시부터 추모 집회가 열린다.
서이초 교사에 이어 서울 양천구, 전북 군산, 경기 용인의 교사가 잇따라 극단 선택을 하면서 집회에 참석하는 교사들은 수십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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