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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우디와 '한미 동맹' 수준의 방위조약 논의 중"-NYT

뉴스1

입력 2023.09.20 09:06

수정 2023.09.20 09:06

(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 = 미국이 '한·미 상호방위조약'과 '미·일 안보조약'을 참고해 사우디아라비아와 방위조약을 논의 중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전현직 미국 관리들을 인용, 사우디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이스라엘 관련 조 바이든 행정부와의 대화에서 미국과의 상호방위협정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사우디 관리들은 미국과의 강력한 방위 협정이 사우디-이스라엘 간 외교 관계를 정상화하더라도 이란 등의 잠재적인 공격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가 중동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장하자 이를 견제하는 차원에서 사우디-이스라엘 간 수교를 중재해 왔다. 사우디는 1948년 건국한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으며, 양국은 현재 미수교 상태이다.

그러나 지난 3월 중국의 주도로 사우디와 이란이 외교 관계를 정상화하기로 합의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미국과 사우디 관계가 소원해진 사이에 중국이 중동에서 외교적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2024년 대선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은 외교적 성과를 거두고자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등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를 사우디에 파견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이스라엘과의 외교 정상화를 하는 대신 사우디가 민간 핵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도록 미국이 도와줄 것을 요청했다. 다만 이에 미국은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미국 관리들은 사우디에 대규모 미군을 파견하는 것에 대해선 진지하게 논의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백악관이 지난 6월 의회에 보낸 서한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사우디에 2700명 미만의 미군을 주둔시키고 있다.

미국이 '한·미 상호방위조약' 및 '미·일 안보조약'과 유사한 조약을 사우디와 맺는 것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들을 포함한 고위 의원들은 사우디 정부와 무함마드 왕세자를 신뢰할 수 없는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다. 특히 사우디의 예멘 폭격 작전과 워싱턴포스트 기자 자말 카슈끄지 암살 의혹 등으로 부정적 인식이 강하다는 것이다.

또한 이번 협정으로 미국이 중동에 군사적으로 지나치게 깊숙이 관여하게 되는 것 아니느냐는 비판도 존재한다. 또한 NYT는 "이러한 조약은 미국의 군사 자원과 전투 능력을 중동 지역에서 벗어나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특히 중국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목표와도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NYT는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디-이스라엘 협상을 추진하는 것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을 도박"이라며 "그는 2020년 대선에서 사우디를 왕따(pariah)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고 언급했다.
미국은 베냐민 네타냐후 정권에 대해서도 이스라엘 사법부 무력화와 팔레스타인 지역에 정착촌 건설 등을 비판해왔다.

그럼에도 미국 관리들은 "(사우디-이스라엘) 외교 협정이 아랍과 이스라엘의 긴장을 완화하는 중요한 상징적 계기가 될 것이며 미국에도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며 "사우디를 미국과 더 가깝게 만들면 사우디가 중국의 궤도에서 멀어지고 중동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의 노력을 무디게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NYT는 최근 몇 달 동안 백악관 관리들은 방위조약 비준을 위해 필요한 67표(상원 3분의 2)를 확보하기 위해 영향력 있는 민주당 의원들에게 협상에 대한 브리핑을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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