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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배 늘어난 글로벌R&D 예산…'기초연구' 삭감해 메웠다

이창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9.17 18:00

수정 2023.09.17 18:00

내년 R&D 삭감에도 특정항목 급증
글로벌 분야 5천억→2조8천억
前정부 '디지털 뉴딜'은 34% ↓
세부적인 삭감내역엔 "비공개"
5배 늘어난 글로벌R&D 예산…'기초연구' 삭감해 메웠다
내년도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과정에서 특정 분야 예산이 집중적으로 조정된 것으로 조사됐다. 전 분야 순증 구상에서 대통령 발언 이후 두 달 만에 지출 구조조정의 표적이 됐다. 장기 추진이 필요한 '기초연구'와 전 정부의 '디지털 뉴딜' 등이 그 대상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12대 전략기술은 기존 구상과 비슷하게 증가를 유지했다.

17일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실을 통해 본지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6월에 이미 한 차례 내년도 R&D 예산 증액안을 편성했다. 총 규모는 올 예산 대비 2.0% 증가한 25조4351억원의 예산안이었다.
이후 대통령의 '원점 재검토' 발언이 나오자 기획재정부에 16.6%를 깎아낸 2차 예산안을 8월에 다시 제출했다.

6월 예산안은 올해 2167억원이 잡혀 있는 '차세대통신' 분야에서 발생한 78억원(-3.6%) 수준의 감액을 제외하면, 전 분야에서 증액이었다. 특히 우주항공·해양은 올해 9645억원에서 1조1737억원으로(21.7%), 글로벌R&D는 5075억원에서 6106억원으로(20.3%) 높은 증가폭으로 짜여졌다. 이같은 '6월 증액안'은 구조조정 지침이 내려 온 후 '감액안'으로 탈바꿈했다. 다만 12대 전략기술은 우주항공·해양 부문(-10%) 등 일부를 제외하면 전반적인 증가세를 유지했다. 과기부 역시 7대 핵심분야 투자는 오히려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중점적인 삭감은 현 정부가 추진하는 전략기술 이외 분야에서 이뤄졌다. 정부는 "세계적인 성과 도출을 위한 예산을 대폭 늘렸다"며 5000억원 수준이었던 글로벌R&D 예산을 2조8000억원으로 늘려 발표했다. 올해 대비 5배, 6월 증액안(6106억원) 대비로도 4배 이상 늘어난 숫자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6월 증액안 내 별도 분야로 3조원가량이 책정돼있던 '기초연구·인력양성'의 예산을 전용한 것에 불과하다. 별도 중점 분야로 표기됐던 '기초연구·인력양성'은 새롭게 강조된 '글로벌 R&D'의 세부항목으로 들어갔다. 하위 항목으로 표기한 '신진연구자에 대한 집중투자'를 통해 기존 기초연구분야의 역할을 어느 정도 수행하겠다는 의미다.

결과적으로 기존 '기초연구·인력양성'과 '글로벌R&D'를 합친 3조6000억원 가량의 예산에 비하면 2조8000억원으로 23%가량 줄어든 셈이다. 각 분야에 걸친 기초연구 예산이 2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6.2%(1607억원) 줄었고, 25개 출연연 예산도 2조1000억원으로 이전에 비해 2237억원(9.4%) 감액한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기초연구 예산이 그대로 '글로벌 R&D'로 흘러간 정황이다.

국가 임무수행을 위한 '필수 R&D' 분야에서 대부분의 삭감조치가 단행됐다. 지역과 기업에서의 사업화를 위한 R&D에서 25%, 탄소중립 15.3%, 국방 12.7%, 재난·안전 등 생활밀착형 분야도 15.2% 줄었다. 특히 전 정부에서 추진한 '디지털 뉴딜' 사업을 포함하는 디지털 전환 분야는 34.7% 대폭 삭감을 당했다.


위 분야에서 감액된 예산은 3조4934억원으로 R&D 전체 감액분(3조4500억원)을 넘는 수치다. 정부는 중단 사업 등 세부적인 삭감 내역은 공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역시 "(지출 구조조정)리스트를 줄 수 없다"며 "국회에서도 앞으로 (상세 내역을)요구해도 지금과 같은 스탠스로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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