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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역대급 세수 결손 59조, 내년이 더 문제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9.18 18:05

수정 2023.09.18 18:05

경제악화에 낙관적 정부 전망 겹쳐
추계 정확성 상실하면 나랏빚 증가
정정훈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1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년 국세수입에 대한 재추계 결과, 국세 수입은 예산(400.5조원) 대비 59.1조원 부족한 341.4조원으로 전망된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정훈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1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년 국세수입에 대한 재추계 결과, 국세 수입은 예산(400.5조원) 대비 59.1조원 부족한 341.4조원으로 전망된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올해 59조원이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세수 부족이 발생할 것이라고 기획재정부가 18일 발표했다. 그러나 외국환평형기금 등 여러 재원을 동원해 국채를 발행하지 않고 부족분을 메우겠다고 밝혔다.

세금이 덜 걷힌 이유는 당초 나라살림 계획을 짤 때보다 경제상황이 더 악화됐기 때문이다. 세수결손을 세목별로 보면 법인세가 25조400억원으로 전체의 40%가 넘는다.
이어 양도소득세 12조2000억원, 부가가치세 9조3000억원, 종합소득세 3조6000억원 순으로 세금이 덜 걷혔다.

경제가 나빠지면 세금이 적게 걷히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기업 실적이 떨어지면 법인세를 적게 내게 되고, 가계소득이 줄어들면 소득세 납세액이 감소하는 것이다. 세입예측이 실제와 일치하기는 어렵고 해마다 오차가 생긴다. 문제는 그 오차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올해 세입예산 대비 오차율은 14.8%인데 주요국들보다 훨씬 높다.

세입예측을 잘못하면 여러 문제가 생긴다. 돈을 써야 할 곳은 이미 정해 놓았는데 세금이 덜 들어오니 결국은 빚을 내야 한다. 국가채무가 그만큼 늘어나는 것이다. 세금이 이 정도로 적게 걷힐 줄 알았다면 세출 규모도 줄였을 것이다. 미리 허리띠를 졸라맸다면 힘들더라도 거기에 맞춰서 어떻게든 견딜 것이다. 정부나 가계나 마찬가지다.

예측이 턱도 없이 빗나간 것은 정부의 낙관적 경제전망 탓이 가장 크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 전체가 불황에 빠진 상황에서 세금이 적게 걷히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유독 '상저하고', 즉 상반기에는 어렵지만 하반기에는 좋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전망으로 일관하면서 안이하게 대응했다. 하반기로 들어선 지 두 달이 넘었지만 경제회복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정부의 설명대로 중앙정부는 외평기금, 세계잉여금 등으로 살림을 꾸려간다지만 지방정부는 무슨 대책이 있나. 지방교부세와 교부금은 내국세에 자동으로 연동되는데 삭감될 금액이 23조원에 이른다. 그러잖아도 열악한 지방정부 재정이 큰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 계획했던 지역 사업은 차질을 빚게 될 것이다.

재정은 경기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경제사정이 상대적으로 더 나쁜 지방 경제가 타격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나 재정악화로 경기가 나빠지고 그 결과 세수가 더 줄어드는 악순환을 겪게 될 가능성이 크다.

우선은 경제회복에 매달려야 한다. 묘책은 없겠지만 외부변수 탓만 하지 말고 경제를 다시 일으키는 방안을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은 물론 정부의 책임이다. 그런 다음 세수추계의 정확도를 높여야 한다. 추계가 어긋나면 채무가 늘어날 수밖에 없어 건전재정을 달성할 수 없다.

세입·세출 계획을 세우고 결산하는 국회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세수가 이 정도로 결손이 생기는 마당인데 재정확대를 요구하는 야당의 주장은 더욱더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어려운 때일수록 가능하면 빚을 덜 내어 국가를 운영해야 한다. 국가채무가 이미 1100조원에 육박했다. 어렵다고 재정을 무조건 옥죄는 것도 문제지만 방만하게 운영하는 것은 더 큰 해독이 된다.
무엇보다 내년 경제가 문제다. 세수는 더 감소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계획부터 치밀하게 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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