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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경제난 속 명분도 없는 파업, 공멸로 가려는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9.11 18:12

수정 2023.09.11 20:07

13일부터 현대차 노조 등 파업 시작
과도한 요구 국민 동의 얻기 어려워
한국노총 금속노련 포스코노동조합이 지난 7일 오후 포스코 포항제철소 본사 앞에서 사측과 임단협 결렬에 따른 쟁의대책위원회(쟁대위) 출범식을 개최했다. /사진=뉴스1
한국노총 금속노련 포스코노동조합이 지난 7일 오후 포스코 포항제철소 본사 앞에서 사측과 임단협 결렬에 따른 쟁의대책위원회(쟁대위) 출범식을 개최했다. /사진=뉴스1

경제난이 가중되는 가운데 여러 노조들이 동시다발로 '추투(秋鬪·노조의 가을 투쟁)'에 나서고 있다. 13일부터 국가 기간산업체인 현대차, 기아, 포스코 등과 철도노조 등 공기업들이 파업을 벌인다고 한다.

노조들은 경제 호황기에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무리한 요구조건을 내걸고 있다. 현대차는 정년 64세로 연장, 전년도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등을 수용하라고 한다.
기본급 10만1000원 인상, 성과급 300%+750만원 지급이라는 사측의 제안도 거부했다. 기아도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달라고 요구한다.

포스코의 노사 임단협 교섭이 결렬된 것은 1968년 창사 이래 처음, 즉 노조가 파업을 하겠다고 나선 게 55년 만에 처음이다. 철도노조가 소속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이달 중순부터 11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공동파업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주된 요구는 민영화 반대다.

저마다 이유가 있겠지만 노조의 요구들은 수용할 수 없을 만큼 도를 넘어섰거나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드는 것들이다. 근로자의 정년은 법으로 60세로 정해져 있는데 현대차만 4년을 늘려달라고 떼를 쓰고 있다. 공기업 민영화는 아직 정부가 공식화한 적도 없는 사안이다. 지레 선수를 치고 있는 것이다. 공기업 민영화는 경영효율성의 차원에서 정부가 판단할 문제다.

파업을 벌이겠다는 기업들의 이름만 들어도 고임금을 받는, 이른바 '귀족노조'로 불리는 거대기업들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세계적 경제불황으로 대다수 기업들은 경영난에 직면해 있다. 파산에 내몰린 기업도 많다. 이런 판국에 나라경제 전체를 생각하지 않고 나만 잘살고 보겠다는 노조의 파업은 대다수 국민의 동의를 얻기 어렵다.

물론 현대차가 품질 좋은 차를 만들어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경영성과를 거두고 있긴 하다. 그러나 잘나갈 때일수록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 미래차 개발과 시장개척을 위한 투자에 큰돈이 든다. 영업이익을 많이 냈다고 임금을 그만큼 올려주면 투자할 돈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포스코의 경우도 노조 요구를 다 들어주면 노조원 1인당 연봉을 9500만원씩 올려주는 것이라는 사측의 주장이 맞는다면 과한 정도가 아니다.

하반기에 경제사정이 풀릴 것이라고 했지만 예측이 빗나가고 있다. 국제유가는 연말까지 계속 올라 물가상승 압력을 가하고 있다. 국민의 삶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꼬박꼬박 적지 않은 월급을 받는 공기업 노조원들이 도로를 점거하며 벌이는 무법천지의 파업에 국민들은 이미 신물이 나 있고 일말의 동조도 하지 않는다. 합리적인 선에서 노사는 합의를 이끌어내 협상을 타결해야 한다.
민생과 국가경제는 안중에도 없이 나만, 노조만 우선시하다가는 공멸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음을 깨닫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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