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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랑 증상 똑같은데 병원에서 "치료 가능하다네요"..무슨병이길래 [헬스톡]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9.14 04:50

수정 2023.09.14 09:57

과다한 뇌척수액이 중추 압박하면
보행장애·인지기능 저하 등 나타나
70세노인 100명중 2명이 앓고있어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파이낸셜뉴스] #. 40대 김모씨는 79세인 어머니가 최근 현관 비밀번호를 자주 잊어버리는 등 기억력이 떨어지신 것 같고 걸음걸이도 부자연스럽게 느려지신 것을 보고 치매가 걱정돼 병원을 찾았다. 병원에서 검사 결과 치매가 아닌 ‘정상압 수두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다소 생소한 질환에 걱정이 커졌지만 치료가 가능하다는 의료진의 말에 안도했다.

‘정상압 수두증’은 뇌 안에 액체로 있는 뇌척수액이 지나치게 많이 만들어지거나 흡수가 잘 되지 않아 과도하게 쌓이면서 뇌를 누르는 현상을 말한다.

운동, 인지, 배뇨 기능을 조절하는 중추가 뇌척수액에 의해 압박을 받으면 인지기능 저하와 무기력증을 느끼고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러워져 발을 넓게 벌리거나 작은 보폭으로 발을 질질 끌며 다니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소변을 참지 못하고 화장실에 가기도 전에 요실금으로 옷에 실수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일반인에겐 생소하지만 사실 70세 이상 노인 100명 중 2명꼴로 발생할 만큼 드물지 않은 병이다.

‘정상압 수두증‘은 치료가 가능한 질환인데,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 같은 치매로 오인해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65세 이상에 걸음이 느려지고, 기억력이 저하되고, 배뇨장애가 있으면 반드시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이밖에 △다리에 기운이 빠지거나 걸어다니면 쉽게 피로해지는 경우 △발바닥을 바닥에서 떼는 것이 힘든 경우 △몸의 중심을 잡지 못해 앞으로 자꾸 넘어지는 경우 △손이 떨려 글씨를 제대로 쓸 수 없는 경우 등도 의심 증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진단은 뇌CT 또는 뇌MRI 검사를 통해 뇌척수액이 있는 뇌실이 커진 것을 확인한 뒤, 요추 사이에 주사 바늘을 꽂아 30~50cc 정도의 뇌척수액을 허리에서 뽑아준 뒤 걸음걸이, 요실금, 인지기능 저하와 같은 증상이 개선되었는지 확인을 통해 최종 판단한다.

치료는 보통 전신마취 후 두개골에 구멍을 내고 션트 튜브(플라스틱 관)를 이용해 뇌실에서 복강으로 뇌척수액을 빼는 ‘뇌실-복강 단락술’을 시행하는데 최근에는 허리에서 복강 내로 우회로를 연결하는 ‘요추-복강 단락술’도 활발히 적용되고 있다.


중앙대병원 신경외과 박용숙 교수는 “요추 복강 단락술은 머리에 구멍을 내는 ‘두개골 천공술’을 시행하지 않아 국소마취로도 시행이 가능하고 전신마취 고위험군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며 “정상압 수두증은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기 때문에 방치하지 말고 65세 이상에 걸음이 느려지고, 기억력이 저하되고, 배뇨장애가 있으면 반드시 검사를 시행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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