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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30대 폐경도 나오는데 미혼은 지원 No?".. 韓가임력 관리 무방비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9.13 06:00

수정 2023.09.13 10:56

한국무역협회 MZ세대 저출산 극복 논문경진대회
현실성 있는 접근법이란 평가로 1등상 받은
대구대 박효진 전임연구교수 '적극적 가임력 관리' 주장
35세부터 생식능력 저하, 2030대부터 가임력 관리 필요
현실은 사회진출과 만혼으로 난임 증가
"최소한 난임, 노화로 출산 포기 않도록 관리 필요"
지난 7월 27일 서울시내 한 보건소에 임신 준비 부부를 위한 안내문이 놓여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다둥이를 임신하면 태아 1명당 100만원을 의료비로 지원하고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난임 부부에게는 난임 시술비 지원 및 냉동난자 보조생식술 비용도 일부 지원하는 내용의 '난임·다둥이 맞춤형 지원대책'을 발표했지만 미혼 남녀의 가임력 관리에 대한 지원은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뉴스1
지난 7월 27일 서울시내 한 보건소에 임신 준비 부부를 위한 안내문이 놓여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다둥이를 임신하면 태아 1명당 100만원을 의료비로 지원하고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난임 부부에게는 난임 시술비 지원 및 냉동난자 보조생식술 비용도 일부 지원하는 내용의 '난임·다둥이 맞춤형 지원대책'을 발표했지만 미혼 남녀의 가임력 관리에 대한 지원은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언제 폐경(난소기능부전)이 될지, 가임력을 알고 싶어서 AHM(항뮬러관호르몬)검사를 받고 싶은데요. 난자 냉동 비용도 궁금합니다. 건강보험 적용되나요. 미혼이에요."(경기도 거주 40대 미혼여성)
"미혼이면, (국민건강보험)전부 비급여입니다.
"(국내 모 난임병원)


40대 고령 출산은 물론이고, 30대 조기 폐경도 매년 증가추세에 있지만 미혼 여성의 단순 난소기능 확인 검사나, 난자 동결은 국민건강보험 비급여 대상이다. 기혼의 경우엔, 난임으로 판명될 경우 '난소 나이' 검사로 불리는 AHM 등 관련 비용이 건강보험상 적용대상이나, 그렇지 않은 경우엔 비급여다. 합계출산 '0.7'의 초저출산 시대이라고 하나, 2030대 미혼 여성의 가임력 관리 자체가 사실상 제도 바깥에 놓인 것이다.

박효진 대구대 전임연구교수. 본인 제공
박효진 대구대 전임연구교수. 본인 제공
최근 한국무역협회 주최 'MZ세대 대상 저출산 극복 논문 경진대회'에서 109대 1의 경쟁을 뚫고 1등상(최우수상·무협협회장상)을 받은 박효진 대구대 생명공학과 전임연구교수 겸 난임연구소 연구원(36)는 "2030대부터 남녀 모두 자발적 가임력 관리가 가능하도록 건강검진 항목에 가임란이 추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상 생활에서 가임관리가 대중화되도록 스마트폰 등을 활용한 디지털 케어 아이디어도 함께 제시했다. 당시, 박 교수가 제시한 '적극적 가임력 관리 방안'은 심사위원들로부터 저출산 문제에 대응하는 현실적인 접근법이란 평가를 받았다.

지난 8월 31일 한국무역협회 정만기 부회장(왼쪽)이 저출산 논문경진대회에서 1등 최우수상을 받은 박효진 대구대 전임연구교수 겸 난임연구소 연구원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무협 제공
지난 8월 31일 한국무역협회 정만기 부회장(왼쪽)이 저출산 논문경진대회에서 1등 최우수상을 받은 박효진 대구대 전임연구교수 겸 난임연구소 연구원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무협 제공
배아 연구 전문가이면서 그 자신 난임을 경험한 적 있다는 박 교수는 12일 본지 인터뷰에서 "여성은 물론이고, 아마 남성의 99%는 자신의 가임력에 대해서 의심하는 경우가 거의 없을 것이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면서 "통상 35세부터 생식능력이 급격히 저하되는데, 신입사원 평균 나이가 31세다. 결혼이 늦어져 막상 임신을 하려고 보면, 임신이 어려운 경우가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난소 기능에 따라 사전에 난자 냉동이라도 해놓아야 하는데 내 가임력이 언제부터 급격히 저하될 지 관심도 없지만, 정책적으로도 지원이 이뤄지지 않아 사실상 가임력 관리에 있어 '무방비 상태'에 놓인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20대부터 건강검진표에 여성, 남성 모두 가임란을 만들어 난임, 정자의 활동성 저하, 조기 폐경 등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미혼·기혼 여부를 막론하고 20대부터 AHM 난소검사 등 가임력을 확인할 수 있는 검사를 건강검진 항목으로 편입시키고, 검사 결과, 난임 또는 조기폐경 가능성이 있을 경우 난자, 정자 동결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 방안이 적극 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 난자 동결(미혼·기혼)2010년 5839개에서 2019년 3만4168개로 6배이상 증가했다. 난자 동결을 위한 1회 시술비는 통상 250~500만원(냉동 보관료 별도)이 들지만 비급여다. 이달부터 서울시가 생애 1회 200만원까지 난자 동결 지원을 실시하는 것 외에, 기혼 및 난임 판정자 외의 난자 동결에 대한 정부지원이나 지차제의 지원은 부족한 실정이다.

서울 송파구 송파산모건강증진센터 난임지원 관련 상담부스 모습. 뉴스1
서울 송파구 송파산모건강증진센터 난임지원 관련 상담부스 모습. 뉴스1
남성도 예외는 아니다.
"남성들의 경우, 첫 아이를 가지는 연령이 높아지고 있는데, 비수도권 지역의 경우 남성 가임력을 위한 의료지원 서비스는 거의 전무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난소예비능 검사와 자궁 초음파를 1년 1회 무상또는 정부 지원을 받아 건강검진한다면 지금의 가임력 관리가 무방비한 상태보다는 조금더 건강한 3040대를 준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난임, 노화 때문에 출산을 포기하는 상황을 최소한 예방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라며 "사회적으로 가임력 관리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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