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막판 순위 경쟁 치열한 KBO...야구만큼 주가 관리도 잘 할까

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9.20 05:00

수정 2023.09.20 05:00

[파이낸셜뉴스] 비가 내리고 날도 조금씩 선선해진다. 가을 야구가 다가오고 있다는 하늘의 메시지다. 1위 싸움은 예상보다 싱겁게 끝나는 분위기지만 2위 싸움과 5강 다툼이 치열하다.

프로야구단 모회사의 주가 관리는 어떨까. 가을 야구가 다가오는 9월 주요 구단들의 모회사 주가를 살펴보자.

LG "주가도 야구만 같았으면"
지난 8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1루주자 오스틴이 3루까지 뛰어 세이프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지난 8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1루주자 오스틴이 3루까지 뛰어 세이프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이제 더 이상의 엘레발(LG의 설레발)은 없다.
'
LG 트윈스의 팬들은 그 어느 때보다 기대감이 크다. 20경기 정도 남은 상황에서 정규시즌 우승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그러나 LG그룹의 주가는 다소 아쉽다. 주력 계열사들의 주가가 신통치 않기 때문이다.

7월에 52주 신고가를 깨며 탄탄대로를 겪던 LG전자는 날이 더워지면서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고점(12만8000원) 대비 15%(2만원) 넘게 빠졌다.

2차전지 광풍이 불면서 새로운 주력으로 떠오른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도 최근 주가가 좋지 않다.

지주회사 LG의 주가도 9만원대까지 오르다가, 날이 더워지면서 8만원대로 주저앉았다.

LG그룹의 주가에도 MVP '오스틴'같은 해결사가 필요한 시점이다.

작년 성적이 그리운 KT
KT 선수들이 승리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뉴시스 제공
KT 선수들이 승리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뉴시스 제공

KT 위즈의 순위가 모회사 KT의 주가 같았다면 감독은 시즌 중 경질 당했을 가능성이 크다.

KT 위즈는 4~5월 9위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6월부터 돌풍을 일으키며 2위까지 올라왔다. NC 다이노스와 한 게임 차이가 나지만 가을 야구가 확실시되면서 KT 팬들은 안도하고 있다.

그러나 모회사 KT의 주가는 정반대이다. 금리 인상 국면이었던 지난해 오히려 주가가 상승했던 KT는 올해 주가 측면에서 죽을 쓰고 있다.

지난해 12월에 기록한 3만7950원이 여전히 52주 고점이다. 7월까지 3만원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 달부터 3만2000~3만3000원대로 회복했지만, 고점 대비 13% 넘게 빠져있다.

경쟁사인 SK텔레콤 대비 배당이 좋지 않아 주가의 매력이 떨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선수들에게만 보너스가 필요한 게 아니다. 주주들에게도 환원이 필요하다.

답이 안 보이는 NC

NC 다이노스는 KT와 치열하게 2위 싸움을 벌이고 있다. NC 다이노스는 시존 시작 전 대규모 선수 이탈로 인해 유력한 최하위 후보였다. 하지만 호재란 호재가 다 겹치면서 중위권 싸움에서 벗어나 지금의 순위에 올랐다.

그러나 모회사 엔씨소프트의 주가 흐름은 10개 구단 중 꼴찌다. 올해만 꼴찌라고 볼 수 없다. 계속 내리막을 타고 있다.

'리니지' 시리즈로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했던 2021년 2월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104만8000원까지 올랐다.

가격이 100만원이 넘는 '황제주'로 불리며, 액면분할설까지 나왔지만 현재는 4분의 1 토막이 난 25만원대다. 고점 대비 주가 하락률은 76%, 액면분할을 시장에서 당한 셈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엔씨소프트의 올해 추정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대비 26%, 64% 급감할 것으로 추정됐다.

