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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한전 200조 빚 해결책은 정치 배제한 요금 조정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9.11 18:12

수정 2023.09.11 18:17

5년간 갚을 이자만 무려 24조원대
다른 적자 공기업도 구조개혁 시급
/그래프=연합뉴스
/그래프=연합뉴스

지난 상반기 빚이 200조원대로 불어난 한전이 향후 5년간 부담할 이자만 24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한전이 국회에 제출한 2023~2027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 보고서에 따르면 한전 부채는 올해 말 205조8000억원에서 2027년 226조3000억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2조8185억원이었던 이자비용은 올해 4조4000억원, 2027년엔 5조1000억원으로 불어나 5년치 이자가 24조원이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5년간 매일 감당해야 하는 이자가 131억원이라고 한다. 상상 초월의 수치가 아닐 수 없다.

한전의 천문학적인 부채와 눈덩이 이자는 제때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은 게 결정적인 이유다.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전력 구입비는 끝없이 치솟았지만 판매가격엔 시세가 온전히 반영되지 않았다. 2021년 이후 지금까지 47조원 넘게 영업손실을 봤고, 200조원대 빚더미에 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해부터 40% 가까이 요금을 올렸지만 만회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시장에선 3·4분기 한전의 반짝 흑자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4·4분기에는 다시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고유가·고환율 복병이 한전의 숨통을 조여오고 있는 현실은 설상가상이다. 최근 국제유가는 산유국들의 감산정책 여파로 10개월 만에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섰다. 미국 월가는 연내 100달러 돌파를 점치고 있다. 1300원대를 웃돌고 있는 원·달러 환율도 리스크로 떠올랐다. 한전은 예상보다 환율이 5%, 에너지 가격이 10% 상승할 경우 내년에 6조원대 적자를 피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한다. 적자가 계속되면 한전채 추가 발행도 쉽지 않다. 한전채 규모가 법으로 정한 한도에 걸려 자금줄이 막히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망가질 대로 망가진 한전의 정상화는 뼈를 깎는 자구책을 전제로 한 요금현실화 말고는 방법이 없다. 무엇보다 정치권이 요금 결정에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 정부는 당초 한전 누적적자 해소까지 염두에 두고 올해 필요한 전기요금 인상 폭을 ㎾당 51.6원으로 산정했지만 상반기 누적요금 인상 폭은 ㎾당 21.1원에 그쳤다. 여론 눈치를 본 여당의 전략적 판단이 작용한 결과다. 이런 식의 정치적 결정이 한전의 건전성을 해친다. 전 정부 때부터 그랬다. 요금은 철저히 비용에 기반해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전기요금 결정을 독립기구에서 전담케 하는 것이 시급하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7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전력요금 조정을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며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부와 한전은 이달 중순부터 4·4분기 요금 관련 논의를 시작한다. 인상요인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요금을 정해야 할 것이다. 누차 강조하지만 정치권은 더 이상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

기업의 자구책과 강력한 쇄신의지도 절실하다. 이는 한전뿐만 아니라 공공기관 대부분에 해당하는 문제다. 11일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공공기관 재무관리계획에 따르면 재무위험 공공기관 14곳 중 9곳이 올해 당기순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 코레일, 지역난방공사, 석탄공사, 석유공사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이 부실해지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이 지게 된다. 방만경영 여부도 엄격히 따져봐야 한다.
기업 스스로도 말로만 개혁이 아닌 실질적 체질개선에 적극 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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