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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배구 이렇게까지 약해졌나 … 남자배구, 세계 73위 인도에게 예선 1회전 패배 [항저우AG]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9.21 06:56

수정 2023.09.21 07:33

한국 남자배구, 인도에게 11년만에 패배
아시아 예선 1위도 이제 장담 못하는 처지로
미들블로커에서 극심한 차이... 날개 공격에만 의존
20일 오후 중국 항저우 린핑 스포츠센터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배구 C조 조별리그 대한민국과 인도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2대 3으로 패한 대한민국 선수들이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2023.9.20 (뉴스1)
20일 오후 중국 항저우 린핑 스포츠센터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배구 C조 조별리그 대한민국과 인도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2대 3으로 패한 대한민국 선수들이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2023.9.20 (뉴스1)


[파이낸셜뉴스] 한국 남자배구가 항저우 아시안게임 첫 경기에서 인도에 패했다. 인도에게는 한 번도 패한다는 생각을 안해서인지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프로 선수가 출전한 국제대회에서 한국이 인도에 패한 건, 2012년 베트남에서 벌인 제3회 아시아배구연맹(AVC)컵 이후 무려 11년 만이다.

임도헌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세계 랭킹 27위)은 20일 중국 항저우 린핑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C조 예선 첫 경기에서 인도(73위)에 세트 스코어 2-3(27-25 27-29 22-25 25-20 15-17)으로 졌다.
한국 남자배구는 2006년 도하 대회 이후 17년 만의 금메달을 목표로 내세웠지만,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공식 개막(23일)하기도 전에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항저우(중국)=뉴시스] 20일 중국 항저우 린핑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배구 조별리그 C조 1차전 대한민국 대 인도 경기, 한국 나경복이 스파이크를 하고 있다.
[항저우(중국)=뉴시스] 20일 중국 항저우 린핑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배구 조별리그 C조 1차전 대한민국 대 인도 경기, 한국 나경복이 스파이크를 하고 있다.

2012년 AVC컵 준결승에서 세트 스코어 2-3으로 패했던 한국은 11년 만에 또 풀세트 접전 끝에 인도에 덜미를 잡혔다. 아시안게임 남자 배구에는 19개 팀이 참가해 6개 조로 나눠 조별리그를 벌여, 각 조 1, 2위가 12강 토너먼트에 진출한다. C조에는 3개 팀만 출전해 한국은 21일 열리는 캄보디아전에서 승리하면 조 2위로 12강에 진출해 메달 도전을 이어갈 수 있다.

하지만, 자존심은 크게 꺾였다. 아시안게임 조별 예선에서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냉혹한 현실도 확인했다.

5세트에서 12-14로 끌려가던 한국은 전광인(현대캐피탈)의 오픈 공격과 전광인 서브에 이은 나경복(국방부)의 다이렉트 킬로 승부를 듀스로 끌고 갔다
랠리 끝에 나경복의 오픈 공격으로 15-14, 역전에도 성공했다.

20일 오후 중국 항저우 린핑 스포츠센터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배구 C조 조별리그 대한민국과 인도의 경기에서 전광인이 스파이크를 하고 있다. 2023.9.20/뉴스1
20일 오후 중국 항저우 린핑 스포츠센터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배구 C조 조별리그 대한민국과 인도의 경기에서 전광인이 스파이크를 하고 있다. 2023.9.20/뉴스1


하지만 인도는 만주나타 라크시미푸람의 속공으로 15-15 동점을 만들더니, 나경복과 허수봉(현대캐피탈)의 공격을 연거푸 블로킹 하며 경기를 끝냈다.

대회 전까지만 해도 '당연히 한국의 차지'라고 생각했던 C조 1위를 인도가 확정하는 순간이었다. 인도는 전날 캄보디아를 3-0으로 꺾었다.

대한항공의 3연패를 이끌었던 아웃사이드 히터 정지석(대한항공)이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점도 한국에는 악재였다. 또한, 중앙이 크게 약해진 것 또한 마찬가지다. 한국은 신영석, 최민호 이후 제대로 된 미들블로커를 발굴해내지 못하고 있다. 이날 한국은 블로킹 득점에서 인도에 6-12로 밀렸다.

승패를 가른 마지막 장면도 인도의 블로킹 득점이었다.

[항저우(중국)=뉴시스] 20일 중국 항저우 린핑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배구 조별리그 C조 1차전 대한민국 대 인도 경기, 세트스코어 2대3으로 인도에 패한 한국 임도헌 감독이 물을 마시고 있다.
[항저우(중국)=뉴시스] 20일 중국 항저우 린핑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배구 조별리그 C조 1차전 대한민국 대 인도 경기, 세트스코어 2대3으로 인도에 패한 한국 임도헌 감독이 물을 마시고 있다.


한국은 나경복(31점), 전광인, 허수봉(이상 22점)의 날개 공격은 통했지만, 중앙에서는 활로를 전혀 찾지 못했다.

이번 경기가 12강 진출을 결정짓는 경기는 아니다. 하지만 이제 한국배구가 아시아권에서도 철저하게 변방으로 밀려났음을 확인했다는 측면에서 씁쓸한 뒷맛을 남긴 경기였다.

한국은 5세트 마지막 허수봉의 공격이 막히며 인도에게 5세트를 허무하게 내줬다. (사진 = 뉴스1)
한국은 5세트 마지막 허수봉의 공격이 막히며 인도에게 5세트를 허무하게 내줬다. (사진 = 뉴스1)


(항저우(중국)=뉴스1)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배구 C조 조별리그 대한민국과 인도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2대 3으로 패한 대한민국 선수들이 인도 선수들과 악수하고 있다.
(항저우(중국)=뉴스1)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배구 C조 조별리그 대한민국과 인도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2대 3으로 패한 대한민국 선수들이 인도 선수들과 악수하고 있다.


전광인은 "죄송하다는 말을 하는 것도 죄송하다"고 고개 숙였다. 그러면서 "아시안게임을 시작하기 전 '모든 경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오늘 경기에서는 정말 우리가 부족했다"며 "우리 대표팀이 자꾸만 아쉬운 결과를 내서 팬들께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은 과거 부산 아시안게임과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2회 연속 금메달을 따낸바 있다.


신진식, 김세진, 박희상 등으로 대표되는 한국 남자배구의 중흥기 시절이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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