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극단선택한 교사에 민원제기 학부모

[파이낸셜뉴스] 2년 전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경기 의정부시 호원초등학교 이영승 교사에게 악성 민원을 제기한 학부모의 신상이 공개됐다.
18일 인스타그램에는 '의정부호원초등학교 이영승 선생님'이라는 이름의 계정이 신설됐다.
학부모 악성 민원에 휴직하고 군복무 한 교사
계정 주인 A씨는 프로필에 '의정부 호원초등학교 페트병 사건', '고 이영승 선생님 자살 사건' 등의 문구를 올리면서 학부모 1명과 자녀 1명의 이름을 공개했다. 고(故) 이영승 교사의 극단적 선택과 연관된 이들이라며 신상을 공개한 것이다.
이 교사는 지난 2016년 경기 의정부 호원초등학교에 부임해 2021년 5학년 담임을 맡았으나 그해 12월 생을 마감했다.
이 교사에게 민원을 제기한 학부모들은 약 3명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A씨가 신상을 공개한 학부모 B씨는 이른바 '페트병 사건'의 당사자다. B씨는 자녀 C씨가 수업 중 '페트병 자르기'를 하다가 손을 다치자 이 교사에게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배상 요구를 했다. B씨는 학교안전공제회 보상금 200만원을 받았으면서도 이 교사에 연락하며 더 많은 돈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학교 측도 휴직 후 군복무를 하던 이 교사에게 직접 해결하라고 문제를 떠넘겨 고인을 더욱 힘들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3년 후 C씨가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도 B씨는 '2차 수술'을 한다며 수술비 명목으로 이 교사에게 다시 연락해 돈을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학생 된 후 운전하는 모습 공개한 SNS계정
A씨는 C씨의 초등학교 졸업사진을 시작으로 성인이 된 C씨가 운전하는 모습 등의 사진을 게시했다. 또 대학생이 된 C씨가 재학 중인 학교를 공개하면서 학교 앞에서 '자퇴하라' '살인자 아들' 등의 문구를 적은 피켓을 세워두고 촬영한 사진도 올렸다. A씨는 B씨의 얼굴이 드러난 사진도 공개했다.
한편 이 교사가 사망하기 6개월 전, 같은 학교에서 김은지 교사도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했다. 김 교사는 발령 한 달 만에 우울증 진단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교사의 유족 측은 "학생들이 서로 뺨 때리면서 막 치고받고 싸우는 걸 보고 애가 충격을 받았다. 그 뒤로 집에 와서 자기 침대에 앉아서 계속 '그러면 안 돼. 그러면 안 돼(라고 했다)"라고 밝혔다.
이후 김 교사는 사직서까지 냈지만 학교는 그를 담임 대신 음악 전담 교사로 발령하며 달랬다. 하지만 1년 뒤 김 교사는 다시 담임이 됐고 이후 정신과 치료와 몇 차례의 병가를 낸 그는 5학년 담임을 맡은 지 4개월째 되던 달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김 교사의 아버지는 "퇴근해서도 학부형들한테 전화받는 것도 수시로 봤다. 애가 어쩔 줄 몰라서 '죄송합니다'(했고), 굉장히 전화받는 걸 두려워했다"라고 했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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