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제약

"돈 안되네" 투심 마른 K바이오, 유상증자로 급한 불 끈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9.20 18:14

수정 2023.09.20 18:14

1년새 바이오 투자 절반 아래로
자금난에 임상·R&D 중단 위기
바이오 업계가 투자심리와 여건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자금난에 내몰리면서 임상을 중단하고, 유상증자에 나서는 등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글로벌 경기 부진과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이라는 어려운 투자 여건이 지속되고 있다. 바이오업계는 투자 효과가 곧바로 나오지 않는 산업의 특성이 겹쳐지면서 구체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작은 바이오 기업부터 투자가 말라가고 있다.

20일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바이오·의료벤처에 대한 투자규모는 5961억원에 그쳐 지난해 상반기 1조3159억원 대비 54.7% 감소했다. 금액으로는 7198억원이 감소한 것으로 상반기 투자금액 이상이다.

정부의 바이오 투자 의지도 한 풀 꺾였다.
지난 3월 말 정부는 '바이오헬스 산업 수출 활성화 전략방안'을 발표하며 바이오의약품 생산 역량을 강화하고 신약 글로벌 허가 및 본격적인 시장 발매를 지원해 블록버스터급 신약을 발굴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연구·개발(R&D) 예산이 올해 대비 13.9% 줄었다.

투자 심리가 저하로 정부가 추진한 K-바이오백신펀드도 운용사 선정 단계에서부터 난항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오 관련 투자가 줄어들고 투자 심리가 악화되고 있는 것은 산업 전반에 대한 수익 기대감이 낮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투자를 해봐야 돈이 안된다는 단순한 논리다. 이는 바이오 업체의 자금난으로 직결되고 있다.

바이오 기업은 연구개발(R&D)과 임상시험을 통해 파이프라인을 강화, 신약 개발을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자금 경색으로 임상시험을 중단하는 업체들이 속출하고 있다. 바이오 기업은 당장 매출이 없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투자를 유치하지 못하면 연구 비용과 연구진의 급여를 지급할 수 없다. R&D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다.

진원생명과학은 최근 20여개의 파이프라인 개발을 중단했다. 최근 상장폐지 기로에 놓인 셀리버리도 파이프라인 9개 중 6개에 대한 R&D를 중단했다. 제넥신도 단장 증후군 치료제로 개발 중인 GX-G8의 임상 1상을 자진해서 중단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R&D와 임상 중단이 될 만한 쪽에 '선택과 집중'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지만 현재 자금이 돌지 않는 시장의 상황을 고려하면 좋게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자금이 부족해진 기업들의 선택지인 유상증자에 나서는 바이오 기업도 있다. 상장을 한 이후에 기술 수출 등 매출 실적이 없는 상황에서 R&D 지속을 위해 대규모 자금을 시장을 통해 모집하겠다는 것이다.

박셀바이오는 시설 및 운영자금 확보 차원에서 최근 1006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주주배정 이후 실권주에 대해서는 일반공모 방식이다.
박셀바이오는 이번 증자를 사업 확대에 원동력으로 삼고 기술 수출 등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셀리드도 지난 6월 임상 자금 마련을 위해 주주 우선 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정했고 약물 설계 기업 보로노이도 같은 달 45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시행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에스씨엠생명과학, 피플바이오, 클리노믹스 등도 유상증자에 나서는 바이오 기업들이 잇따르고 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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