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이구순의 느린걸음

[이구순의 느린 걸음] 가짜뉴스 대책, ‘1회용’으로 오해받지 않으려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9.20 18:27

수정 2023.09.21 14:46

[이구순의 느린 걸음] 가짜뉴스 대책, ‘1회용’으로 오해받지 않으려면
지난해 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뉴스 리포트 2022'는 한국의 뉴스 신뢰도가 30%에 불과하다는 결과를 내놨다. 조사대상 46개 나라 중 40등이다. 뉴스 만드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으로서 참담했다. 게다가 신뢰도 낙제점을 받고서도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는 언론계를 보면서 자책감이 들었다. 내놓고 하소연할 데도 없어 혼자 이불 뒤집어쓰고 반성했다.

세계적 명품회사 H가 자신들의 디자인을 모방한 가방에 독특한 무늬를 넣어 상품을 만든 한국 중소 가방회사를 상대로 무려 5년간 소송을 벌여 디자인 모방이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을 받아낸 일이 있다. 최고 1억원대를 호가하는 가방을 만드는 글로벌 회사가 30만원대 가방을 만드는 작은 회사를 상대로 그렇게까지 할 일이냐 타박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H의 지난한 소송은 특정 기업을 상대한 싸움이라기보다는 전 세계에 보내는 메시지였지 싶다.
H는 자신의 디자인이나 상표 등 지식재산권 보호 문제에서는 결코 타협하지 않는다는 메시지. 그 메시지는 H의 브랜드 가치가 온전하게 보호된다는 신뢰가 되고, 결국 가치 있는 브랜드로 인정받게 되는 극명한 논리다. 짝퉁과 타협하면 결국 가장 큰 피해는 원본의 브랜드가 입게 되니 말이다.

정부와 여당이 가짜뉴스(FAKE NEWS) 유통을 막겠다고 팔을 걷어붙였다. 네이버, 다음 같은 대형 포털의 뉴스 편집구조를 들여다보겠다고 하고 뉴스를 통해 발생하는 수익이 공정하게 배분되는지도 따지겠단다. 가짜뉴스를 유포하는 언론사도 가려내 엄하게 처벌하겠단다.

그런데 개운치 않다. 우선 가짜뉴스 대책 논의에 언론사를 대표하는 공식 목소리가 크게 울리지 않는 게 그렇다. 가짜뉴스 유통의 가장 큰 피해는 그렇잖아도 신뢰도 낙제점을 받는 한국 언론 아닐까 싶다. 그런데 대책을 만드는 데 언론계의 목소리가 없다. H 같은 치열함이 안 보인다. 정부와 여당이 대책 수립에 언론계를 공식적으로 안 부르는지, 언론계가 반성하느라 목소리를 안 내는지 드러나지 않은 속사정이야 있겠지만, 언론계의 공식 목소리 없는 가짜뉴스 대책이 온전한 대책은 아니지 싶다.

또 찜찜한 것은, 네이버나 다음을 손보겠다는 으름장은 있는데 유튜브에 대해서는 협조를 구하겠다는 정부 관계자의 발언이다. 예의 그 기울어진 운동장이 가짜뉴스 대책에도 적용되나 싶어서다. 유튜브를 운용하는 구글을 네이버나 카카오처럼 손보기는 쉽지 않을 테다. 그렇지만 유튜브 빼고 만든 가짜뉴스 대책이 온전한 대책은 아니지 싶다.

가짜뉴스 유통으로 인한 폐해는 일일이 말하기도 입 아프다.
수년간 많은 폐해가 드러났으니 이제 진지하고 치열하게 의논해서 온전한 가짜뉴스 대책을 만들었으면 한다. 애써 대책을 만들어 놓고 자칫 내년 선거를 앞두고 일회용 반창고처럼 만들었다는 오해를 사는 일은 안 만들었으면 한다.
이번에 만들 대책으로 한국 언론도 30점이라는 낙제점 신뢰도를 개선할 기회를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

cafe9@fnnews.com 디지털본부장이구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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