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사료값도 없다면 문닫아야" "멸종위기종 보호하는 역할" [입장 들어봤습니다]

노유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9.05 18:02

수정 2023.09.05 18:03

갈비사자가 부른 동물원 존폐논란
갈비뼈 드러낸 '바람이' 계기로 민간 동물원 관리 부실 도마에
"사람 위해 인위적 통제해선 안돼... 해외처럼 자연친화적 공간 필요"
지난달 영양 부족으로 비쩍 마른 이른바 '갈비 사자'가 충격을 준 후 소형 부실 동물원 존폐 논란이 커졌다. 왼쪽은 경북 김해시 부경동물원에서 부실 사육되다 충북 청주시 청주동물원으로 옮겨 건강을 회복한 사자 '바람이'. 뉴시스
지난달 영양 부족으로 비쩍 마른 이른바 '갈비 사자'가 충격을 준 후 소형 부실 동물원 존폐 논란이 커졌다. 왼쪽은 경북 김해시 부경동물원에서 부실 사육되다 충북 청주시 청주동물원으로 옮겨 건강을 회복한 사자 '바람이'. 뉴시스
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에서 여름을 난 멸종 위기종 판다 푸바오. 연합뉴스
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에서 여름을 난 멸종 위기종 판다 푸바오. 연합뉴스
이른바 '갈비 사자'로부터 시작된 동물권 논쟁이 동물원 존폐 논란으로 확대되고 있다.

경남 김해시 부경동물원에 있던 사자 '바람이'는 너무 마른 나머지 갈비뼈가 앙상하게 드러나 '갈비 사자'로 불렸고 동물원도 학대 논란에 휘말렸다. 부경동물원측은 코로나19로 인한 재정악화가 원인이라는 입장이다. 동물원 대표는 바람이를 충북 청주시 청주동물원에 기증했다.
부경동물원은 문을 닫고 남은 동물들을 처분키로 했지만 여전히 사료비를 대기도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는 일부 동물보호단체가 후원해 사룟값을 대고 있다.

5일 파이낸셜뉴스가 만나본 시민들 사이에선 운영이 부실한 민간 동물원을 폐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초기 운영 취지는 좋더라도 재정이 열악하면 동물 건강관리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동물 학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반면 어린이 교육 차원에서 대형 동물원 뿐 아니라 곳곳에 소형 동물원이 운영되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잘 운영되는 동물원의 경우 효과적으로 멸종 위기종을 보호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었다.

■ "갈비사자 방송, 충격이었다"

일부 시민들은 동물원 운영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다. 동물을 가둬 키우는 인위적 형태에 대한 반감이 컸다.

직장인 박모씨(38)는 "갈비사자 방송을 우연히 시청했는데 충격이었다"며 "어릴 때 동물원을 좋아해서 자주 갔고 신기해하며 즐겼지만 이제는 가지 않는다. 우리에 갇힌 동물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든다"고 밝혔다.

서울 직장인 최모씨(33)도 "채식 관련 책을 읽은 계기로 동물권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며 "사람의 즐거움을 위해 인위적으로 동물을 통제하는 동물원은 사라져야 할 문화"라고 강조했다.

해외 사례를 언급하는 경우도 있었다. 직장인 강모씨(42)는 "해외를 가거나 영상을 보면 동물원이 아닌 국립공원 형태로 동물과 함께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며 "우리도 동물원이 아니고 동물 친화적인 공원을 조성해서 인간이 개입하지 않는 형태로 전환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관리가 부실한 민영 동물원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대학원생 이모씨(29)는 "간혹 학대 논란이 벌어지는 중소 동물원 뉴스를 보면 동물을 관리할 공간적, 재정적 환경이 부족한 곳이 많아보였다"면서 "'푸바오'(판다) 사례처럼 야생으로 돌아갔을 때 살아남지 못할 만한 동물들을 중심으로 자연과 비슷한 환경에서 운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영상 이유로 관리가 부실한 동물원은 폐쇄하는 것이 맞다는 의견도 나왔다.

경기 성남시 거주 구모씨(31)는 "동물권 논의를 떠나 동물원도 기업인데 경영상 어려움이 있다고 하면 폐쇄하는 것이 맞다"며 "동물원은 공동체의 유지를 위해 필수 시설이 아니고 여가시설에 그친다. 재정이 부족해 관리할 능력이 안된다면 폐원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서울 서초구 거주 김모씨(29)도 "동물 복지는 인간이 베풀 수 있는 하나의 시혜일 뿐이지 법적으로 지켜져야 할 의무는 아니다"면서도 "다만 동물원이 경영이 어렵고 지원도 받을 사정이 안된다면 스스로 영업을 접는 것이 맞다"고 전했다.

■ "멸종위기종, 보호받아야"

부실 동물원 폐쇄만이 답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었다.

직장인 유모씨(29)는 "멸종위기종이나 보호받아야 하는 동물은 동물원을 통해서 보호하는 것이 맞다"며 "아이들 교육 차원에서도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기는 하다"고 지적했다.

직장인 정모씨(33)도 "동물 복지가 더 갖춰진 환경의 동물원으로 개선돼야 할 것 같다"면서도 "서식지 파괴로 자연에서 보존이 어려운 개체의 경우 특별한 관리를 받으면서 유지할 수 있고 생태계 연구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다.

부실 동물원 사태를 막기 위해 동물원법을 강화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지난해 개정된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동물원수족관법)이 오는 12월 시행된다. 개정 동물원수족관법에 따르면 동물원과 수족관 운영은 등록제가 아닌 허가제로 바뀐다. 동물별로 적합한 사육 기준도 시행규칙을 통해 정해질 예정이다.
다만 이미 운영되고 있는 동물원은 새로운 기준에 맞게 시설을 개선하기까지 5년의 유예기간을 준다.

직장인 홍모씨(30)는 "굶어서 갈비뼈 보이고, 냄새나고 좁은 우리 갇혀있는 동물들 보면 너무 잔인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법을 더 보완해서 진짜 책임감 가진 이들이 끝까지 잘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고"고 주장했다.


서울 노원구에 거주하는 이모씨(40)는 "현실적으로 부실 동물원을 폐원하면 그곳 동물들을 한꺼번에 받아줄 동물원은 없고, 이동이나 관리에 혼란을 빚을 것"이라며 "동물원의 환경이 개선될 수 있도록 법적인 장치 등을 더 고민하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라고 전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강명연 김동규 주원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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