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학벌에 목매는 일본… 도쿄 유명 학군지에선 유치원부터 대입 준비 ['사교육 공화국' 대한민국]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9.12 18:16

수정 2023.09.12 20:48

(9)세계 주요국의 사교육
'유토리 공교육'정책 불신 강해
막대한 수업료 내더라도 '사립'
명문대 진학의 보증수표로 인식
학벌에 목매는 일본… 도쿄 유명 학군지에선 유치원부터 대입 준비 ['사교육 공화국' 대한민국]
【파이낸셜뉴스 도쿄=김경민 특파원】 사교육 문제는 일본도 예외가 아니다. 일본은 한번의 입시로 인생이 결정되는 '원샷 게임의 원조국'이었다. 한국도 이런 일본의 교육시스템을 대체로 차용했기 때문에 비슷한 사교육 문제가 계속됐다.

일본도 우리와 비슷한 학벌사회다. 하지만 일본은 한국만큼 대입 스트레스가 크지 않다는 평가다. 지난해 일본의 4년제 대학 진학률은 57% 정도였다.
60%가 훨씬 넘는 한국을 밑도는 수준이다.

일본의 고등학생들은 대체로 '고3' 때부터 본격적인 입시를 시작한다. 이전까지는 동아리나 클럽활동에 집중하며 학창시절을 즐기는 게 보통 일본 고등학생의 삶이다.

일본은 사립중학교 입시가 있어서 비교적 이른 초등·중학교 때부터 대학 진학을 결정한다. 도쿄의 경우 초등학생 5명 중 1명은 중학교 입시를 치른다. 여기서부터 나머지 4명은 이미 대입과 멀어지는 것이다.

일단 대입을 하기로 마음먹으면 무한경쟁 체제인 '그들만의 리그'가 펼쳐진다.

도쿄 미나노구, 시부야구 등 이른바 부촌 지역에서는 아예 유치원 때부터 대입에 대비한 교육을 시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초등학교 졸업생의 90% 이상이 사립학교에 진학하고, 초등 3~4학년부터는 대부분이 입시학원에 다닌다. 여전히 공립중학교에 보내면 일본 정부의 '유토리(여유) 교육' 정책으로 인해 고입은 물론 대입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인식이 학부모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다.

부유층 학부모들은 자녀가 일단 유명 사립 중·고교에 들어가면 대학 입학이 보장되는 만큼 막대한 수업료를 지불하면서도 사립학교를 택한다. 일본의 명문 사립대학이 대부분 부속 초·중·고교를 갖고 있어 이들 학교에 진학하면 에스컬레이터 식으로 대학까지 진학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게이오초등학교는 6년간 들어가는 학비가 총 1000만엔이나 되지만 매년 경쟁률이 10대 1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일부 학부모들은 일본 내 국제학교로 학생들을 보낸다. 연간 학비가 300만엔이 넘어도 국제학교는 일본인 학생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국내 학생들의 국제학교 진학에 별도의 규제를 두지 않는다. 학비를 감당할 능력과 학습능력이 있으면 학교를 선택할 수 있다.

문부과학성에 따르면 일본에서 자녀 1명을 대학에 보내려면 유치원~대학 기준 국공립은 1078만엔, 사립은 2533만엔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처럼 사교육을 통한 대입 경쟁을 치르는 것은 일부 학생들 이야기일 뿐이다.

일본의 대입 경쟁이 덜한 이유는 복합적이다. 일단 가업승계가 일반적인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일본은 업력이 100년 넘는 장수기업이 3만3000곳이나 된다. 일본에서는 출생과 동시에 진로가 결정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에 대입에 목을 맬 필요가 없는 것이다.

'갈 만한' 대학도 많다. 한국은 성적을 기준으로 '스카이'(서울대·고려대·연세대)부터 줄 세우기를 하는 반면 일본은 진로에 따라 선호되는 대학이 다양하다. 예를 들어 수재들이 입학한다는 도쿄대는 공무원과 전문관료를 육성하는 대학이라는 이미지가 있고, 교토대는 학문과 연구 성과에서 더욱 인정받는 분위기다. 라이벌인 와세다대는 문과 계열에서, 게이오대는 이과 계열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지방 대학의 진학률은 44.8%에 이를 정도였다.

또 사실상 '완전고용'인 경제 상황도 대입 경쟁을 줄이는 요소다.
일손 부족에 시달리는 일본에서는 '모두가 대학을 갈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보편화됐고, 아르바이트만으로 먹고살기에 충분하다는 '프리터족'까지 만연한 사회가 됐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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