주가 흐름만 보면 두산이 우승 후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전자박람회 CES에서 두산로보틱스의 협동로봇이 드럼 공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전자박람회 CES에서 두산로보틱스의 협동로봇이 드럼 공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두산은 대대로 '야구는 잘 하지만 모회사의 행보가 아쉽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요새는 '두산그룹의 행보는 좋지만, 야구가 아쉽다'라는 이야기를 들어야 할 것 같다.

야구 구단을 가진 그룹 중 올해 가장 좋은 모습을 보이는 곳이 두산이 아닐까 싶다.

안정적이진 않지만 주가 상승은 뚜렷하다. 지난해 6월 6만원대까지 떨어졌던 두산의 주가는 꾸준하게 우상향을 그리며 지난 달 10만원선을 넘었다. 이달에 급등하며 15만원까지 육박했지만, 상승분을 빠르게 반납하고 현재 11만원선에서 숨 고르기를 하고 있다.

최근 두산의 주가 상승은 계열사인 두산로보틱스의 기업공개(IPO) 열기를 반영하고 있다. 최근 증시를 달구는 로봇주 두산로보틱스는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성공해, 공모가를 희망밴드(2만1000원~2만6,000원) 상단인 2만6000원에 확정했다.

원전주인 두산에너빌리티도 꾸준한 우상향을 그리는 중이다. 다만 변동성이 심하다. 두산그룹의 주가 관리에, 양의지 같은 안방마님이 필요하다.

꾸준했던 기아의 흔들림?..."파업 악재 극복할까"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최강의 팀 해태 타이거즈가 기아 타이거즈로 바뀌면서, 팀 색깔이 '도깨비팀' 같아졌다. 3~6위 중위권을 오가다가 10년 주기로 우주의 기운을 모아서 우승하는 팀. 올해는 우주의 기운이 모이지 않아서 두산, SSG와 5강 싸움을 하고 있다.

그러나 모회사 기아는 호실적을 바탕으로 꾸준한 주가 상승을 이어왔다. 지난해 말 6만원선까지 위협 받던 기아는 9만원까지 올랐다. 저점 대비 50% 오른 것이다.

다만 8월 이후의 성적이 아쉽다. 9만원에 육박하던 주가는 지난 달부터 무너지면서 8만원선에서 횡보하고 있다.

최근 주가가 빠진 이유는 '파업'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차 노사의 임단협이 잠정 타결하면서, 기아 등 계열사들의 투자심리도 개선될 거라고 전망되고 있다. 오히려 "최근 부진했던 주가는 저점 매수의 기회가 될 수 있다"라는 조언도 나온다.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없다'
김원형 SSG 랜더스 감독이 이달 8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리는 프로야구 kt wiz와 방문 경기를 앞두고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김원형 SSG 랜더스 감독이 이달 8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리는 프로야구 kt wiz와 방문 경기를 앞두고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주가 흐름과 순위 흐름이 올해 가장 비슷한 구단이 있다. 바로 SSG랜더스와 이마트다.

지난해 1위 자리를 그 누구에게도 내주지 않았던 SSG랜더스는 올해도 우승 후보였다. 그러나 외국인 용병과 주축 선수들의 부진으로 5강 싸움도 간신히 진행 중이다.

이마트의 주가도 날개 없이 추락 중이다. 물론 엔씨소프트만큼 주가가 4분의 1토막 나진 않았다.

지난 2021년 19만원에 육박했던 이마트의 주가는 꾸준히 하향세를 그려 왔다.
올해 초 11만원대까지 회복을 하는 듯 했지만 또 다시 추락을 거듭했고, 매일 신저가를 경신하는 듯한 주가 흐름을 보이며 7만원선도 위협 받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3·4분기 실적도 시장 기대치를 밑돌 것으로 보고 있다.


※가을 야구의 희망이 사라지고 있는 롯데 자이언츠, 한화 이글스, 삼성 라이온즈, 키움 히어로즈와 해당 기업들에 대한 분석은 제외하였습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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