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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채운의 혁신탐구] 미생의 중소기업, 자생의 강소기업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9.17 18:40

수정 2023.09.17 18:40

중기, 대기업 '울타리' 갇히고
정부 지원 '보호막'에 싸여
기술혁신·글로벌화가 관건
[임채운의 혁신탐구] 미생의 중소기업, 자생의 강소기업

중소기업이 우리나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중소기업은 전체 사업체의 99.9%를 차지하며 고용에서 81.3%의 일자리를 기여한다. 그런데 중소기업 대부분은 미생이다. 자원과 역량이 부족해 자력으로 살아가기 어렵다. 외부환경에 취약하게 노출돼 작은 변화에도 심각한 영향을 받는다. 경영환경이 조금만 악화하면 한계기업으로 내몰린다.
경제의 저변을 형성하는 중소기업이 불안정하면 국가경제의 구조 자체가 흔들리는 문제가 불거진다.

우리 중소기업이 미생인 이유는 매우 복합적이다. 크게는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정책 그리고 중소기업의 자생의지 약화 세 가지 요인을 꼽을 수 있다.

우선은 국내 시장의 공급망과 유통망을 대기업이 지배하는 구조가 고착화되어 중소기업이 독자적으로 자원과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제한된다. 대기업 중심으로 기울어진 산업구조에서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공급하는 종속기업으로 전락해 자생력을 축적할 수 없다.

대기업은 협력 중소기업을 울타리에 가두어 다른 경쟁 대기업과 거래하는 것을 억제한다. 최근에는 상생협력이라는 명분으로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며 중소기업의 의존성을 더욱 높인다. 대기업과의 거래관계와 상생협력에 구속된 중소기업은 이를 벗어나 독립하려는 엄두를 내지 못한다.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과 보호도 중소기업의 자생적 동기를 위축시킨다. 정책지원은 개별 기업에 직접적인 지원과 혜택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진다. 일시적으로 경영애로를 겪는 중소기업에 정책자금과 보조금을 제공하고 다양한 세제혜택을 부여한다.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여주기 위해 기술, 인력, 판로, 수출 등에서도 직접적 지원을 제공한다.

정부의 지원이 커지면서 이에 안주하는 중소기업은 성장을 기피한다. 흔히 말하는 '피터팬 신드롬'이다. 중소기업이 성장하면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성장하지 않으려는 현상이다. 자생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 역설적으로 중소기업의 자생력을 저하하는 결과로 나타난다. 결국 대기업과의 거래관계에 갇히고, 정부의 지원에 길이 든 중소기업은 자생하려는 의지를 상실하고 미생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이 미생을 벗어나 자생하라는 것이 말로는 쉽지만 현실에서는 매우 어렵다. 중소기업이 자생한다는 것은 대기업의 울타리와 정부의 보호막을 벗어나 혼자 모든 것을 다 해결해야 한다는 뜻이다. 중소기업인들에게 자생하라고 하면 화를 내는 경우도 있다. 미약한 중소기업을 홀로 허허벌판의 광야로 내모는 잔인한 처사라고 표현한다.

중소기업이 자생하려면 혁신과 성장에 도전해 강소기업으로 발전해야 한다. 혁신은 기술력을 의미하고 성장은 글로벌화를 뜻한다. 바둑에서 말이 자생하려면 두 눈이 필요하듯이 중소기업이 자생할 수 있는 두 가지 조건이 기술혁신과 글로벌화이다. 즉 독보적 기술력을 확보하여 세계시장에 나아가 성장을 추구해야 자생력을 갖출 수 있는 것이다.

기술혁신과 글로벌화는 선행투자가 필요하며, 그 성과는 불확실하다. 중소기업이 홀로 극복하기 어려운 과업이다.
여기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 앞으로 중소기업 정책은 자생적 의지와 잠재력이 높은 중소기업이 강소기업으로 발전하는 방향에 초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과 혜택을 혁신성장과 연계하여 강소기업으로 발전하려는 동기를 자극해야 한다.

■약력 △1957년생 △서강대 무역학과 △미시간대 MBA △미네소타대 경영학박사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한국중소기업학회 회장 △한국경영학회 회장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동반성장위원회 정책자문위원회 위원장(현)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상생협력기금 운영위원회 위원장(현)
서강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전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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