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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디의 순수한 사랑 이야기 '라 트라비아타' [최상호의 오페라 이야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9.18 18:22

수정 2023.09.18 18:22

'라 트라비아타' 연습실 장면 국립오페라단 제공
'라 트라비아타' 연습실 장면 국립오페라단 제공
"이만, 우리 아들과 헤어져 주게."

시한부 여인에게 애인의 아버지가 불쑥 찾아와 이런 말을 한다. 여인은 '너무 사랑하기'에 헤어지기로 결심한다. 막장 드라마라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장면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공연되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한 장면이다. 그렇다면 '라 트라비아타'는 뻔한 오페라일까?

'라 트라비아타'가 자주 공연되다 보니 때론 단순하게 해석된다. 시한부 인생을 사는 고급 매춘부 비올레타와 젊은 귀족 알프레도의 사랑으로 쉽게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올레타는 순수함을 되찾으려는 인물로 행복의 정점에서 마음 한켠이 허해지는 복잡한 감정을 가진 인물이다.


국립오페라단은 베르디의 의도를 살려 '라 트라비아타'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려고 한다. 21~24일 국립극장에서 진행되는 이번 공연은 연습실에서 성악가들이 '라 트라비아타'를 연습하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실화, 원작소설, 오페라 속 비올레타와 현실의 소프라노를 하나로 잇고자 이런 시작을 계획했다. 본격적으로 공연이 시작되면 무대에는 피아노 한 대만 덩그러니 놓여있다. 피아노는 비올레타의 실존인물인 마리 뒤플레시가 프란츠 리스트에게 선물받았던 일화에서 영감받아 '예술가'로 인정받은 순간을 통해 비올레타를 순수한 여성이자, 예술가이며 우리 자신으로 생각할 수 있는 무대로 만들고자 함이다.

'라 트라비아타'에는 생략되는 음악도 많았다. 이번 공연에서는 반복적으로 생략됐던 비올레타의 아리아 '이상해!'의 2절을 원작 그대로 연주할 예정이다. 또 죽어가는 비올레타가 노래를 부르는 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연주하지 않았던 엔딩도 악보 그대로 부른다. 행복의 절정에 있는 순간과 삶의 끝자락의 슬픔까지 베르디의 의도를 그래도 따르는 것이다.


베르디의 순수한 사랑 이야기 '라 트라비아타' [최상호의 오페라 이야기]
'라 트라비아타'는 들여다보면 볼수록 어려운 사랑 이야기다. 행복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슬픈 이야기이며 부당한 사회적 관습과 속물주의에 저항하는 작품이다.
결국 길을 잃은 이들이 자신의 길을 되찾는 과정으로 오늘날 우리의 모습까지 엿볼 수 있기에 오랜 시간 많은 관객들의 마음에 남아 있는 명작이라 볼 수 있다.

국립오페라단장 겸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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