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교원 아동학대 고소 남발 방지… '정당한 지도' 구체화 필요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9.19 18:27

수정 2023.09.19 18:27

국회 통과 앞둔 '교권보호 4법'.. 교사의 학생생활지도 처벌 제외
아동학회 "교권보호 대책이 아동 권리 침해로 가선 안돼"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은 아동학대 혐의를 씌우지 않는 내용 등을 담은 '교권보호 4법'이 이번주 본회의 상정을 앞둔 가운데 교육계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일선 교사들은 학부모들의 교사들을 향한 아동학대 고소 남발 등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법안 손질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교사 면책권이 과도하게 부여될 경우 아동의 권리를 침해하는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는 주장도 날을 세우고 있다.

■정당한 교육활동 면책 부여

19일 국회와 교육계 등에 따르면 교원지위법,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교육기본법 등 '교권 보호 4대 법안'이 상임위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다.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해 면책을 부여하는 내용의 아동복지법 개정안(강기윤 국민의힘 의원),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안(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국회에 발의돼 있다.

교권보호 4법 개정안은 교사의 학생생활지도를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는 게 핵심이다. 정당한 지도가 정서적 학대로 분류돼 교사에 대해 아동학대 가해자로 신고를 남발하는 행위를 막자는 취지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아동학대로 검경의 수사가 진행된 사건 1만2483건 가운데 1.2%가 안 되는 147건이 처벌받는 데 그쳤다.
대부분 무죄로 결론이 난다는 의미다.

다만 교권보호 4법에 거론된 '정당한 교육활동' 등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는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나치게 넓게 인정하면 아동 권리침해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한국아동복지학회, 한국아동권리학회는 관련 법 개정에 대해 "아동의 고유한 권리를 침해하면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인권 보호 체계를 후퇴시킬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도미향 동서울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기존 아동복지법은 정서적 학대에 대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의미인데, 일부 애매한 부분이 있다는 이유로 조정되면 아동 보호가 미흡해질 우려가 있다"며"모든 형태의 학대, 방임, 착취로부터 아동을 보호해야 한다는 유엔아동권리협약(UNCRC) 19조를 대전제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당한 교육활동 범위'에 대한 혼란도 예상된다. 특히 체벌이 아닌 정서적인 부분의 경우 판단이 쉽지 않아 소모적 논쟁이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 지난 7일 극단적 선택을 한 대전의 초등 교사를 상대로 한 조사 과정에서 국제아동권리단체인 세이브더칠드런이 '정서학대' 의견을 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아동 권리를 강조하는 단체에서 과도한 잣대를 적용한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후원 취소도 발생했다.

■교육 특수성 고려해야

현장에선 교육활동의 특수성을 고려해 아동학대 신고 남용 행위를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행법상 교사에 대해 아동학대로 경찰 등에 신고가 들어가면 무조건 수사가 진행된다. 교사가 정당한 지도행위를 했더라도 무혐의가 밝혀지기 전까지는 조사 대상이다. 아동학대 무혐의로 결론 나더라도 교사가 무고죄로 학부모에게 법적 대응을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때문에 교사들 사이에선 아동학대 혐의가 씌워질 것을 우려해 학생 지도행위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윤미숙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 대변인은 "아이들이 인내심과 사회성을 기를 수 있도록 싫은 것도 참고 해내도록 지도하는 게 교사의 역할이라는 점을 교육 전문가들이 판단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라며 "아동학대에 대한 신고 자체를 막지는 못하더라도 지나치게 신고를 남발하는 사례는 가려내 수사가 개시되지 않도록 절차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법 개정을 일방적으로 서두르는 방식이 아니라 사회적 대화를 통한 해결책을 찾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법은 최소한의 규범인데 법으로만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로 논의가 쏠리고 있는 것은 잘못됐다"며 "서이초 사건을 계기로 정부 또는 국회 차원에서 사회적 대타협을 시도하는 문화 없이 법 개정만으로는 교육활동에 대한 논란만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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