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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허리케인 사망자 8000명, 곧 2만명 넘길 듯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9.14 14:57

수정 2023.09.14 14:57

10일 허리케인 다니엘로 인한 리비아 사망자 최소 8000명
동부 데르나에서만 5300명 이상 사망, 실종자 1만명
리비아 전체 사망자 곧 2만명 넘길 수도
기후변화로 허리케인 강해져, 내전 때문에 댐 관리 부실
허리케인 피해를 입기 전인 지난 7월 1일 촬영된 리비아 동부 도시 데르나(위쪽 사진)와 이달 13일 촬영된 데르나.로이터연합뉴스
허리케인 피해를 입기 전인 지난 7월 1일 촬영된 리비아 동부 도시 데르나(위쪽 사진)와 이달 13일 촬영된 데르나.로이터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지난 10일(이하 현지시간) 지중해 허리케인 ‘다니엘’로 막대한 홍수 피해가 발생한 북아프리카 리비아에서 13일 기준으로 약 8000명이 숨졌다. 사망자 숫자는 북동부 도시 데르나의 피해가 커지면서 2만명이 넘을 전망이다.

데르나에서 5300명 이상 사망
미국 NBC방송은 13일 리비아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날 기준으로 다니엘에 따른 사망자가 최소 8000명이며 약 1만명이 실종됐다고 전했다. 지난 4일 그리스와 이탈리아 사이에서 형성된 다니엘은 불가리아, 튀르키예 등을 강타했지만 특히 지난 10일 리비아 동부를 지나면서 큰 비를 뿌렸다. 리비아 인구 대부분은 사막과 산으로 인해 주로 좁은 해안가에 모여 살기 때문에 허리케인에 특히 취약하다. 오사마 알리 리비아 응급·앰뷸런스 담당 기관장에 따르면 13일 기준으로 리비아 동부 베이다에서는 바다로 쓸려간 150구의 시신이 수습되어 사망자 숫자가 200명으로 늘어났다.
이 외에도 수사, 마르지같은 도시들도 피해를 입었다.

가장 큰 피해가 발생한 곳은 데르나였다. 데르나는 수도 트리폴리에서 동쪽으로 약 900km 떨어진 항구도시로 이집트와 가깝다. 인구는 12만5000명이며 산과 바다 사이의 좁은 평원에 조성된 도시로 시가지 가운데 데르나 강이 흐른다.

지난 10일 데르나에서는 산중의 댐 2개 무너지면서 범람한 강물이 도시를 덮쳤다. 당시 생존자의 증언에 약 7m에 달하는 물결이 시가지를 휩쓸었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지중해로 쓸려나갔다.

13일 현지 국영방송에 따르면 데르나에서만 5300명이 사망했다. 이 도시의 부상자는 7000명 이상으로 알려졌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리비아 알 바이다 의료센터의 압둘 라힘 소장을 인용해 데르나의 사망자가 전체 시 인구의 6분의 1에 달하는 2만명에 이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압둘메남 알 가이티 데르나 시장도 피해 규모를 고려할 때 사망자가 1만8000명에서 최대 2만명에 달한다고 예상했다. 데르나에서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실종자만 9000명이 넘는다.

리비아 동부 데르나에서 13일(현지시간) 시민들이 댐 붕괴로 부서진 시가지를 지나고 있다.로이터뉴스1
리비아 동부 데르나에서 13일(현지시간) 시민들이 댐 붕괴로 부서진 시가지를 지나고 있다.로이터뉴스1


기후변화와 내전 겹친 참사
전문가들은 이번 재난이 기후변화와 정치 혼란으로 빚어진 복합적인 결과라고 분석했다. 기상학자들은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인해 지중해 허리케인의 파괴력이 평상시보다 커졌다고 진단했다. 또한 리비아에서는 2011년 '아랍의 봄' 혁명으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무너진 뒤 지금까지 내전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그로 인해 사회기반시설 관리가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리비아는 서방과 유엔이 인정한 정부인 리비아통합정부(GNA)가 트리폴리를 수도로 삼아 다스리는 서부와 반군인 리비아국민군(LNA)이 점령한 동부로 나뉘어 있다. 데르나는 반군 거점인 벵가지에서 동쪽으로 약 250km 떨어져 있다.

아흐메드 마드루드 데르나 부시장은 12일 알자지라 방송을 통해 "(무너진) 댐들은 2002년 이후 보수가 되지 않았고 그렇게 크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70m 높이의 상류 댐이 먼저 붕괴한 뒤 쏟아져 나온 물에 두 번째 댐마저 무너지면서 이번 사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세계 각지에서는 구호의 손길을 보냈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곧 유엔 차원의 구호 자금을 보내겠다고 밝혔다. 유엔은 중앙긴급대응기금(CERF)에서 1000만달러(약 132억원) 상당을 리비아 참사 대응에 쓰기로 했고 영국도 1만파운드(약 16억6천만원) 상당의 긴급구호 패키지를 발표했다.

튀르키예는 데르나 현지에 임시병원 두 곳을 구축하기 위한 자재와 의료인력 148명을 태운 구호선을 파견하기로 했다. 알 가이티는 튀르키예 외에도 이집트와 튀니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카타르에서 보낸 구조대원들이 데르나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실질적으로 시신 수습에 특화된 팀이 필요하다. 잔해와 물속에 많은 수의 시신이 있는 까닭에 도시에서 전염병 확산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유엔 국제이주기구(IOM)는 데르나에서 최소 3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한다고 전망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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