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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남편·아들 객사한다"…무당에 속아 모텔 헐값에 넘긴 아내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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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모텔 싸게 빨리 팔아. 그거 안 팔면 마가 끼어 네 남편과 아들이 객사한다."

무속인 A씨(60·여)의 신당을 찾아간 B씨(60·여)는 청천벽력과 같은 말을 들었다. 무속신앙을 믿던 B씨는 집안일이 잘 풀리지 않자 용하다고 소문이 난 A씨의 신당을 3년 전인 2020년 2월10월쯤 찾아갔다.

여러 이야기를 듣던 무당 A씨는 B씨에게 대뜸 "남편이 자신의 능력보다 재산이 너무 많아 급사할 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모텔을 빨리 처분하지 않으면 남편과 아들이 객사한다. 모텔을 23억원에 빨리 팔아야 한다"며 겁을 줬다.

옆에서 A씨와 함께 일하던 법사 C씨(60)도 신내림 내용을 거들었다.

B씨의 남편은 2년 전 광주광역시 광산구의 한 6층짜리 모텔을 매입했고, B씨가 무당을 찾아갈 땐 대출금의 원금과 이자, 공과금 납부 등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던 시기였다.

무당의 말을 믿은 B씨는 남편 몰래 모텔 처분에 나섰다. B씨는 남편이 이 모텔을 30억원 이하엔 처분하지 않으려는 것을 알았지만, 무당에게 매매까지 통째로 맡기며 "23억원에 모텔을 살 사람을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무당들은 이 모텔이 판매된 뒤 B씨로부터 3억원 상당의 굿 비용을 받기로 했다.

B씨는 이틀 뒤 이 무당들에게 770만원을 주고 액막이굿을 벌였다. 이후 부동산 매매는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A씨는 먼 친척을 통해 모텔을 구매하겠다는 사람을 찾았다. B씨는 거래에 필요한 남편의 인감도장과 자동차 운전면허증을 몰래 챙겨와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소유권 이전 등기업무절차를 담당한 법무사는 모텔 실소유주인 B씨의 남편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는데, 이때도 무당과 B씨는 C씨에게 남편 행세를 하도록 해 법무사를 속여 넘겼다.

그렇게 B씨 남편의 건물은 무당집 방문 8일 만에 저렴한 가격에 남의 손에 넘어갔다. 무당들은 같은해 2월말쯤 B씨에게 두번째 굿판을 해주고 1억원을 받아 챙겼다. 같은해 3월말에는 세번째 굿을 진행하며 1억7000만원을 받아챙겼다.

결국 이들은 모두 사문서 위조, 위조사문서 행사 혐의로 경찰 수사와 재판을 받게 됐다. 조사결과 A씨는 무속인 사기 범행 등을 저질러 3차례 처벌을 받은 전력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1심 재판부는 A씨와 B씨에게 징역 1년2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C씨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이들에게는 각 100~20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도 내려졌다.

1심 재판부는 "위조대상인 매매 목적물이 상당한 가치를 지니는 부동산이고, 매매계약서 위조는 신뢰에 큰 손상을 입히는 것으로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A씨는 무속 관련 사기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고 실형 선고를 받은 적도 있어 징역형의 선택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B씨에 대해서는 지급받은 매매대금을 혼자 취득한 것이 아닌 남편과 공동귀속한 점, A씨에 의해 의사를 지배당한 상태에서 범행을 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한다"고 설명했다.


A씨와 C씨는 자신들에게 유죄 판결을 내린 1심이 부당하다며 항소를 제기했으나 광주지법 제3형사부(재판장 김성흠)는 최근 이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B씨가 남편을 설득하거나 함께 논의하는 등 상식적인 절차 없이 단독으로 거금을 들여 굿을 하고, 매매 과정에 타인을 개입시키면서까지 모텔을 차익 없이 매도하는 것은 부자연스러워 보인다"며 "A씨는 B씨에게 재산목록을 달라고 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C씨가 B씨 남편 행세를 하면서 법무사의 확인 전화를 받지 않았다면 모텔 매매가 어려웠을 것으로 판단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들이 모두 모텔 매매계약에 가담했음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