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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차례 ‘누더기'..."청약 하려면 학원 다녀야 할 판" [부동산 아토즈]

이종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9.16 14:00

수정 2023.09.16 15:56

서울의 한 견본주택에서 방문객들이 조형물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견본주택에서 방문객들이 조형물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너부 복잡합니다. 국토교통부 담당과에 전화해도 연락도 안 되고, 우리 보고 알아서 하라는 건지”
회사원 김모씨는 최근 아파트 청약 과정에서 황당한 경험을 했다. 청약제도가 하도 복잡해 여러 곳에 하소연 했지만 확실한 대답을 들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난수표나 다름없는 청약제도 덕에 부적격 당첨자는 대거 양산되고 있지만 이에 따른 피해는 국민 본인이 다 책임지는 상황은 변하지 않고 있다.


청약제도는 시대 상황에 맞게 변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잦은 개정은 문제가 된다. 현 정부도 예외는 아니다. 청약제도의 난수표화는 현재도 진행형이다.

1년에 3.6번 변경...문 정부 때 65차례 개정

현재와 같은 청약제도는 1978년 제정된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서 시작됐다. 국토부 자료를 보면 현재까지 무려 163차례 개정됐다. 1년에 3.6번 바뀐셈이다
정권별로 보면 이명박 정부 출범 때부터 문재인 정부 임기 종료 때까지 15년간 149차례 청약제도를 변경했다. 이명박 정부 47차례, 박근혜 정부 37차례 등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무려 65차례 규칙이 바뀐다. 이 때 ‘난수표’ 청약 제도라는 말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청약 1순위 요건 강화 및 조정지역 가점제 적용 비율 확대(2017년)를 비롯해 분양권·입주권 소유자를 무주택자에서 제외(2019년)했다.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의 우선공급 대상자 거주 요건을 기존 1년에서 2년 이상으로 강화했고, 규제지역 주택 당첨자의 재당첨 제한기간도 7~10년으로 확대했다. 또 신혼부부 특별공급 확대(2018년), 생애최초 특별공급 민영주택 도입(2020년) 등도 문 정부 때 이뤄졌다.

국토부 청약제도 해설집. 국토부 제공
국토부 청약제도 해설집. 국토부 제공

문 정부 시절 국토부는 ‘주택청약 질문·응답(Q&A)’ 자료를 홈피에 게재했다. 2018년만해도 자료집 양이 128쪽에 달했다. 2019년에는 페이지가 153쪽으로 늘었다.

이후 2년간 개정이 없다가 2021년 7월에 ‘청약제도 질의 회신집’를 내놨다. 314쪽 분량으로 늘었다. 이후 2022년 8월에 ‘주택청약 FAQ(추가 정정)’을 내놨다. 분량은 334쪽으로 증가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복잡해진 청약제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부적격 처리되는 경우가 속출했다. 최근에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공급한 '반값 아파트' 고덕강일3단지 사전청약에서 부적격 당첨자가 무더기로 발생해 이슈가 됐다. 전체 당첨자 500명 가운데 163명(33%)은 부적격이거나 청약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너덜너덜 인데 또 너덜 너덜... '본인이 책임져라'


이런 가운데 청약제도는 앞으로 더 까다로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올해 민영주택 가점제·추첨제 비율 변경, 부적격자 명단관리 강화, 예비입주자 선정 비율 확대 등이 이뤄졌다. 올해 들어서도 이미 7차례 규칙이 개정됐다,
청약제도는 앞으로 더 크게 변한다. 내년 3월부터 신생아 특공이 신설되고, 출산 및 혼인 가구에 유리하게 제도가 바뀔 예정이다. 배우자 가점도 새롭게 편입되고, 특공 소득 기준도 달라지는 등 적지 않은 변화를 앞두고 있어서다.

공공주택 분양 ‘뉴:홈’만 해도 종류가 나눔형, 일반형, 선택형 등으로 나뉜다. 조건과 기준이 다 다르다. 한 청약자는 “공공주택의 경우 소득기준, 유형 등이 더 복잡해지면서 이해하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 지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하도 복잡하다 보니 일각에서는 예전처럼 공공주택은 가점, 민영은 ‘뺑뺑이(추첨)’로 단순화 하는 게 좋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유료 청약 컨설팅도 여전하다.

163차례 ‘누더기'..."청약 하려면 학원 다녀야 할 판" [부동산 아토즈]


청약제도 개편 취지는 청약 기회 균등과 무주택 서민들의 내집마련을 돕기 위해서다. 하지만 잦은 변경으로 청약제도가 까다로워지면서 어느 누구나 부적격 청약자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함영진 직방 실장은 “규제지역은 단순해 졌지만 면적대별로 추첨제와 가점제 비율이 달라지는 등 더 어려워 지는 것 같다”며 “한정된 물량을 갖고 나누다 보니 이 같은 상황이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뾰족한 해법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청약에 대한 선호도가 높고, 물량은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 결국 역대 정권마다 배분 비율을 어떻게 나누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청약제도가 유지되는 한 갈수록 새로운 유형이 생기고, 기준이 바뀌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결국 청약 제도의 난수표는 계속 될 수 밖에 없고, 그에 따른 피해는 청약자 본인 스스로 져야 한다는 것이다.

ljb@fnnews.com 이종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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