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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직역연금 동반 개혁해야 연금개혁 공감 얻는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9.05 18:31

수정 2023.09.05 18:31

공무원·군인연금에 내년 10조 보전
개혁 중인 국민연금과 형평성 잃어
5일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국가재정운용계획(2023~2027년)에 따르면 올해 공적연금 의무지출은 67조7000억원으로 추산됐다. /사진=뉴시스
5일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국가재정운용계획(2023~2027년)에 따르면 올해 공적연금 의무지출은 67조7000억원으로 추산됐다. /사진=뉴시스
기획재정부가 5일 국회에 제출한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내년에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에 10조240억원의 정부 재정이 투입된다. 올해보다 14%나 늘어난 액수다. 두 직역연금에 대한 재정 투입액이 늘어나는 이유는 연금의 재정적자가 커졌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에 대한 내년 국가지원액은 111억원으로 올해보다 5.7% 늘어나는 데 그친다.


두 기금이 적자를 낸 것은 오래전이다. 공무원연금은 1993년, 군인연금은 1973년부터 적자를 기록해 부족액을 국가가 채워주고 있다. 개혁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때마다 반발에 부딪혀 '찔끔 개혁'으로 끝나고 말았다. 국민연금 개혁이 추진되고 있지만 두 연금개혁이 더 시급한 상황이다.

공무원연금은 2015년 기여금 부담률이 14%(본인부담 7%)에서 18%(본인부담 9%)로 인상됐고, 지급률은 1.9%에서 1.7%로 인하됐다. 군인연금은 2013년 보험료율이 11%에서 14%로 올랐다. 그러나 그 정도의 개편만으로는 적자를 해소하기에 역부족이다. 고령화로 인해 연금을 내는 사람보다 받는 사람이 더 빨리 늘고 있기 때문이다.

2055년이 고갈 시기로 예고된 국민연금은 개혁의 밑그림은 그려진 상태다. 현재 9%인 보험료율을 15% 전후로 올려 '더 내고 늦게 받는' 방안을 놓고 여론을 수렴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정도 개편조차도 젊은 층 등의 반발을 사고 있어 향후 개혁 과정이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무원과 군인은 보험료를 두 배 더 내고 연금을 네 배 더 받고 있다. 더 많이 내고 더 받지만 더 받는 규모가 너무 크다.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재 공무원 및 군인 연금 수급자 1인당 국가보전금 액수는 연간 726만원이다. 이대로라면 2070년에는 퇴직공무원 1명에게 한 해에 1754만원을 세금에서 지원해야 한다.

국민연금에 가입한 일반 국민으로서는 자신의 보험료를 더 내는 것과 더불어 공무원과 군인에게 연금을 보태주기 위해 세금을 더 내야 하는 이중의 부담을 지는 꼴이다. 국민들이 이런 현실을 받아들일 리 만무하다. 공무원이나 군인, 교사가 일반 국민과 다른 특별한 혜택을 받을 이유는 없다. 똑같이 나라 발전을 위해 일하고 애를 쓰고 노후를 위해 연금보험료를 붓고 있다. 그렇다면 나머지 연금들도 국민연금과 발을 맞춰 함께 개편하는 게 마땅하다. 국민연금을 개혁하려면 직역연금 개혁이 동반돼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형평성을 기하고 개혁에 공감을 얻는 길이다.

이와 관련,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민간자문위원회가 군인연금 보험료율을 14%에서 18%로 올리는 대신 지급률(연간 소득 대비 연금액 비율)은 1.9%에서 1.7%로 낮추는 방안을 권고한다는 소식이 들리기도 했다. 그렇게 되면 3대 직역연금(공무원·사학·군인)의 보험료율과 지급률이 모두 같아진다. 그러나 후속 조치는 나오지 않았다. 국민연금 개혁에 논의의 비중을 더 크게 둔 탓이기도 할 것이다.

직역연금의 보험료율을 조정하는 '모수개혁'을 넘어 공적연금 전체를 하나의 틀로 통합하는 구조개혁도 필요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공적연금을 일원화해 직역 간 불평등을 해소하고 비용을 절감하라고 권고했다. 당장은 국민연금 개혁이 더 급한 과제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국민연금 개혁이 추진력을 얻으려면 동시 개혁이 바람직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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