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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병우 대구은행장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 사이 고유한 포지션 찾을 것"

이승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9.18 11:20

수정 2023.09.18 14:00

연내 시중은행 전환 추진하는 DGB대구은행
'지역 밀착형 시중은행'으로서 브랜딩 꿈꿔
차세대 시스템인 'Next iM뱅크' 구축 본격화
글로벌 현지 인프라 활용 등 전략 모색 중
[파이낸셜뉴스]
황병우 DGB대구은행장이 18일 대구 수성구 본점에서 파이낸셜뉴스 취재진과 질의응답하고 있다. 대구은행제공
황병우 DGB대구은행장이 18일 대구 수성구 본점에서 파이낸셜뉴스 취재진과 질의응답하고 있다. 대구은행제공

"자갈만 있으면 빈틈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모래도 있고 흙도 있어야 사이사이가 메워지겠죠."
18일 대구광역시 수성구 본점에서 파이낸셜뉴스와 만난 황병우 DGB대구은행장(사진)은 시중은행으로 전환된 후 대구은행이 가져가야 할 차별점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기존 수도권에 활발히 진출해 있는 시중은행이 '자갈'이라면 대구은행은 '모래'나 '흙'으로서 중·저신용자 포용에 힘쓰겠다는 각오다.

황 행장은 "아직 브랜딩이 완성되지 않았지만 그 뜻이 통하는 단어로 설명하자면 대구은행은 '지역 밀착형 시중은행'이다.
통계형보다 관계형 금융을 지향한다"며 "시중은행이 주로 영업 대상으로 삼고 있는 고객층보다 더 넓은 고객층을 대상으로 서비스한다는 점에서 비즈니스모델의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앞서 대구은행은 지난 7월 초 시중은행으로 전환을 선언했다. 금융당국이 주관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에서 은행권 경쟁 촉진 방안 중 하나로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 허용되면서다.

그 배경에 대해 황 행장은 "지방에 돈이 필요하다는 것은 옛말이고 이제 지방에도 각 은행이 영업 확장을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며 "시중은행 전환을 결정하기까지는 큰 결심이 필요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라고 전했다. 단숨에 다른 시중은행 규모까지 키우는 것은 어렵지만 그들이 아우르지 못하는 1%씩만 대구은행이 포용해도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현재 대구은행은 행장 직속 전담팀과 그룹 차원의 TF를 구성, 컨설팅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사업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지주회사와 은행의 경영전략 정비, 전국구인 증권·보험 등 계열사 간 시너지 사업 발굴, 재무 계획 수립 등 다방면으로 긴밀하게 논의 중이다.

이로써 대구은행은 시중은행으로 전환에 성공해 영토를 넓히고 조달 비용을 낮추는 등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다만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 기존 고객 이탈 방지를 위해 대구·경북 지역에서 지역민과 호흡하면서도 타지역 공략 강화를 위해선 비대면 접점도 확대해야 한다.

황 행장은 "기업뱅킹 앱의 리뉴얼을 시작으로 차세대 시스템에 해당하는 'Next iM뱅크' 구축 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며 "올해 초 서울에 iM뱅크 수도권 본부가 출범했고, 하반기에는 제휴 전문팀을 신설해 더 많은 제휴처와 신규 콘텐츠를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또 본점을 그대로 대구에 둘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사명 변경에 대해서는 "대구·경북의 근간을 뒤바꾸는 사명 변경은 어려운 상황"이라며 "'iM뱅크'와 같이 고객들에게 이미 친숙한 이름으로 사명을 변경하되 대구·경북에서는 고객들의 혼란이 없도록 한동안 기존 명칭을 병행해서 사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시중은행이 되더라도 전국 영업에 따른 이익과 자본을 지역 경제에 재투자해 국가균형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더욱 기여할 수 있고, 아울러 지역 경제에 더 두텁고 효율적인 금융지원을 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취임 직후 올 상반기 2504억 원으로 반기 최대 실적을 썼지만 황 행장이 바라보는 하반기 전망은 밝지 않다. 중국발 부동산 리스크와 금융권 연체율 증가 등으로 시장 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이를 반전시킬 한 가지 카드로는 해외 사업 확대를 꼽았다. 실제 지난 5월 31일부터 6월 14일까지 취임 후 첫 해외 출장으로 황 행장은 미얀마·베트남·캄보디아 등 동남아 현지 시장을 방문했다.

황 행장은 "그간 해외 진출은 인수 혹은 설립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현지 인프라를 활용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라며 "현지 디지털이나 핀테크 업체와 제휴하고, 필요하다면 지분투자나 합작회사 등을 통해서 성장 기회를 모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비즈니스를 수행할 수 있는 인력 양성에도 더 힘쓸 계획"이라고도 했다.

마지막으로 황 행장은 "새롭게 진출하는 지역에서 56년간 지역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점진적으로 시장을 넓혀 나가겠다"며 "동시에 비대면 서비스는 인터넷 전문은행 못지않게 제공한다면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 사이에서 대구은행 만의 고유한 포지션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개인적으로는 "사석에서는 한없이 친근한 은행장으로 기억되지만, 정도 경영에 관해서는 엄정한 은행장으로, 업무에 있어서는 정면 돌파를 선도하는 강건한 은행장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seung@fnnews.com 이승연 박신영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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