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유가 100달러 시대’에 산업계 희비… 정유 웃고 항공·석유화학 운다 [유가 100달러 가시권]

김영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9.20 18:12

수정 2023.09.20 18:12

항공·석화, 항공유·원료가격 부담
정유, 정제마진 개선에 기대감
국제유가가 주요국의 감산 여파로 연일 상승하며 100달러 돌파가 유력해지면서 항공업계의 고정비 부담 확대, 석유화학업계의 원료가격 상승 등 어려움이 예상된다. 반면 정유업계의 경우 재고평가이익과 정제마진 개선 등이 전망되면서 유가 상승에 따라 업계 간 희비가 다시 갈리고 있다.

■대한항공, 유가 1달러 오르면 2600만달러 손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항공유 가격은 배럴당 122.19달러를 기록했다. 이달 들어 항공유 가격은 국제유가 상승과 맞물려 상승세를 이어가며 120달러를 계속해서 상회하고 있다. 6월 항공유 가격이 90달러 선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개월 사이 30달러 이상 오른 것이다. 국제유가가 당분간 상승 기조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항공유 가격의 고공행진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항공유 가격 상승은 항공사 입장에서는 영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일반적으로 항공유는 항공사 고정경비의 약 3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대한항공의 경우 유가가 배럴당 1달러 바뀌면 2600만달러의 손익변동이 발생한다. 여기에 '유류할증료' 인상에 따라 항공권 가격이 상승하면서 자칫 회복 중인 여객수요에 찬물을 끼얹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대한항공은 10월 항공권 예매 시 9월보다 편도 기준 8300~6만3000원이 오른다. 아시아나항공은 8700~4만2500원까지 유류할증료 부담이 커지는 등 대부분의 항공권 가격이 오르게 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여행 증가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유류할증료 인상이 자칫 여객수요 위축으로 이어질까 우려된다"면서 "국제유가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석화업계 "원료가 부담" vs 정유업계 "정제마진 개선"

석유화학업계에도 국제유가 상승은 득보다는 실이 될 전망이다. 중국발 공급과잉과 수요위축 등 글로벌 불확실성으로 대부분의 석유화학제품 가격이 하락한 상황에서 나프타 등 원료 가격 상승으로 실적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석유화학의 대표적 기초제품인 에틸렌은 나프타와 가격 격차가 벌어지면서 스프레드(나프타 가격에서 에틸렌 가격을 뺀 수치)가 줄곧 t당 100달러대에 머물고 있다. 손익분기점으로 보는 300달러를 한참 밑도는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정유업계는 가시적 실적개선이 전망된다. 원유 가격 상승에 따른 원유 재고평가이익과 대표적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 개선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8월부터 정제마진은 배럴당 10달러를 줄곧 상회하고 있다. 업계에서 보는 손익분기점인 4~5달러를 훌쩍 웃도는 수치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유가상승이 정유업계에 긍정적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급격한 유가상승의 경우 변동성이 확대되고 원유 구매가격이 상승하는 등 리스크도 있다"고 설명했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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