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동부 화룡동 동굴 유골…고대·현생 인류 특징 다 갖춰
모로코 제벨 이르후드 유골과 유사…아시아에도 인류 기원 있었나
23일 학계에 따르면 중국 베이징 고생물학연구소 연구팀은 중국 동부 안후이성에 있는 화룡동 동굴에서 약 30만년 전의 유골 16구를 발굴했다. 이 가운데 일부 뼛조각은 12~13세로 추정되는 소년의 두개골이었다. 이와 관련된 연구 내용은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됐다.
당초 이 두개골에 대한 분석은 지난 2019년부터 시작됐으나 이후 2020년 새로운 유골이 발견됐다. 소년의 두개골 중 턱 아래 부분에 해당하는 하악골의 조각이 발견된 것. 이를 통해 연구팀은 화룡동에 살았던 인종이 인류 가계도에서 어디에 해당하는 지를 분석할 수 있게 됐다.
비교 대상이 된 턱뼈는 약 4만년 전까지 유라시아 대륙에 살았던 '네안데르탈인', 190만년 전~25만년 전께 동아프리카에서 동남아시아 지역까지 분포했던 '호모 에렉투스',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의 성체와 아동의 뼈다. 분석 결과 턱선을 따라 이어지는 뼈는 초기 인류 '호모 에렉투스'와 같이 두꺼운 특징을 보였다. 반면 턱 윗부분에 해당하는 하악골의 측면은 고대 인류의 뼈보다 얇은 현생 인류의 특징에 더 가까웠다.
연구진은 이번 발견이 약 258만년 전 시작돼 약 1만2000년 전 끝난 플라이스토세 지질 시기에 어떤 고대 인류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 거주했는지 의문을 남겼다고 강조했다.
호모 사피엔스의 턱뼈를 비롯한 특징들은 16만년 전 살았던 데니소바인이나 약 77만년 전 나타났던 것으로 추정되는 '베이징 원인'(호모 에렉투스 아종) 등 플라이스토세 중기에 살았던 인종들과 명확히 구분된다.
연구팀은 화룡동에서 발견된 인종이 호모 사피엔스의 조상이나 가까운 친척일 수 있다는 가설을 내세웠다. 다만 가장 오래된 호모 사피엔스 화석은 23만년 전으로 추정되는 에티오피아의 유적에서 발견된 것이라는 게 정설이다. 아시아 지역에서 발견된 인종이 현생 인류의 조상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학계에 따르면 약 80만년~12만6000년 전에는 수많은 고대 인종이 동아시아 지역에 거주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같은 다양한 인종들이 네안데르탈인이나 데니소바인처럼 멸종한 인류의 조상인지 여부는 아직 불분명하다. 화룡동 유골의 주인들도 이같은 다양한 인종의 한 갈래일 수 있는 셈이다.
제벨 이르후드에서 발견된 유골은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20만년 전이 아닌 약 30만년 전에 출현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처음으로 보여줬다. 에티오피아의 화석처럼 호모 사피엔스로 확정되진 않았으나 네안데르탈인 등과는 다르게 현생 인류와 유사한 특징을 띄었기 때문이다.
제벨 이르후드 유골들은 호모 사피엔스를 비롯한 인류 진화 계통의 가장 초기 단계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화룡동 유골들의 생존 시기나 특징이 제벨 이르후드의 것과 비슷한 만큼 연관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만약 두 지역에서 발견된 유골이 같은 종으로 밝혀진다면 당초 아프리카에서 시작된 것으로 여겨졌던 인류의 기원이 1만㎞ 이상 떨어진 아시아에서도 함께 시작됐다는 새로운 가설이 등장할 수도 있다. 물론 아직 화룡동과 제벨 이르후드에서 발견된 유골들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스페인 국립 인류진화연구센터의 마리아 마르티논-토레스 박사는 "화룡동 유골들이 인류 가계도에서 정확히 어디에 위치하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더 많은 표본들과 연구가 필요하다"며 "유골들에서 추출한 고대 단백질들을 분석하면 화룡동에 살았던 인종이 고대 인류, 현생 인류와 어떻게 관련돼있는지를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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