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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증증, 네안데르탈인 유전자와 연관있다"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9.17 06:55

수정 2023.09.17 06:55

[파이낸셜뉴스]
네안데르탈인 특정 유전자가 심각한 코로나19 증상의 원인 가운데 하나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020년 3월 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성마르코광장이 팬데믹 속에 텅 비어 있다. AP뉴시스
네안데르탈인 특정 유전자가 심각한 코로나19 증상의 원인 가운데 하나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020년 3월 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성마르코광장이 팬데믹 속에 텅 비어 있다. AP뉴시스


네안데르탈인의 특정 유전자가 심각한 코로나19 증상과 연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네안데르탈인은 현생 인류인 호모사피엔스와 경쟁에서 도태돼 약 4만년 전 멸종했지만 두 종 간에 혼종교배가 일어나면서 지금도 아프리카를 제외한 아시아, 유럽 사람들에게 유전자 일부가 남아있다.


유럽, 또는 아시아 인종 유전자의 약 2%가 네안데르탈인에게서 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이하 현지시간) 이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세계 최고 사망율을 기록한 곳 가운데 한 곳인 이탈리아 북부 도시 베르가모에서 진행된 연구에서 이같은 결론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베르가모 지역에서 사망율이 이례적으로 높았던 이유가 지금은 멸종된 네안데르탈인 유전자 때문이다.

베르가모의 코로나19 감염률이 매우 높았던 터라 연구자들은 풍부한 데이터를 확보했고, 왜 베르가모 감염자들이 다른 이탈리아 지역이나 유럽에 비해 사망률이 훨씬 높았는지를 연구하기가 용이했다.

사망률을 높이는 명확한 요인 몇 가지는 팬데믹 초기에 이미 확인됐다. 고령이 그 중 하나였다.

과학자들은 또 어떤 이들의 경우 다른 이들에 비해 코로나19 중증을 유발하는 유전자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가족 별로 코로나19 증상이 대체로 유사하다는 점은 유전적 소인이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었다.

밀라노의 마리오네그리 약리학연구소 연구팀은 지난 수년간 DNA 변이와 코로나19 증상 간에 연관이 있을 가능성에 대해 연구했고, 이번에 그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과학저널 아이사이언스(iScience)에 발표한 논문에서 일부 유전자들이 코로나19 감염과 관련해 심각한 호흡기 질환을 일으킨다는 것을 발견했다. 베르가모 지역 약 1만명을 상대로 한 연구 결과였다.

마리오네그리 연구팀은 이 유전자들 가운데 3개가 네안데르탈인 유전자라고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네안데르탈인 일배체형(haplotype) 유전자가 있는 이들은 이 유전자가 없는 이들에 비해 코로나19에 감염됐을 때 심각한 폐렴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2배 높았다. 일배체형 유전자는 한쪽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유전자다.

또 이 유전자가 있는 이들은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해 인공호흡기를 단 경우가 3배 많았다.

다만 이번 연구에서는 이 일배체형 네안데르탈인 유전자가 다른 이탈리아나 유럽 지역에 비해 베르가모 지역에 더 흔한 것인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탈리아 북부 지역이 왜 그렇게 심각한 코로나19 증상을 겪었는지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연구다.

감염병 학자이자 이번 연구를 감독한 마리오네그리 연구소장 쥬세페 레무지는 베르가모에서는 코로나19로 위중한 상태에 빠진 이들 가운데 33%가 네안데르탈인 일배체형 유전자를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WSJ은 이번 연구에 앞서 2020년 9월 네이처에 발표된 논문에서도 코로나19 중증이 네안데르탈인 유전자와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제시된 바 있다고 전했다.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스웨덴 과학자 스반테 파보가 공동 저자로 참여한 이 논문에 따르면 유럽인의 약 16%, 남아시아인의 절반에서 네안데르탈인 유전자가 발견된다.
유럽과 남아시아 모두 코로나19 사망률이 높았던 곳이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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