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경제단체

美·中 이어 유럽·남미·동남아까지 참전한 '자국 우선주의' [가팔라지는 탈세계화]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9.18 18:12

수정 2023.09.18 19:11

미국, 中 배제 의도 깔린 IRA 선공
중국은 핵심광물 수출 통제로 맞불
경제위협 조짐에 너도나도 가세
韓, 높아진 무역장벽 대응논의 분주
美·中 이어 유럽·남미·동남아까지 참전한 '자국 우선주의' [가팔라지는 탈세계화]

【파이낸셜뉴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 보호무역주의 혹은 자국 우선주의는 특정 국가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표면적으로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시작점으로 알려져 있지만 중국이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을 통제하고, 자국 내 비료업체 일부에 요소 수출중단을 지시한 것도 모두 같은 맥락으로 인식할 수 있다. 세계를 양분한 G2의 이런 추세는 곧바로 다른 국가들에 전이됐다. 프랑스의 전기차 보조금 개편, 멕시코 철강관세, 말레이시아 희토류 수출금지, 인도네시아 니켈 수출통제 등도 모두 비슷한 목적으로 세계는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이 쏘아올린 자국 우선주의

18일(현지시간) 외신 등에 따르면 자국 우선주의 화살을 쏘아올린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미국 내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40% 감축을 목표로 일정 요건을 갖춘 전기차에 최대 4000달러(중고차)~7500달러(신차)의 세액을 공제해준다는 것이 이 법의 표면적인 골자다.
그러나 혜택을 받기 위해선 전기차 제조에서 중국 등 우려국가의 배터리 부품과 광물을 일정률 이하로 사용토록 해 전기차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 경쟁하면서 각종 광물에서 세계 최대 매장량 혹은 생산량이라는 무기를 갖고 있다. 기술적 우위에서 미국에 뒤처진 중국은 이를 곧바로 전략수단으로 사용했다.

지난해 말 핵심 전략물자인 희토류의 정제·가공·이용기술을 '수출금지 및 제한 기술 목록'에 포함시켰고, 올 상반기에는 갈륨과 게르마늄에 대한 수출통제에 착수했다. 갈륨과 게르마늄 또한 희토류처럼 반도체에 필수광물이다. 향후 희토류에 대한 직접적 규제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또 자국 내 비료업체 일부에 요소수의 원료가 되는 요소 수출중단을 지시했다. 중국판 블룸버그 터미널로 인식되는 '윈드'(WIND)에 외국인 사용자의 정보접근을 제한한 것이나 데이터3법(사이버보안법·데이터보안법·개인정보보호법), 외국기업 블랙리스트 제도 등도 자국 우선주의로 이해 가능하다.

미국 상무부가 통조림 캔 재료로 쓰이는 중국과 독일, 캐나다산 양철에 임시 반덤핑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하기 직전 중국은 미국, 유럽연합(EU), 영국, 싱가포르에서 생산된 할로겐화 부틸 고무 수입품에 대해 반덤핑관세를 계속 부과할 것인지 조사하겠다는 내용의 공고를 홈페이지에 냈다. 조사는 1년 동안 이어지며 이 기간 반덤핑관세는 유지된다.

프랑스는 전기차 생산 과정의 탄소배출량까지 따져서 보조금을 차등지급하는 내용의 전기차보조금 개편안(녹색산업법)을 공지했다. 업계에서는 유럽에서 생산한 전기차에 혜택을 주기 위한 보호무역주의 성격이 강하다고 보고, 향후 EU로 확산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의 반격, 각국도 동참

멕시코는 철강 등 392개 품목에 대한 수입관세 인상조치를 발표했다. EU는 올해 철강·시멘트·비료·알루미늄 등 6개 품목 수출기업의 경우 수입업자를 통해 탄소배출량 등을 EU 측에 보고해야 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도 본격 시행(올해 10월)을 앞두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지난 11일 무제한 채굴과 수출로 인한 주요 광물의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희토류 수출을 금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얀마의 최대 희토류 채굴지역인 카친주 광산은 지난 4일부터 당국의 조사를 위해 생산을 중단했다. 이로 인해 미얀마에서 주로 생산하는 중희토류 주문이 증가하면서 가격도 치솟았다. 중희토류는 상대적으로 많이 매장되고 용도가 제한적인 경희토류와 달리 산업·의료·군수용 장치, 전기차 배터리, 영구자석 등 첨단 기술장비에 주로 활용된다. 매장지역도 한정돼 있다. 미얀마는 중국을 제외하고 디스프로슘 산화물과 같은 중희토류를 채굴하는 거의 유일한 국가로 꼽힌다.

동남아시아의 다른 국가들도 핵심광물에 대한 규제를 발표하며 자원무기화에 참전하고 있다. 세계 니켈 매장량 1위인 인도네시아는 핵심광물인 니켈원광 수출금지를 시행한 데 이어 올해 6월에는 보크사이트(알루미늄을 풍부하게 가진 광물) 수출통제에 나섰다. 아울러 구리와 주석 수출도 제한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니켈 생산국인 필리핀은 지난 1월 하위업종에 대한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니켈광산 수출에 대한 과세를 고려한다고 발표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달 기획재정부·외교부 등 관계부처와 자동차·철강·섬유·타이어 업계와 연구·수출지원기관이 참여하는 '통상현안 대응반 회의'를 열고 자국 우선주의에 대한 대응을 논의했다.
전문가들은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탄소중립 규제와 보조금 지급 등 다양한 형태의 무역장벽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