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강남시선

[강남시선] 美中 갈등에 등 터지는 K-반도체

김홍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9.10 20:12

수정 2023.09.10 20:52

[강남시선] 美中 갈등에 등 터지는 K-반도체
"화웨이가 4년 만에 5G(5세대) 스마트폰 시장에 복귀할지 몰랐다." "한국 반도체 기업에 불똥이 튈까 걱정이다."

'화웨이 쇼크'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구글, 삼성 등 휴대폰 업체뿐만 아니라 반도체 기업들도 비상이 걸렸다.

한때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의 21%를 차지하며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에 올랐던 중국의 대표 통신장비 및 휴대폰 업체인 화웨이는 미중 패권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지난해 시장점유율이 2%까지 급락했다. 사실상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퇴출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중국 반도체기업 SMIC가 자체 생산한 7나노(1㎚=10억분의 1m) 칩을 장착한 '메이트 60 프로'로 다시 일어섰다. 이 제품은 최신 5G 스마트폰과 비슷한 성능을 보였다.

전 세계가 놀란 이유는 중국이 자체적으로 7나노 기술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7나노급 칩을 만들기 위해서는 네덜란드의 ASML이 제작한 극자외선(EUV) 노광(빛으로 반도체 회로를 새기는 기술) 장비를 이용해야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지난 2019년부터 중국으로의 EUV 장비 수출을 금지했다. 이 때문에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던 7나노 칩을 중국이 자체 개발했다는 것은 충격일 수밖에 없다.

이는 첨단 반도체 수입과 생산을 막아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중국의 최첨단기술 발전을 막으려던 미국의 의도가 먹히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미국은 당장 메이트 60 프로에 미국의 기술이 사용됐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 7나노 칩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기술 및 도구가 사용됐는지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번 화웨이 쇼크의 불똥이 한국의 반도체와 휴대폰으로 튈 수 있다는 점이다.

메이트 60 프로에 SK하이닉스의 스마폰용 D램인 '저전력 더블데이터 레이트5(LPDDR5)'와 낸드플래시가 장착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 측은 "화웨이와 거래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미국 상무부에 이 사실을 신고했고, 자체 조사에 들어갔다"고 해명했다. 현재로서는 SK하이닉스 칩을 제3자나 중간상인을 통해 거래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측되지만 미국의 조사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SK하이닉스의 과오가 아니라고 결론이 나더라도 공급망 교란이 확인된 만큼 앞으로 중국에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운신 폭이 좁아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미국 정부의 중국 내 첨단 반도체장비 반입금지 규제와 관련, 지난 1년간 유예를 받은 양사는 오는 10월 추가 연장을 기대했으나 이번 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화웨이 쇼크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핵심사업을 차별화·고도화하지 않으면 언제든 미중 패권경쟁에 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핵심 기술을 확보하고 주요 산업의 경쟁력을 높여 중국 등 반대 진영도 우리나라에 기능적으로 의존하게 만들어야 한다.

hjkim@fnnews.com 김홍재 정보미디어부장 산업부문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