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中, 7나노 양산 실화냐"…'화웨이 쇼크'에 반도체 업계 술렁

장민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9.09 11:46

수정 2023.09.09 11:46

화웨이 스마트폰에 中 부품 90%
SMIC 7나노 공정 칩 탑재
반도체 칩 설계 기술도 대폭 향상
중국 화웨이가 최근 출시한 플래그십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 이미지.
중국 화웨이가 최근 출시한 플래그십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 이미지.

[파이낸셜뉴스] 화웨이가 신규 플래그십(최상위) 스마트폰 '메이트60 프로'에 7나노미터(1nm=10억분의 1m) 파운드리 공정에서 제조된 첨단 반도체가 탑재되자 전세계 반도체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아날로그 반도체 수준에 머물렀다고 평가된 칩 설계 기술 수준도 과거와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끌어올리면서 중국이 미국의 고강도 규제를 뚫고 반도체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화웨이가 지난 8월 29일 공개한 메이트60 프로 부품 90% 이상은 중국 업체 제품이다.

주목되는 부분은 중국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술 수준이다. 메이트60 프로에는 세계 5위 파운드리 중국 업체 SMIC의 7나노 공정에서 생산한 '기린 9000S' 칩이 적용됐다. 기린 9000S는 SMIC의 7나노 2세대 공정으로 만들어졌는데, 1세대 대비 셀 면적을 10% 줄여 경쟁사와 비슷한 성능을 갖췄다는 평가다.


중국이 초미세공정으로 평가되는 7나노 기술 영역으로 본격적으로 진입한 것이다. 반도체 공정이 미세화될수록 생산 난이도가 급격히 올라가는 탓에 지금껏 7나노 이하 공정은 TSMC·삼성전자 만이 유일하게 양산에 성공했다.

전문가들은 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SMIC가 액침불황아르곤(ArFi) 기반 심자외선(DUV) 장비를 여러 번 패터닝하는 멀티패터닝을 통해 칩을 생산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멀티패터닝 적용에 따른 노광 비용 증가 등은 중국 정부 차원에서 지원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앞서 미국은 14나노 이하 시스템반도체 등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미국산 장비의 중국 수출을 금지했다. 첨단 반도체를 만드는데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만드는 ASML을 압박해 해당 장비의 중국 수출 길도 막힌 상태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차용호 연구원은 "화웨이는 중국 정부의 지원이 우회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의혹이 지속돼 왔다"며 "SMIC의 7nm 멀티패터닝의 의문스러운 비용 효율성 또한 정부의 지원이 예상되는 만큼 메이트60 프로는 중국의 반도체 자립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언급했다.

중국이 반도체 전자설계자동화(EDA) 기술 수준을 대폭 끌어올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도체 설계에 필수적인 소프트웨어인 EDA는 회로 설계, 시뮬레이션, 오류 검증 등에 사용된다. 엔지니어가 반도체 회로를 쉽게 설계하도록 각종 기능을 구현한 것이다.

EDA는 칩 설계 강자인 미국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영역이다. 화웨이는 미국의 수출 통제 명단에 포함되며 미국이 중국 반도체 산업에 가한 것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규제를 받은 탓에 미국산 EDA 툴을 전혀 사용하지 못했다.


KB증권 강효주 연구원은 "그간 중국의 EDA 기술은 아날로그 반도체 분야에 머물러 있다고 평가받았던데다 화웨이마저도 14나노를 연구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하지만 이번 7나노 제품 양산은 중국이 EDA 분야에서도 가파른 기술 진보를 이뤄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