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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도 이렇게 좀 오르지"..기름값 어느덧 1800원..자차 출근 포기 속출

권준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9.19 06:00

수정 2023.09.19 06:00

지난 17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 앞에 휘발유 가격이 게시돼 있다. 연합뉴스
지난 17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 앞에 휘발유 가격이 게시돼 있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 경기 하남에 사는 A씨는 최근 기름값을 보고 깜짝 놀랐다. 국내 보통휘발유 리터(L)당 평균 가격이 1700원을 넘어선지 한 달 만에 1800원에 근접했기 때문이다. 직업 특성상 자차를 많이 이용하는 A씨는 고민에 빠졌다. 결국 일주일에 하루라도 대중교통을 이용해보기로 했다.
지난달 9일 국내 보통휘발유 L당 평균 판매가격이 1700원을 넘어선지 한 달 만에 1800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이미 2000원을 넘긴 곳도 나왔다. 전세계적인 원유 공급 감소와 수요 증가로 국제 유가 및 석유제품 가격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향후 국내 기름값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 보통휘발유 평균 판매가 1770원...연초 比 15%↑
19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국내 보통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L당 1770.28원이다. 이는 한 달 전 대비 2%, 연초 대비 14.8% 상승한 수치다. 같은 기간 고급휘발유도 1.5%, 9% 올랐다. 자동차용 경유 가격도 한 달 사이 3.9% 넘게 비싸졌다.

이처럼 국내 기름값이 오른 것은 국제 유가 상승으로 국제 석유제품 가격도 함께 올랐기 때문이다. 2~3주 가량 시차가 있지만, 통상적으로 국제 석유제품 가격은 국내 석유제품 가격과 연동돼 있다. 실제로 최근 국제 휘발유, 등유, 경유 등 모든 국제 석유제품 가격은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중에서도 옥탄가 95 이상인 휘발유 가격은 배럴당 118.28달러로 연초 대비 21.2% 급등했다.

문제는 공급 감소과 수요 증가가 맞물리며 국제 유가가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원유 생산국들은 현재 진행하고 있는 100만배럴, 30만배럴의 자발적 공급 감축 기간을 올해 연말까지 연장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일각에서 예상했던 10월보다 기간이 좀 더 길다”며 “공급 부족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했다. 이달 15일 기준 두바이유, 브렌트유, 서부 텍사스산원유(WTI) 배럴당 가격은 각각 95.56달러, 93.93달러, 90.77달러다.

거대 석유 소비국 중국에서의 수요가 늘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중국의 7월 석유수요는 1670만배럴로 올해 들어 세 번째 신고점을 경신했다.

"추석 앞두고 국내 기름값 상승폭 가파르지 않을까 우려"
정유업계 관계자는 “2주 전 국제 유가 상승에도 경기 침체와 고유가 부담 등으로 (국내외) 석유 제품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았다”며 “하지만 지난주에는 원유 가격 상승폭보다 제품 가격 상승폭이 더 크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요인이 많이 있겠지만 이전에 오르지 않았던 부분이 한꺼번에 터지면서, 추석을 앞두고 국내 기름값 상승폭이 가파르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정유업계 관계자도 “보통 제품가 반영까지 2~3주의 시차가 있지만 이번주와 다음주 재고가 빠르게 소진되면 그 주기가 단축될 가능성도 있다”며 “(국내 기름값) 가격 상승이 추석 이후에도 일정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정부도 다음달 말 끝날 예정인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을 검토하기로 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5일 열린 물가·민생 점검회의에서 “높은 국제유가 변동성에 대응해 유류세 인하와 유가연동보조금을 10월까지 연장했다”며 “국제유가 추이에 따라 추가 연장 여부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휘발유는 25%, 경유 및 액화석유가스(LPG) 부탄은 각각 37% 인하된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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