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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무기계약직은 '사회적 신분' 아냐"…차별처우 소송 최종 패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9.21 16:01

수정 2023.09.21 16:01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김명수 대법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2023년 시무식에서 시무식사를 하고 있다. 2023.01.02. chocrystal@newsis.com /사진=뉴시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김명수 대법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2023년 시무식에서 시무식사를 하고 있다. 2023.01.02. chocrystal@newsis.com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공공부문 무기계약직이라는 고용상 지위는 공무원과의 관계에서 근로기준법이 규정한 차별적 처우 사유인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이 나왔다. 무기계약직이 '사회적 신분'으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한 첫 대법원 판단이다. 다만 공공부문에 한정된 사건으로, 대법원이 무기계약직의 사회적 신분을 일반적으로 부정한 판단은 아니다.

"공공부문 무기계약직, 사회적 신분 아냐"
대법원 전합(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21일 A씨 등 62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대법관 13명 중 7명의 다수 의견으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국도관리원인 A씨 등은 국토교통부 소속인 각 지방국토관리청과 무기계약을 체결하고 도로의 유지보수 업무와 과적차량 단속 업무를 했다.

즉 국도관리원은 공무원이 아니고, 국가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무기계약직 근로자들이다.

A씨 등은 운전직 및 과적단속직 공무원들에게만 정근수당, 성과상여금, 가족수당 등을 지급하는 것은 차별이라며 2014년 소송을 냈다.

A씨 등이 '차별'을 주장한 근거는 근로기준법 6조다. 근로기준법 6조는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남녀의 성을 이유로 차별적 대우를 하지 못하고, 국적·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고 규정한다.

즉 이 사건은 무기계약직의 차별 여부를 가르는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는지가 최대 쟁점이었다. 무기계약직이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는가 여부에 대한 찬반 논란은 첨예하다.

1심과 2심은 공공부문 무기계약직인 A씨 등과 비교 대상인 운전직 및 과적단속직 공무원들은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 집단에 속하지 않고, 이들과의 처우 차이는 합리적 이유가 있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다만 A씨 등의 무기계약직 근로자로서의 지위는 근로기준법 6조의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이에 대한 전합 판단은 결론적으로 같았지만, 무기계약직의 사회적 신분성은 인정하지 않았다. 무기계약직이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는가 여부를 두고 첨예했던 찬반 논란이 일단은 정리된 셈이다.

다수의견 7명이나, 반대도 6명 '팽팽'
이날 전합 판결은 대법관 다수의견이 7명이었으나 반대의견도 6명으로 팽팽했다. 민유숙·김선수·노정희·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은 "A씨 등의 무기계약직 근로자라는 고용상 지위는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이들은 "무기계약직 근로자라는 고용상 지위는 자신의 의사나 능력 발휘로 쉽게 회피할 수 없고 한번 취득하면 장기간 지속되는 성격을 지니는 점, 무기계약직 근로자에 대한 열악한 근로조건과 낮은 사회적 평가가 고착되고 있는 우리 사회의 현실 등에 비춰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영준 대법관은 "A씨 등의 무기계약직 지위는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면서도 "피고가 원고들에게 각 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것에는 합리적 근거가 있다"는 별개의견을 냈다.

다만 무기계약직의 사회적 신분을 일반적으로 부정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 판결은 공무원을 비교대상자로 지목한 차별 사건으로, 일반 근로자를 대상으로한 것에 대한 판단은 아니다"라며 "무기계약직의 사회적 신분을 일반적으로 부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율촌의 조상욱 변호사(노동팀장)은 "공공부문에 국한한 것으로, 무기계약직의 사회적 신분성에 대한 일반적 판단을 내린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의미있는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노동법인 노동과 인권 박성우 노무사는 "현재 무기계약직과 관련한 소송들이 상당수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번 판결이 소송 결과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고 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정원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